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사진=하나금융그룹 제공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사진=하나금융그룹 제공

[서울와이어 박동 기자] “서로를 위한 희생과 배려를 통해 헌신적인 협업으로 하나금융그룹의 역량을 결집하고, 나아가 경쟁자를 포함한 외부와의 제휴, 투자, M&A 등 다양한 방법으로 협업을 이뤄내야 한다(2024년 새해 신년사).”

올해로 임기 3년차를 맞은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올해 경영 과제는 '비금융 부문 강화' 및 '지속 가능한 성장'에 방점이 찍혀 있다.

정부의 이자장사 비판 등으로 은행 중심의 수익구조를 이어나기 어려워진 만큼, 함 회장이 올해 비은행 계열사 강화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특히 지난해 비은행 부문 기여도가 후퇴하며 비교적 아쉬운 성과를 냈다는 평가가 따르는 만큼, 올해에는 보험과 카드에서 내실강화와 외형확장에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함께 엄격한 내부통제와 리스크관리 하에 내실과 협업 기반으로 글로벌 위상을 강화, 신영토 확장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도 그가 해결해야 할 숙제다.

◆ 대내외 불확실성 불구 선방...'리딩뱅크' 경쟁 본격화

하나금융은 지난해 3조4156억원의 연간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및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이어짐에도 최대 실적을 올린 지난해보다 3.3% 줄어드는 데 그쳤다.

다만, 4분기 공개된 ‘이자캐시백’ 등 상생금융 방안, 그리고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 위기에 따른 대규모 대손충당금 적립 등이 실적에 반영됐다는 점에서 선방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실제로 하나금융은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해 4분기 누적 기준 3709억원의 대규모 선제적 충당금을 적립했다. 이를 포함한 충당금 등 전입액 역시 전년(1조 2149억원) 대비 41.1% 증가한 1조7148억원으로 그룹의 손실 흡수능력은 한층 더 강화됐다는 평가다.

하나금융 성장은 계열사 맏형 격인 은행이 이끌었다. 지난해 하나은행의 순이익은 ‘사상 최대’를 기록하며 그룹 전체의 순이익을 견인했다. 하나은행의 2023년 연간 연결 순이익은 3조4766억원으로, 전년 대비 12.3% 증가했다. 하나은행은 2022년 2022년 3조169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며 리딩뱅크에 오르며 KB국민·신한 양강구도를 깬 바 있다.  작년 2분기까지도 '리딩뱅크' 지위를 유지했으나 후반기 KB국민은행에 밀렸다.

이 같은 결과물은 함 회장의 결단력과 이 행장의 실행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하나·외환은행의 합병으로 탄생한 통합 초대 하나은행장을 지내고 지주 회장을 맡은 함 회장의 리더십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 비은행 부문 재편 아직 '진행형'

정부의 이자장사 비판 등으로 은행 중심의 수익구조를 이어나기 어려워진 만큼, 함 회장이 올해 비은행 계열사 강화에 성공할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2년간 하나금융지주의 비은행 부문 기여도는 큰 폭으로 줄었다. ‘리딩뱅크’ 경쟁에 나설 정도로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은행 계열사와 달리  증권, 카드, 보험, 캐피탈 등 비은행 계열사는 실적 개선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다.

하나증권은 2022년 1620억원 순이익에서 지난해 2708억원 순손실로 적자 전환했다. 하나캐피탈과 하나카드는 2166억원과 1710억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27.4%, 10.9% 순익이 감소했다. 하나저축은행은 132억원 순손실을 기록했고, 하나생명은 65억원으로 62.3% 급감했다.

이에 따라 하나금융의 지난해 순이익에서 비은행 계열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5.5%로 전년 대비 13.4%포인트, 2021년 대비 27.4%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최근 8년 내 최저치로, KB금융과 신한금융과 비교할 때 뼈아픈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업계는 하나금융의 보험계열사 강화를 위해서는 제휴·투자·M&A 등 다양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를 의식한 듯 하나금융은 지난해 하나생명의 M&A를 진행하려했지만 결과물을 만들지 못했다. 비은행 강화 일환으로 KDB생명 인수를 검토한 후 실사 작업까지 했지만 결국 무산된 바 있다. 

함 회장은 올해가 임기 마지막 해인 만큼 비은행 사업 재편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이런 가운데 하나금융이 지난해 미수로 그친 인수합병(M&A)에 다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올해 롯데손해보험과 MG손해보험, KDB생명보험 등 보험사뿐만 아니라 롯데카드 등 카드사도 M&A 시장에 나올 것으로 점쳐진다.

◆  지속 가능한 성장 모색...신영토 확장 등

내실을 다지며 계열사 시너지 확대로 그룹 역량을 집결해 미래 생존전략을 모색하는 것 역시 함 회장이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이다.

함 회장은 지난달 4대 금융지주 회장 중 유일하게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정보기술(IT) 전시회 CES에 2년 연속 방문하고, 미국 시애틀 아마존 본사를 찾아 협력 가능성을 타진했다.

함 회장이 2년 연속 CES를 방문한 것은 최근 전 분야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올해 가장 중요한 기술로 꼽히는 만큼, 하나금융이 금융권에서 선제적으로 AI를 활용해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하나금융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혁신 기업들의 현장 방문을 통해 지속가능한 미래 성장 동력을 찾고, ‘아시아 최고 금융그룹’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그룹의 모든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그룹은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하나금융지주 그룹디지털부문 산하 데이터본부 조직을 'AI데이터 본부',하나 은행은 '금융AI부'를 신설하는 등 올해 그룹 차원에서 AI 사업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울러 함 회장은 엄격한 내부통제와 리스크관리 하에 내실과 협업 기반으로 글로벌 위상을 강화, 신영토 확장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글로벌 사업에서는 내실 경영과 협업을 통한 신사업 추진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의 글로벌 사업 핵심 거점은 인도네시아와 중국이다.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침체, 전쟁 등 여러 요인으로 두 법인은 급성장에 집중하기보다 리스크 관리와 내실 강화에 주력할 전망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글로벌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영업력 중심의 내실 강화, 세계 주요 권역 및 국가별 1등 금융기관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IB, 자금 등에서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에서 협업을 이뤄내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이와 함께 리스크 최소화 하는 방식으로 신사업 추진을 통한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