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철 경제 칼럼니스트('불확실성 극복을 위한 금융투자' 저자).
신세철 경제 칼럼니스트('불확실성 극복을 위한 금융투자' 저자).

부모의 은혜조차 저버리고 저만 살겠다는 패륜아와 분별없이 날뛰며 칼춤 추는 망나니는 사람의 도리를 거부하고 사리사욕이나 채우려는 배은망덕한 무뢰한을 뜻한다. 망나니는 탐욕스러운 부모로부터 인간다운 가르침을 받지 못한 후레자식이라는 뜻으로 제 부모까지 욕먹게 만드는 파렴치한의 대명사다.

사회를 멍들게 하는 패륜아 망나니들이 판치면 부정부패 같은 가지가지 사회악이 범람해 세상은 멍들어 간다. 패륜아 망나니들이 사회를 병들게 했을까. 아니면 반대로 혼탁한 세상이 그들을 태어나서는 아니 될 불출(不出) 인간으로 변형시켰을까.

급조된 신당 인사가 ‘노년층 지하철 무상 이용’을 폐지하겠다는 전래의 낡은 공약(?)을 다시 끄집어내 덧칠하며 기발한 착상인 듯 으스댔다. 어이가 없었던 대한노인회는 “신당이 아닌 패륜아 정당을 만들겠다는 망나니 짓거리”라며 꾸짖었다. 그러자 뉘우치거나 사과는커녕 “감사하다”며 노인들을 무시하며 빈정대는 꼬락서니를 보였다.

대낮 한가한 전철에 탄 노인들에게서 나는 냄새를 맡아 보고 그런 소리를 지껄였을까. 게을러서가 아니라 형편이 되지 않아 목욕하지 못하는 노인들이 상당하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패륜아 망나니” 광시곡을 울려 세상을 시끄럽게 하여 어떤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술수일까.

우리나라는 어느덧 65세 이상 노인인구 1000만명이 넘어가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자랑스러운 나라가 됐다. 그 영광의 뒤안길에는 노인빈곤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 노인자살률 1위라는 깊고 붉은 상처에 우울증이라는 불치병(?)이 곁들여져 있다. 노인들에게 12만원짜리 승차권을 준다면 전철을 타지 못하고, 승차권을 팔아 생활비에 보태려는 노인들도 있을 거다. 인건비가 싼 노인 꽃바구니 배달은 자취를 감출 게다.

어른들이 ‘이동의 자유’를 빼앗겨 움직이지 못하게 된다면 우울증이 심해져 노인 자살률은 지금보다 더 늘어날 위험이 있다. 노인 문제를 들먹거리려면 먼저 무료 급식소에 얼마라도 내보거나 급식 봉사로 어려운 노인들의 모습을 직접 마주해 보라.

생산적 활동은 마다하고 세 치 혀로 세상을 재단하려는 패륜아 망나니들이 절망으로 이르는 길에 들어선 노인들의 현실을 어찌 짐작하겠는가. 누구든 잘못을 저지를 수 있고 열심히 살다가도 이런저런 까닭으로 실패할 수도 있음을 이해하려고 해야 한다.

혼자 잘난 “패륜아 망나니”들이 큰일을 맡으면 맡을수록 현실을 오그라트려 이합집산 이전투구에 집착하다 조직과 사회는 산산조각 난다. 약자를 무시하거나 외면하는 망나니가 큰 힘을 쥐는 조직이나 사회는 시차가 있더라도 어김없이 망조가 들기 마련이다.

우리나라에서 노인 폄하를 넘어 노인을 부정하는 패륜아 망나니들이 거들먹거리는 까닭은 무엇일까. 세상이 오염돼 가면서 세상살이가 점점 피곤해지니 자신들은 노인이 될 때까지 살기 싫다는 의지를 간접적으로 표현한 ‘패배의식’일까. 아니면 저들 자신만은 늙지 않고 영원한 젊음을 누리겠다는 무지와 착각일까. 부가가치 창출에 하등 기여하지 못하고 배부르게 잘 살기 때문에 세상을 모르는 오만과 편견일까.

만약 지금의 노인들이 없었다면 오늘날과 같은 경제성장 혜택을 다른 어디에서 누리겠는가. 살기가 팍팍해지면서 출산율이 0.78까지 떨어지는 현상으로 미뤄보건대, 지각없이 설쳐대는 그 망둥이들은 어쩌면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누구라도 어영부영하다 자신도 모르는 순간에 노인으로 변해갈 수밖에 없다는 불변의 진실을 인식해야 한다. 젊은이의 내일인 노인들이 여유롭고 밝게 사는 모습을 보여야 청년들도 희망에 차고 결과적으로 나라의 모습도 환해진다. 개인 견해로는 우리나라 잠재성장률 하락 추세가 가파른 원인의 하나는 노인들을 폄하하고 그들의 지혜를 무시하는 전근대적 자세에도 있다고 판단한다. 너나없이, 애어른 없이 세상을 바른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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