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 교도소에서 의문사한 러시아 반체제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의 부인 율리아 나발나야  
시베리아 교도소에서 의문사한 러시아 반체제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의 부인 율리아 나발나야  

[서울와이어 김종현 기자] 러시아의 반체제 지도자인 알렉세이  나발니가  시베리아의 감옥에서 의문의 죽음을 당하면서 그의 부인 율리아 나발나야(47)가 저항운동의  새로운 기수로 떠올랐다.

20일  CNN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나발니의 부인인 율리아 나발니야는 19일(현지시간) 나발니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8분짜리 연설에서 "푸틴은 내 마음의 절반, 내 심장의 절반, 내 영혼의 절반을 죽였다"고 남편의 의문사를 푸틴 탓으로 돌렸다.

그는 "하지만 나머지 반쪽은 내게 남아 있고, 그것은 내가 항복할 권리가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면서 "우리 자신 말고는 누구도 우리를 보호해주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권위주의 체제에 저항하다 사망한 남편을 대신해 반제체 운동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나발나야는 남편의 시신을 가족에게 반환하지 않는 러시아 당국을 겨냥해 "남편의 시신을 숨기고 푸틴 대통령의 또다른 노비촉의 흔적이 사라지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비촉은 지난 2020년 8월 나발니에 대한 독극물 테러 당시  사용된 독약이었다. 

나발나야는 그동안 러시아 당국으로부터 온갖 박해와 테러를 당하면서 반체제 운동을 벌여온 남편을 내조했다. 하지만 남편이 수감중인 교도소에서 의문의 죽음을 당하자 저항의 깃발을 흔들며 전면으로 뛰쳐 나왔다.

모스크바 출신인 나발나야는 플레하노프 경제대학교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하고 한 때 은행원으로 일했다. 나발나야는 남편이 수감된 이후 체포 위협을 무릅쓰며 그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에 참여했고, 남편에 대한 지지 여론을 모으고 국제사회가 러시아 정부에 압력을 가하도록 노력했다.

러시아의 일부 독립언론은 나발나야를 미국의 전 영부인인 미셸 오바마와 비교하기도 했다. 

나발나야는 남편의 사망 직후 유럽에서 남편에 대한 사망 원인 규명과 명예회복, 반체제 운동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활발하게 움직였다.

그는 19일(현지시간) 브뤼셀에서 샤를 미셸 유럽평의회 의장을 비공개로 만났다.  나발아야를 만난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인 호세프 보렐은 "나발니의 죽음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면서 "푸틴 대통령과 그의 정권은 나발니의 죽음에 책임을 져야한다"고 했다.

나발나야는 나발니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지난 16일에는  뮌헨 안보회의에 참석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을 만났다. 

유럽연합 회원국들은 나발니의  죽음과 관련 러시아에 대한  새로운 제재를 추진하고 있다.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