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체스코 교황 (자료사진, 로이터=연합뉴스)
프란체스코 교황 (자료사진, 로이터=연합뉴스)

[서울와이어 김종현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크라이나에 "백기를 드는 것도 용기"라고 한 발언에 유럽이 들끓고 있다.

11일 미국 NBC방송 등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이 최근 스위스 방송사와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를 향해 "국민을 생각해 백기를 들 용기를 갖고 협상에 나서는 사람이 강한쪽"이라고 했다. 

이에대해 당사국인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밤 연설에서 "러시아 살인자와 고문자들이 유럽으로 더이상 행진할 수 없는 것은 파란색과 노란색 깃발(국기) 아래 우크라이나인들이  무기를 들고 저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우크라이나의 집과 교회에 흰벽이 많았지만  지금은 러시아군의 포탄으로 그을려지고 폐허가 됐다"면서 "이는  전쟁을 끝내기 위해 누가 멈춰야하는지를 말해준다"고 목청을 높였다. 우크라이나는 결코  백기를 들지 않겠다는 뜻이다

바티칸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인 안드리 유라쉬는 "2차 세계대전 당시에도 히틀러의 노예가 된 사람들이나  히틀러와 싸우며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평화협상을 시작하자고 제안한 사람은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히틀러와의 휴전은 자살이자 죽음이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푸틴과의 휴전은 자살이자 죽음"이라고 말했다.  

나토의  옌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푸틴 대통령은 이 전쟁을 시작했고, 오늘  끝낼수도 있지만 우크라이나는 이런 선택권이 없다"면서 "항복은 평화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라트비아의 에드가르스 린케비치 대통령도 X에 올린 글에서 "사람은  악에 굴복하지 말고 맞서 싸워야 하며, 악을 패배시켜야 한다"면서 "백기는 드는 쪽은 악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과 우크라이나를 분노케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문제적' 발언이 이번만은 아니다. 작년 8월에는 러시아 청년들에게 "차르의 후예임을 잊지말라. 표트르 대제와 예카테리나 여제의 위대한 러시아를 물려받은 것을 잊지말라"고 했다가 비난을 받았다. 

전쟁 발발 직후에는 나토가 러시아를  자극하는 바람에 크렘린궁의 전면적 침공을 촉발했을 수 있다는 발언을 했다가 비판의 표적이 됐다.  

교황의  발언이 후폭풍에 휩싸이자 바티칸의 마테오 브루니 대변인은 "교황의 발언이 와전됐다. 우크라이나에 완전한 항복이 아니라 적대행위의  중단, 협상의 용기로 성취될 휴전을 지지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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