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네이버]

 

[서울와이어] 바로크 시대는 ‘카스트라토’라는 거세된 남자가수가 오페라 무대를 휩쓸던 때가 있었다. 카스트라토는 변성기 시작 전 남자를 거세 한 가수들이었고 그들의 목소리는 여성의 역할을 대신했다. 거세하면 풍부한 폐활량을 갖게 되고 미성의 높고 고운 목소리를 길게 노래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카스트라토로 인기가 있기되면 신분 상승이 가능했고 엄청난 부와 명예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사실 거세에 때문에 폐활량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었고 실제 엄청난 노력에 의한 것이었다. 또한, 출세하고자 카스트라토가 되기는 했으나 성공률이 저조하므로 무대 위에 서지도 못한채 폐인이 되거나 심지어 자살하는 경우도 있었다.

 

1994년 상연된 제라르 코르비오의 감독인 <파리넬리>는 카스트라토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이다.

 

나폴리의 한 광장에서 카스트라토와 트럼펫 대결에서 카스트라토인 파리넬리(스테파노 디오니시 분)가 이기면서 관중들에게 크게 환호를 받는다. 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일제히 ‘파리넬리’를 외치고 박수를 보낸다.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던 영국 왕실 작곡가인 헨델은 파리넬리를 불러 자신의 작품을 같이 공연하자고 제안한다. 하지만 파리넬리의 형 리카르도가 우리 형제는 같이 세트로 함께 한다며 거절한다. 파리넬리 역시 헨델의 얼굴에 침까지 뱉으면서 거부감을 보인다. 이 두 형제의 관계는 묘한 관계이다. 형이 노래를 작곡하고 동생인 파리넬리가 노래를 한다. 그리고 여자도 같이 나눈다.

1734년 파리넬리는 헨델과 라이벌 관계에 있는 그의 스승 포르포라를 돕기 위해 런던으로 향했다. 파리넬리의 화려한 기교로 파산 직전인 포르포라의 귀족극단이 회생하게 된다. 그 여파로 헨델의 극단은 실패하고 심지어 헨델의 단골 관객을 포르포라의 극단에 빼앗기기도 했다. 이 때문에 헨델은 파산하고 결국 오페라를 포기한 채 오라토리오로 방향을 돌리게 된다. 파리넬리는 점점 형 브로스키의 음악에서 염증을 느끼게 된다. 진정한 예술은 없고 관객의 관심만 끌기 위해 기교를 부리는 형의 음악을 멀리한다. 게다가 헨델의 예술성에 감격하여 헨델의 악보를 훔쳐 귀족 극단 무대에서 헨델의 아리아를 부르게 된다.

 

헨델의 오페라 《리날도》 중 <사랑하는 나의 신부여>
이 노래가 끝나고 막이 내린 사이 헨델은 파리넬리를 찾아와서 이렇게 말했다.

 “...형과의 결속을 지키기 위해 너는 내 얼굴에 침까지 뱉었지! 그리곤 나를 자네 같은 사람으로 만들었고 나의 상상력을 거세했어. 이제 나는 다시는 오페라를 쓰지 않을 걸세. 자네는 그걸 아는 첫 사람이자 모든 책임이 있는 사람이야. 신께 기도하게. 힘을 달라고. 내게서 훔친 오페라를 끝까지 부를 수 있도록 말이야”

 

파리넬리는 자신이 거세당했을 때의 과거를 회상하면서 그 유명한 《리날도》오페라의 <울게 하소서(Lascia ch’io pianga)>를 부른다.

《리날도》는 헨델이 1711년의 작곡한 오페라이며 <울게하소서>는 《리날도》 2막에 나오는 부분이다. 리날도의 내용은 이러하다. 1차 십자국 원정 무렵 사라센(중세 이후 유럽인들이 이슬람교도를 부르던 이름)의 왕 아르간테와 그의 연인 마르미다가 십자군에서 이기려고 계략을 짠다. 십자군의 영웅인 리날도를 없애기 위해 그가 사랑하는 약혼녀 알미레나를 납치한다. 알리레나는 마술 궁전에 갇혔으며, 그녀를 보고 반한 사라센의 왕 아르간테가 알레미나의 환심을 사려고 한다. 그러나 알미레나는 아르간테를 외면하면서 <울게하소서>를 부른다.

 

원제목은 <나를 울게 내버려두소서>이지만 <울게하소서>로 번역하여 사용된다.

 

[영화 파리넬리 중 ‘울게하소서]

 

<글: 김유나 컬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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