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염보라 기자] 금융감독원이 금융사 125곳의 연차보고서를 점검한 결과, 다수 기업이 내용을 부실하게 기재하거나 일부 항목을 누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지배구조 내부규범 및 지배구조 연차보고서 공시 대상 금융회사들을 대상으로 지배구조상 핵심적인 4가지 항목에 대한 공시 점검을 실시했다고 7일 밝혔다.

점검 항목은 △임원의 자격요건 △임원의 권한과 책임 △최고경영자․임원의 승계 △이사회 운영현황이다.

점검 결과, 임원의 자격요건과 관련해 78개사는 내부규범에 법령상의 소극적 자격요건을 그대로 인용하거나 적극적 자격요건을 누락하는 등 부실기재한 것으로 조사됐다.

65개사는 연차보고서에 금융회사가 정한 자격요건의 충족 여부 및 사유를 제시하지 않거나, 평가의 구체성이 결여됐다. 예를 들어 <금융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갖추고...(중략)... 리더십과 경영혁신 마인드 등을 두루 갖춘 자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이를 통해서는 대표이사 후보의 역량 등을 충분히 검토했는지 확인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임원의 권한·책임과 관련해서는 39개사에서 내부규범에 임원의 권한 책임을 주요 직무별로 구체화해 기재하지 않는 등 미흡 사항이 발견됐다. 사외이사가 이사회에서 제시한 주요 의견 및 안건별 찬성여부, 활동시간 등 일부 항목을 누락한 기업도 무려 97개사에 달했다.

최고경영자․임원의 승계와 관련해서는 30개사가 내부규범에 임원별 후임자 업무대행자 선정 방법 관련 내용을 누락하는 등 부실기재했다. 59개사는 연차보고서 상 후보군 상세현황 및 관리활동, 후보군 변동사항 등 공시를 누락하거나 두루뭉술하게 기재했다. 

이사회 운영현황 관련, 21개사는 내부규범에 이사회 보고 의결사항 및 위원회 권한 위임 항목을 누락하거나 부실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76개사는 연차보고서에 이사의 불참사유, 의결권 제한사유, 위원회 평가에 관한 일부 항목을 누락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사들은 공시의 어려움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차보고서 서식상 임원의 자격요건 유지 관련 사항을 반복해 기재하게끔 구성돼 작성 부담이 가중되며, 이사회 보고․결의 사항의 주요 내용 등 경영상 내밀한 정보의 적정한 공시 수준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 또 감독당국과 공시자료 작성 방향에 대해 논의할 기회가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었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금감원은 "해당 내용과 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공시서식의 합리화를 금융협회 등 유관기관과 논의할 예정"이라며 "향후 내부통제 및 지배구조 관련 검사 시 공시자료의 충실성 및 사실여부 등을 중점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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