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철 경제 칼럼니스트('불확실성 극복을 위한 금융투자' 저자).
신세철 경제 칼럼니스트('불확실성 극복을 위한 금융투자' 저자).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주식투자 비중이 2023년 말 기준으로 29.4%에 이르렀다. 주식시장이 흔들리며 급등락을 반복하는 사이에 분석 능력과 인내심이 뛰어난 외국인들이 거둔 수익은 헤아리기 민망할 정도로 높다.

외환위기 이후인 1998년부터 2024년 현재까지 거둔 경상수지흑자는 1조700억달러에 달하는데, 순대외금융자산(대외금융자산-대외금융부채)는 7085억 달러에 불과하다.(한국은행, 국제투자대조표 참조)

이 통계는 한국이 실물부문에서 이룩한 경상수지 흑자 중 약 3000억달러를 대외 금융거래에서 투자손실을 냈다고 짐작할 수 있는 장면이다.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시장에서 벌어가고, 한국인들이 외국시장에서 잃은 돈이 각각 얼마나 될까.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주식시장 ‘밸류 업(value up)’ 시책이 발표된다고 하는데 무슨 까닭인지 헤아리기 어렵다. 상당수 전문가(?)가 자조하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저평가됐다고 판단하는 기준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외국인들이 달러를 많이 벌어간 사실로 미뤄보아 시장 변동성이 컸지만, 필요 이상 고평가됐다는 합리적 짐작이 가능하다. 한국인 특유의 쏠림현상으로 외국인과 ‘투자게임’에서 진 탓이지 ‘주식시장 저평가’가 원인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주가의 고저 판단의 기초가 되는 주가수익비율(PER, price earning ratio)과 주가순자산가치비율(PBR, price book-value ratio)을 생각해 보자.

먼저, PER은 당해 기업의 주가에 대한 이익 비율로 자금조달비용인 금리와 같을 때 금융 시장은 균형을 이뤘다고 할 수 있다. 이를테면 어떤 기업의 주가가 10,000원이고 수익이 500원이라면 PER은 20(10,000/500)이 된다. 또 PER의 역수인 EPR은 5%(500/10,000)는 주가에 대한 이익률로 동 비율이 (시장)금리와 같거나 높아야 계속기업으로서 성장이 기대되고, 투자자는 투자 수익 실현 가능성이 높아진다.

다음, PBR은 주가 대비 기업의 자산가치로 기업이익의 창출을 위한 자본력이 되는 동시에 기업이 해산할 때 청산가치를 의미한다. 주당 청산가치가 주가보다 높아야 안정성이 높다.

시장을 평가할 때 현재 PER이나 PBR만을 갖고 따진다면 실패할 확률이 커진다. 실물상품은 몰라도 금융상품은 미래가치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에 현재가 아닌 다가올 미래의 PER이나 PBR의 예상되는 변화를 살펴야 한다. 우리나라는 선진국 문턱에서 주춤거리며 성장잠재력이 떨어지고 있어 미래 기업의 이익(E)이나 순자산(B)의 증대를 확신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전설적 가치투자자들 대부분은 현재가 아닌 미래 예상되는 PER나 PBR의 변화를 예측하는 능력과 인내심이 크다. 과연 미래의 주식 가치가 저평가될는지 아니면 고평가될는지를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현재 주가가 높거나 낮다는 평가는 개인의 사적 판단이어야 한다.

관계자들이 주지해야 할 사항은 주가가 올라갈수록 국내에 투자한 외국인 소유 증권가격도 올라 대외 부채는 그만큼 늘어나기 마련이다. 2024년 현재, 외국인 증권투자액(대외금융부채 중에서)은 8617억달러에 이르는데, 기업 가치증대 없이 주식가격 상승을 도모하다가는 자칫 외화 곳간을 쓸데없이 비울 우려가 있다.

간단히 계산해 보자. 증권가격이 10% 상승한다면 대외부채는 약 861억(8617억/10)달러가 늘어나는 셈이다. 기업의 가치증대보다 주가를 올리려다가 외국인들에게 소중한 외화를 공연히 빼앗기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사실을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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