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염보라 기자] 금융위원회가 키움·토스뱅크의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모두 불허했다. 키움뱅크에 대해서는 혁신성을, 토스뱅크의 경우 자금조달 능력을 문제 삼았다.

제3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계획을 접은 것은 아니다. 금융위는 3분기(6~9월)를 기약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하고 싶은 기업을 대상으로 다시 예비인가 신청을 받겠다는 것이다. 한차례 고배를 마신 키움·토스뱅크에게도 재도전의 기회가 열렸다.

그런데 벌써부터 김 빠지는 소리가 들린다. '과연 신청하는 기업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다. 재수생간의 경쟁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최악의 경우 아무도 도전하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인터넷전문은행 시장에 뛰어들 만한 '매력요소'를 찾기 힘들다는 것이 ICT 기업들의 중론이다. 게다가 이번을 계기로 깐깐한 심사 기준까지 확인했다.

(참고로, 정부는 지난해 말 ICT 자산 비중이 50%가 넘는 ICT 주력 기업이 인터넷전문은행의 지분을 34%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특례법을 제정한 바 있다. 이를 담은 인터넷전문은행법은 1월 17일부터 시행됐다.)

사실 이번 예비인가 건도 '흥행 참패'라는 평가가 많았다. 금융위는 당초 최대 2곳에 인터넷전문은행 신규 인가를 내주겠다고 공표했으나, 신청을 낸 곳은 키움·토스뱅크를 포함해 3곳에 불과했다. 네이버 등 주요 ICT 기업은 금융당국의 러브콜에 끝내 화답하지 않았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엄격한 규제가 문제다. 대주주 지위를 갖는 것부터가 어렵다. 현행법상 ICT 기업이 대주주가 되기 위해서는 최근 5년간 금융관련법은 물론 공정거래법 등과 관련해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지 않아야 하는데, 많은 대형 ICT 기업이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이 있다. 

앞서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한 KT(케이뱅크)도 이 부분에 발목이 잡혀 있다. 카카오(카카오뱅크)도 같은 이유에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 통과를 확답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지연되는 만큼 성장 속도는 더뎌질 수밖에 없다. 당장 자금수혈이 필요한 케이뱅크는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인터넷은행 특성을 반영해 대주주 적격성 기준을 조금 완화하는 것은 어떨까. 이러한 일환에서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24일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공정거래법 위반 등 요건을 제외하는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공정거래법을 남겨두더라도 2017년 인터넷전문은행을 처음 도입할 당시처럼, 공정거래법 가운데 불공정거래 행위를 제외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겠다.

ICT 기업으로 제한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요건을 넓히는 방안도 있다. 일례로 일본은 전자상거래회사 '라쿠텐', 유통업체 '이온' 등이 100% 출자한 인터넷전문은행들이 다양한 금융 혁신을 선보이며 승승장구 하고 있다.

나아가 혁신을 꿰할 수 있도록 사업 장벽을 낮추는 작업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빅데이터 활용을 위한 규제 완화 등이 대표적이다.

 

아무리 몸에 좋은 약초도 맞지 않는 토양 위에서는 제대로 클 수 없다. 그 땅에 누가 약초를 심으려 하겠는가. 물론 금융회사로서의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은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가 만들어 놓은 현재의 토양이 인터넷전문은행이 잘 클 수 있는 환경인지, 한번쯤 점검해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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