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염보라 기자] "어떻게 보면 지금이 고객을 뺏을 수 있는 기회죠.(A은행)"

명분 없는 싸움에 KB국민은행이 멍들고 있다.

'노사 갈등'이란 부정적 이슈에 고객들은 피로감을 느끼고 있고, 경쟁사들은 이같은 틈을 비집고자 마케팅·영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반면 KB국민은행은 지연되는 임금단체협약(이하 임단협)에 역량이 분산돼 본연의 업무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은행도 직원도 고객도 '득(得)' 될 것이 없는 싸움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KB국민은행 노사 갈등은 봉합될 기미가 보이질 않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는 14일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사후조정을 신청한 데 이어 16일 KB국민은행과 허인 행장을 부당노동행위 등 혐의로 고용노동부 서울남부지청에 고발했다.

KB국민은행 노사는 지난해 수차례 교섭 끝에 12월 중노위에 조정을 신청했으나 두 차례에 걸친 조정회의에서도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이후 1차 파업을 단행, 최근까지 노사간 대화를 이어갔으나 끝내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노사간 엇갈리는 내용은 크게 △임금피크제 진입 시기 △페이밴드(직급별 호봉 상한제) △L0(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과정에서 별도로 마련한 정규직 직급) 근무경력 인정 여부 등 3가지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실 이번 임단협 쟁점이 파업까지 끌고 갈 내용인지는 의문"이라며 "임금피크제 진입 시기나 페이밴드의 경우 이미 사측에서 한발 물러나줬다. 노조의 주장만 관철하려는 태도는 결과적으로 노사 양측에 이득이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금융노조 내부사정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현 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상위 기관인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 선거에, KB국민은행지부 수석부위원장은 그 후임으로 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 선거에 출마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L0만 놓고 봐도 인원이 수천명이다. 결국 표를 얻기 위한 성과 쌓기 의도가 아니겠느냐"는 시각을 내비쳤다.

한편 노조는 중노위 사후조정에 실패할 경우 이달 말 2차 파업을 강행한다는 계획이다. 파업 장소로는 서울이나 수도권이 아닌 포천 등 지방 연수원을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파업 기간 역시 2~3일로, 지난 8일 하루짜리 파업보다는 파장이 더 클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노사 갈등이 길어지면서 경쟁 은행들은 'KB국민은행' 고객을 뺏기 위한 전략회의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무한경쟁 시대에 스스로 발목을 잡는 싸움은 결국 '리딩뱅크'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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