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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와이어] 외식업계에 배달료 논란이 일어났다. 치킨 업계 일각에서 인건비 상승 등을 이유로 배달 주문에 ‘배달료’를 받는다고 선포하니, 소비자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서는 모양새다. 소비자들은 배달료를 명목으로 메뉴값 인상을 하는 것이라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불경기에 더해진 배달료 논란은 쉬이 끝나지 않을 모양새다. 판매하는 쪽과 구매하는 쪽 입장이 첨예한 가운데 테이크아웃 업계는 난데없이 반사이익을 얻게 됐다. 

 

한 언론 기사를 보니 시장조사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배달 음식 이용 경험이 있는 15∼59세 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응답자 65%가 “배달료를 따로 내면서까지 배달 음식을 먹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79.9%는 “어떤 이유든 배달료는 왠지 지불하기가 아깝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고 답했고, 65.2%는 “배달료는 원래 음식값에 포함돼 있어야 하는 금액”이라고 말했다.

 

배달문화가 한국만큼 시스템적으로 잘 구축된 나라도 없다. 24시간, 휴일 없이, 어디서라도 배달해 먹을 수 있는 나라는 정말 흔치 않다. 이런 문화를 오랫동안 즐기니 당연히 문화적 관습이 생길 수밖에 없다. 생각에도 버릇이 들고 생각에 든 버릇은 행동으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음식점에서 배달을 시키면 당연히 메뉴값만 지출하면 되는 관습에 갑자기 제동이 걸리니 소비자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업체 쪽에서도 그들 나름의 사정이 있다. 특히 요즘 같은 불경기에 값 싼 가성비 좋은 음식을 파는 업체들은 배달료를 받는 것이 필요악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중저가 프랜차이즈 업체에서 15000원 짜리 피자 한판을 판다고 했을 때 원가가 절반을 차지한다. 그렇다면 7500원에서 이제 임대료와 인건비를 제외해야 하는데 천원씩만 계산해도 이제 5500원이 남는다. 거기에 배달업체에 용역을 맡기면 3000원이 날라가니, 결국 15000원 피자 한판 팔아서 2500원이 안 되는 돈을 수익으로 가져간다는 이야기다. 최저임금이 인상되고 임대료가 올라간 현 상황에서 배달료까지 업체가 부담하게 되면 장사를 하는 의미가 없어져 버린다.

 

배달료 논란은 누가 잘못했고 잘했는가의 문제가 아니다. 서로의 입장에 일리가 있고, 또 서로 서운 할만 하다. 경기가 살아나 기적적인 타협점을 찾으면 좋겠지만 그럴 경우는 희박하다. 결국 이 배달료 논란은 지리하게 이어져 갈 것이고 그럴 경우 소비자들의 지갑은 안 열리게 되고, 업체는 매출이 줄어들 것이다. 결국 불경기의 악순환이 계속 될 것이다.

 

이런 악순환의 가운데 테이크아웃 시장은 호재를 맞이 할 공산이 크다. 배달료에 대한 거부감을 직접 사다가 먹는 테이크 아웃으로 해결하려는 소비자들이 점차 늘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소비자들의 움직임을 읽었는지, 테이크아웃을 시행하지 않았던 외식업체에서 본격적으로 테이크아웃을 시행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포장용기와 방법에 공을 들이면서 배달 손님들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배달료를 따로 받는 것이 가격인상과 같다는 소비자들의 인식은 틀린 것이 없다고 본다. 하지만 아버님, 하느님보다 높으신 건물주님의 임대료 상승을 막을 도리가 없는 업체들의 하소연에도 조금은 귀를 기울이는 것이 어떨까 싶다. 아쉽고 속상한 마음 잠시 접어두고 서로를 이해해 보려는 움직임, 그것만으로도 세상의 온도가 조금은 더 높아지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글 : 권순만 한국창업능률개발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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