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경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
조원경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

2024년 소비자가전쇼(CES, Consumer Electronics Show)가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됐다. 이번 행사의 슬로건은 ‘All Together, All On’으로 모든 산업과 기업이 다 함께 인류의 문제를 혁신 기술로 해결하자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인공지능(AI)의 전 산업과의 융합이 화두로 떠올랐다. 즉, AI가 이번 CES 2024의 주요 테마인 것이다.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전 산업 분야의 기술 융합과 혁신이 인류의 지속가능성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5대 트렌드로 보는 2024 CES

그래서였나? CES 2024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5가지다. 인공지능(AI), 모빌리티, 푸드·애그테크, 헬스·웰니스 테크, 지속가능성과 인간안보에 초점이 맞춰졌다. 지난해에는 기업테크 혁신, 메타버스 및 웹 3.0, 이동수단 및 모빌리티, 헬스테크, 지속가능성, 게이밍 및 서비스가 선정됐다.

CES 2024에서 주목한 5대 주요 트렌드.
CES 2024에서 주목한 5대 주요 트렌드.

AI가 모빌리티, 헬스케어, 식품안전 같은 전 산업에 도입되고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B2C에서 B2B로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에 처음으로 핵심 테마로 선정된 푸드·애그테크는 기후변화, 환경오염, 고령화 등으로 대두된 식량안보와 지속가능한 먹거리 문제를 AI와 빅데이터 같은 첨단기술로 해결하고자 하는 움직임의 강화를 말한다.

삼성전자, LG전자, 두산로보틱스를 비롯한 국내외 기업이 45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는 ‘푸드테크’(음식+기술) 시장을 놓고 격전을 벌이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들 업체는 이번 ‘CES 2024’에서 관련 신제품과 차세대 기술을 선보였다.

AI를 적용한 냉장고·인덕션이나 조리 로봇과 휴대용 전자레인지가 관람객의 눈길을 끌고 있다. 냉장고에 식품이 들어온 시점을 기록했다가 유통기한이 임박하면 고객에게 알려준다. 냉장고 우측 문에 설치된 32인치 터치스크린으로 식사나 요리 때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보고 고사양 게임도 즐길 수 있다. AI 카메라로 냉장고에 보관 중인 식자재를 파악해 만들 수 있는 요리 추천 기능도 있다. 레시피가 냉장고 터치스크린과 스마트폰 화면에 뜬다니 신기하다. 

◆주식시장과 2024 CES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실적 컨센서스 하회에도 연초부터 엔비디아의 주가 상승이 뜨겁다. 연초 미국 금리가 단기간에 떨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에 증시 상승세가 주춤하고 국내 증시는 이렇다 할 반등 없이 흘러내리고 있다. 이는 급히 오른 주식의 자연스러운 조정과정이라고 하겠다. 그럼에도 올해 자산 시장에서 주목해 볼 화두는 있다고 본다.

우선, 생성형 AI를 넘어 올해는 ‘온디바이스(On-device) AI’가 CES 2024 주무대를 장식하는 점을 감안해 보자. 온디바이스 AI는 클라우드나 원격 서버를 거치지 않고, 기기 자체에서 AI 서비스를 구현하는 기술이다.

삼성전자는 1분기 온디바이스 AI 기능이 탑재된 신형 스마트폰 갤럭시 S24를 출시한다. 관련 국내 기업도 각광 받을 수 있다. 반도체 부품사(삼성전기·리노공업), 두뇌 역할을 하는 정보 처리 칩인 시스템 반도체 전문사(오픈엣지테크놀로지·퀄리타스반도체·칩스앤미디어), 반도체 설계 특화 기업을 말하는 팹리스(제주반도체·텔레칩스·넥스트칩) 등이 해당 종목들로 꼽혔다.

자율주행 관련 기술도 온디바이스 AI의 결정체로 인식되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관련 종목 중에서 이미 급하게 오른 종목보다 그렇지 않은 종목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어 보인다.

2028년이면 전체 PC 시장의 80%, 스마트폰 시장의 60%가 AI를 탑재할 것으로 추정한다. 온디바이스 AI 시장은 성장 초입 국면에 불과하며 향후 팽창기 진입이 기대된다. AI가 클라우드에서 처음 시작됐지만 다른 응용과 플랫폼으로 확산하고 있다.

맞춤형 고대역폭메모리(HBM), 컴퓨테이셔널 메모리 등 새로운 솔루션과 사업 발굴을 통해 메모리 패러다임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보안과 응답성을 고려해 단말단에서의 온디바이스 AI 구현이 필요한 상황이다. 충분한 컴퓨팅과 메모리를 탑재하기 위한 기술적 검토가 적극 진행되고 있다.

AI 적용 분야의 확산과 온 디바이스 AI.
AI 적용 분야의 확산과 온 디바이스 AI.

다음으로, 진화하고 있는 메타버스의 부활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CES 2024’에 K-메타버스 공동관을 구성하고 국내 메타버스·확장현실(XR) 기업의 참가를 지원했다. K-메타버스 공동관에 참여하는 기업은 글로브포인트, 터투에이치 등 총 10개사다.

생성형 AI 같은 다양한 디지털 기술과의 융합과 제조·건설·교육 등 이종 산업과의 협력 등으로 메타버스 산업이 새로운 기회의 영역으로 재부상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혁신적인 기술력으로 무장한 국내 메타버스·XR 기업들의 해외 진출과 수출 확대를 위해 적극 지원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중요한 점은 산업 메타버스의 출현이다.

롤랜드 부시 지멘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기조연설 ‘산업 메타버스와 AI의 개척 및 확산’에서 AI와 메타버스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메타버스를 통해 생물 다양성 확보·기후변화 완화 등 인류 난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부시 회장은 “2024년이 인류에게 있어 획기적인 해가 될 것이라며 아주 큰 변화가 오고 있다”고 운을 띄웠다. 부시 회장이 말한 ‘큰 변화’는 산업 메타버스의 실용화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메타버스 내에 정밀한 산업 공정을 구현할 수 있게 되면서 혁신이 더 빠르게 일어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부시 회장은 현실에서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수십억 달러가 들 뿐만 아니라 인명 피해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산업 메타버스의 등장으로 혁신을 가속화하면서도 지속가능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산업 메타버스 효율을 보여주는 예시로 지멘스의 신규 공장을 들었다. 실제 건설에 들어가기 전 산업 메타버스를 통해 구조를 최적화한 결과, 제조능력이 기존 공장 대비 200% 향상되는 동시에 에너지 소비는 20% 줄이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블록체인 기술이다. CES 2024에서 최고혁신상을 수상한 우리 기업 로드시스템은 블록체인과 서버 보안, 암호화 기술 9가지를 적용한 세계 최초 모바일 여권 앱을 개발했다. 지난해 7월 출시된 로드시스템의 모바일 여권 앱 ‘트립패스’는 설치 후 한 번만 인증을 거치면 실물 여권을 갖고 다닐 필요가 없다.

트립패스는 전 세계 국가에서 공통 기준으로 제작되는 전자여권을 모바일로 구현한다. 모바일로 전자여권 칩을 인식하고 생체정보 인증을 거치면 여권 정보가 신분 확인 및 금융 결제가 가능한 QR 코드로 생성된다. 블록체인(DID)으로 개인정보를 암호화해 보안성을 강화하고 전자칩과 생체 인증으로 여권의 실소유 여부를 확인할 수 있어 위변조와 부정사용을 원천 차단할 수 있다.

지크립토의 블록체인 기반 온라인 투표 시스템 역시 획기적인 보안 관련 기술로 평가받는다. 지크립토와 로드시스템 기술이 모두 ‘세계 최초’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반의 투명하고 공정한 투표시스템을 제공하는 지크립토는 지난 CES 2023에서도 여러 나라의 정부 관계자, 아이돌 선발 TV 프로그램 관계자 등으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은 바 있다. 비트코인의 높은 상승률 속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새롭게 조명을 받는 것이다.

CES 주최사인 CTA의 게리 샤피로 회장은 “CES 2024 키워드는 AI와 한국”이라고 언급할 정도로 한국의 AI 기술력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이 여세를 몰아 올 한 해 우리 기업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혁신으로 우뚝 서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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