조원경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
조원경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 둔화를 인정하면서 3번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긴축 통화정책을 끝낼 시점이 왔다고 밝혔다. 내년 기준금리를 0.25%씩 총 세 차례 인하할 의지도 피력했다.

◆내년 상반기 금리 인하 기정사실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점도표상 내년 기준금리 세 번 인하 가능성을 고려한다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완화적 발언이 있었다. 점도표는 2024년의 금리를 4.5~4.75% 수준으로 전망했다. 내년에 0.25%포인트씩, 총 3차례의 금리 인하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2025년에도 0.25%포인트씩 4차례, 2026년에도 3차례 더 금리를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연준은 내년 말 기준금리 전망치를 4.6%로 제시했다. 지난 9월 전망했던 5.1%보다 0.5%포인트 하향조정했다. 점도표 작성에는 올해 마지막으로 열린 FOMC에 참석한 위원 19명이 참여했다. 다음 회의인 내년 1월30~31일 FOMC에서 금리 인하 논의가 가능하다. 내년 3월 혹은 5월 FOMC에서 금리 인하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해 준다.

이를 반영해 CME 페드워치는 내년 3월과 5월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80%대로 높게 봤다. 연준의 스탠스가 왜 이렇게 급작스럽게 전환했을까. 3분기 급격한 경제 성장 이후 4분기 성장 둔화가 뚜렷하다는 점이 우선 눈에 띈다. 유가가 예상 밖으로 이스라엘, 하마스 교전 이후 약 30%가량 급락한 것도 물가 하락 추세를 보여주는 대목이어서가 아닐까 한다.

12월 FOMC와 점도표 중앙값.
12월 FOMC와 점도표 중앙값.

연준 ‘피봇(통화정책 방향 전환)’ 선언에 걸맞게 뉴욕증시는 화답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나스닥종합지수도 52주 최고가를 썼다. 뉴욕증시가 역대 최고를 기록하는 등 한미 주식·채권시장은 급등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회의에서 참가자들이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논의했다”며 “기준금리가 고점에 근접했거나 이미 도달했다”고 말했다.

원화 강세로 달러당 1300원이 붕괴됐다. 원화 강세는 내년에 미국이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란 시장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달러화가 약해지고 위험자산선호 심리가 되살아난 영향으로 보인다.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엔화값은 급등했고 한때 141엔대에서 거래되며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러가 내리자 유가는 상승했다. 현재의 점도표만을 보면 과거의 저금리시대로 돌아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시장의 고민과 한국은행의 결단

내년 미국 증시는 어떻게 될까. HSBC는 S&P500지수가 5000까지 상승할 수 있고 경기 침체를 피할 수만 있다면 지수는 그보다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금리 인하가 증시에 순풍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반대로 경제 성장이 둔화하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실적 상황이나 11월 예정된 미국 대통령 선거를 잠재 역풍으로 지목했다. 실제 미국 대선이 있는 해에는 주식 상승폭이 크지 않았다. HSBC는 연준이 경기 침체를 초래하지 않으면서 인플레이션 파이팅에 성공한다면 더 좋게 증시를 전망한다. S&P500지수는 5000보다 더 높은 수준까지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현재로서는 조심스러운 낙관론이 맞을 것 같다. 시장 내러티브가 더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는 것은 경계할 일이다. 물론 미국 경제에 침체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주식시장은 더 좋을 수도 있다. 연준이 금리 인상 이후 첫 동결을 했던 시점부터 첫 금리 인하가 이뤄지고 6개월 뒤 시점 사이에 S&P500지수는 평균 22% 올랐다.

앞으로 상당 수준의 경기 둔화가 진행한다 해도 시장이 장밋빛일까. 지금 현재의 지수보다 두 자리 수로 오르기는 어려워 보일 수 있다. 미국시장만 보면 11월 초부터 자산 시장의 강세 현상이 이미 한 달 반 정도 강하게 진행된 상황이라 단기 과열 징후라는 견해도 있다. 12월 FOMC 자체가 시장에 긍정적 요인인 것은 분명하다.

연준의 스탠스 전환은 사실 이미 11월 초부터 선 반영되어 왔다고 보면 과장된 것일까. 그래도 산타랠리나 연초랠리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금리 부담이 줄어든 만큼 성장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황이 회복세에 돌입한 반도체를 우선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금리 인하기를 맞아 금리 하락 시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장기채가 투자처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최근 국채금리 하락이 과도했다는 점이다. 월가 전문가조차도 최근 나타난 채권 시장의 랠리가 내년까지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투자자들이 미 경제의 강세와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해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들에 따르면 시장이 연준의 금리 인하 전망을 섣불리 반영하고 있다. 확실히 미 채권 시장은 지난달 1980년대 중반 이후 가장 강력한 랠리를 보였다. 지나치게 채권 가격이 단기간에 상승한 것은 인정할 수 있겠다. 블룸버그 통신의 최근 서베이에 따르면, 월가 전문가들 사이 내년 말 10년물 금리 전망치 평균은 3.9%로 집계됐다. 지금의 4.0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없다. 이 정도에서 타협해 내년 시장을 바라보는 것은 어떨까.

잠재 성장률을 반영하는 금리인 중립금리를 생각해 보자. 중립금리는 경기를 부양하지도, 위축시키지도 않는 수준의 금리다. 이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에 팬데믹 이전의 저금리로 조만간 돌아가기는 어렵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긴 시계열의 장기로 보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금리가 조만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의 수준으로 내려가지는 않을 것이다. 고금리로 신음하는 쪽을 바라보며 고금리의 시대가 지속하더라도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기준 시계는 빨라질 수도 있겠다. 미국에 앞선 한국의 선제적인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질 수 있고, 한미 장기금리 디커플링 가능성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내년에 금리 인하 기조로 전환할 경우 한은 역시 통화완화로 선회할 공산이 크다. 우리나라 환경을 고려하면 그 시점은 더 빠를 수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우려와 제2금융권의 자산건전성 저하 등 고민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금융시장의 시계는 여전히 불안하다. 유통거래가 위축되기 쉬운 회사채에 높은 유동성 프리미엄이 요구될 가능성이 높다. 채권을 산다면 4%대 후반의 절대금리만을 쫓기보다 고금리에도 버틸 수 있는 기업 선별이 우선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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