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국방비를 제대로 지출하지 않는 나토 동맹국은 돕지 않겠다고 선언하자 유럽 국가들이 멘붕에 빠졌다 (자료사진,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국방비를 제대로 지출하지 않는 나토 동맹국은 돕지 않겠다고 선언하자 유럽 국가들이 멘붕에 빠졌다 (자료사진, AFP=연합뉴스)

[서울와이어 김종현 기자] 미국 국민의  혈세에 국방을 의존해온 유럽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들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켜주지 않겠다"는 발언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특히 전체 국방비가 국내총생산(GDP)의 2%에 미달하는 나토의 핵심 국가인 독일과 이탈리아가 화들짝 놀란 모습이다.

13일 외신에 따르면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12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도날드 투스크 폴란드 총리와 회담한 뒤 기자회견에서 나토 동맹국이 공격을 받을 경우 미국의 약속에 의문을 제기하는 트럼프의 발언을 비난하며 유럽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숄츠 총리는 "현재 상황을 고려할 때 나토의 지원보장을 약화하는 것은 무책임하고 위험하며 전적으로 러시아의 이익을 위한 것임을 분명히 한다"면서 "누구도 유럽의 안보를 가지고 장난을 치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유세에서 나토의 국방비 지출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회원국을 러시아가 공격할 경우 원하는대로 하도록 내버려두겠다고 한 발언을 문제삼은 것이다. 트럼프는 재임 당시 유럽의 나토 회원국들에게 국방비를 GDP의 2% 이상으로 늘리고 현지에 주둔하는 미군의 비용 분담을 높이도록 강하게 요구했었다. 

작년 기준으로 나토 회원국 가운데 유럽의 핵심인 독일과 프랑스는 국방비 지출이 GDP의 2%에 미달했다.  독일은 GDP의 1.57%, 프랑스는 1.9%, 영국은 2.03%를 각각 국방비로 지출했다. 이탈리아의  국방비도 GDP의 2%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숄츠 총리는 이와관련 "올해는 국방비를 GDP의 2.1%로 높여 나토 동맹국의 지출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탈리아의 안토니오 타야니  외무장관은 "나토 내에서 더 큰 영향력을 갖기 위해서는 자체 군대를 갖춘 유럽이 필요하다"면서 "미국인들이 우리의 역할을 다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공정하며, 우리는 동등한 책임을 져야한다"고 했다.  

GDP의 3.49%를 국방비에 쏟아붓고 있는 폴란드의 투스크 총리는 "트럼프의 발언은 유럽이 직면한 점점 현실화하는 위협을 끊임없이 과소평가한 모든 사람들에게 찬물 샤워가 되었다"면서 "우리는 국방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무장관은 "트럼프의 발언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물론 우리는 모든 나토 국가들이 GDP의 2%를 국방비로 지출하길 원하지만 (트럼프의 발언이) 합리적인 접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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