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오전 서울아산병원 인근에서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조합원들이 ‘병원 현장 상황 고발 및 전공의 현장 복귀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제공)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아산병원 인근에서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조합원들이 ‘병원 현장 상황 고발 및 전공의 현장 복귀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제공)

[서울와이어 김종현 기자]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증원 방침에 반발한 의사집단의 반발로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 정부는 의대 정원을 내년부터 2000명 늘리겠다고 배수진을 쳤고, 의사단체의 전위 행동대인 전공의들은  '결사항전'을 선언했다. 전국 주요병원 전공의 9000여명은 집단 사직서를 내고 현장을 이탈해 진료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목숨이 경각에 달한 환자들의 수술 일정이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이번 전쟁은 단지 의사 수를 늘리느냐 못늘리느냐의 문제만은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강고한 이기주의 집단을 국가가 통제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싸움이기도 하다. 의사들을 국민과 국가 위에 군림하게 방치하느냐 아니면 국가시스템 속으로 순치시켜 법치주의를 관철하느냐가 달렸다. 아주 단순화하면 의사 철밥통과 국민 생명안보의 전쟁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고령화의 급속한 진전 속에서 의료 수요는 늘지만 의사수가 너무 적어 헌법이 부여한 국민 건강과 행복을 제대로 지킬 수 없으며, 피부과나 성형과 등 돈 많이 버는 분야로만 의사들이 몰리면서 필수의료와 지역의료가 위협받고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의사들은 지금의 인구 감소 추세와 의사 증가율을 감안할 때 결코 의사 인력이 부족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여러 통계수치는 의사집단의 의대정원 확대 반대 논리가 설득력이 없음을 보여준다. 우선 인구 1000명당 의사수는 우리나라가 선진국 클럽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 수준이라는 사실은 이미 익히 알려져있다. 

특히 소아청소년과와 흉부외과 등 특정 진료분야와 지방 의료는 거의 붕괴 상태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의사수 확대를 통한 공공의료시스템의 보완도 시급해졌다. 연구자에 따라 의사 수급 진단이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2030년부터 2050년 사이 국내 의사 부족은 약 1만5000명에서 2만6000명대 수준이 될 것으로 본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의사들이 의대 정원 확대에 한사코 반대하는 이유는단 하나밖에 없다. 의사수가 늘어날 경우 파이가 작아져서 철밥통이 깨질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이다.

지금 지방 공공의료 기관은 연봉 3억~4억원을 줘도 의사를 구할 수 없다고 아우성이다. 국세청의 지난 2022년 기준 개업 전문의 사업소득 신고현황에 의하면 안과 의원 1곳의 연평균 소득은 6억8400만원이었다. 정형외과는 4억4600만원, 피부과는 3억200만원, 성형외과는 2억8500만원이었다. 

의사 수가 늘어나면 경쟁으로 인해 소득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잘 먹고 잘 살려 치열한 입시경쟁을 뚫고 가장 공부를 잘해 의사가 됐는데 수입이 늘기는 커녕 줄어든다면 의사 입장에서는 용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된데는 정부의 책임이 가장 크다. 지난 20년간 역대 정권들은 의사수를 늘리기 위해 애를 썼지만 국민 생명을 볼모로 한 의사단체의 반발에 밀려 백기를 들어왔다. 언론이나 시민단체의 잘못도 못지 않다. 의사 부족이 갈수록 심화됐는데도 이를 제대로 이슈화, 공론화하지 못했다. 이런 무사안일 속에서 의사집단은 세상의 변화와 요구에 귀를 막은 채 '달달한 고소득'을 구가하며 기고만장한 괴물이 됐다. 

이젠 더이상 이 문제를 덮고 갈수 없다. 지금 당장 의대 정원 확대에 나선다고 해도 양성 기간 등을 고려하면 10년 후에나 의사 수급에 숨통을 트게 될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좌고우면하지 말고 일시적으로 환자들에게 고통이 따르더라도 더 큰 국민 희생을 막기 위해 의대 정원 확대를 밀어붙여야 한다. 

정부는 정책적 필요에 따라 의사면허를 늘리거나 줄일수 있다. 의사단체와의 소통은 필요하지만 저들의 '결재'를 받을 일은 아니다.  지난 세월 의사단체는 정부의 의료인력 확충 방안에 진지하게 협조하거나 찬성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이들은 웬만한 선진국이면 다하는 원격의료조차 이기주의를  앞세워 반대했다. 밥그릇을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이런 불통집단,정부 정책에 반기를 들고 환자의 고통을 외면한 채 직업윤리를 내팽개치고 의료 현장을 떠난 사람들과 무슨 대화가 필요하다는 것인가. 

물론 윤석열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국민 절대다수가 찬성하는 의대 정원 확대 방안을 들고나온 것은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다. 윤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한 '신의 한수'라고 판단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표를 위한 것이더라도 국민 이익에 부합한다면 나무랄 일은 아니다.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권이 못했던 일 아닌가.  

의사단체들은 의료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에 대한 당국의 업무복귀명령과 수사 등에 대해 '의사를 범죄자로 몰고 있다'거나 '독재국가에서나 일어날 일'이라고 비난하고 있다고 한다.  유체이탈과 적반하장이 가관이다. 아픈 환자를 외면한채 거리로 뛰쳐나간 전공의가 범죄자 아닌가. 환자 생명을 볼모로 국민과 정부를 겁박하는 의사집단이 독재자가 아니고 뭔가. 

다만 큰 틀에서 의대정원 2000명 증원이 필요하다고 해도 당장 내년부터 강행했을 때 교육현장이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 교육이 허술해져 부실의사가 양산된다면 문제를 더 키울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급한 분야부터 단계적 증원을 통해 정부가 의도한 정책목표를 달성하는 방안도 검토해야한다는 뜻이다.  이 부분은 의식이 있는 의사들이나 학계, 여타 의료단체와 충분한 소통이 필요하다. 정부가 이를 의사단체의 반발에 굴복한 정책의 후퇴나 '타협'으로 받아들여선 곤란하다. 

  김종현 본사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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