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피아노의 숲' 포스터]

 

[서울와이어] 사람들은 가끔 사전에도 없는 “깜이 안된다”라는 표현을 쓴다. 그릇이 안된다. 혹은 비교가 안된다는 의미를 거칠게 사용할 때 쓰는 말이다.

코지마 마사유키 감독의 영화 ‘피아노 숲’은 부유하고 영재적인 교육을 받은 소년과 가난하고 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자유분방한 아이에 대한 소위 “깜”이 안 되는 두 소년에 대한 성장과정 애니메이션이다.

 

도쿄에 살던 부유하고 외동아들인 초등학생 5학년인 아마미야 슈헤이(카미라류노스케 분의 목소리)는 우거진 숲이 있는 시골학교로 전학온다. 전학 오는 첫날 아마미야가 피아니스트가 꿈이라고 하자 덩치 큰 아이들은 숲에 비밀을 이야기한다. 근처 숲에 버려진 피아노가 있는데 평소에는 소리가 안 나지만 밤이 되면 피아노에서 소리가 난다고 겁을 준다. 숲속의 전설처럼... 그러나 아이 중 유일하게 이치노세 카이(우에토 아야 분의 목소리)는 숲에 피아노는 평소에도 소리가 나며 그 피아노는 자신의 것이라고 엉뚱한 이야기 한다.

 

친구들과 다른 의견을 가진 이치노세는 아마미야를 데리고 피아노가 있는 숲에 데리고 간다. 숲 한가운데에는 그랜드 피아노가 한 대 있었다. 피아니스트가 꿈인 아마미야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피아노 건반을 눌러본다. 역시 소리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치노세는 왜 소리가 나지 않느냐며 피아노를 치기 시작한다. 어째서 이치노세만 이 숲의 피아노를 칠 수 있는 걸까? 아마미야는 궁금해하면서도 이치노세의 피아노 선율에 반하고 만다. 그리곤 약간의 질투와 열등의식을 갖게 된다.

원래 숲속의 버려진 피아노의 주인은 아지노 소스케(미야사코 히로유키 분의 목소리)였다. 아지노는 지금 그들의 초등학교 음악 선생님이다. 아지노는 원래 세계적으로 유명한 피아니스트로 그의 피아노 건반은 아주 무겁게 제작된 것이다. 그러나 사고로 손을 다쳐서 더 이상 그 무거운 건반의 피아노를 칠 수 없었다. 아지노는 피아노를 버리고 초등학교 음악 선생님으로 부임하였다. 그 버려진 피아노가 숲에 있었던 것이다. 아마미야에게 숲속에 피아노의 전설은 거짓이며 실제 소리가 난다고 아지노 선생님에게 이야기한다.

아지노 선생님은 숲에 가게 되고 선생님 조차도 연주가 안되는 피아노 소리를 듣게 된다. 그것은 다름 아닌 이치노세였다. 아지노 선생님은 이치노세를 정식으로 피아노 가르치려 하지만 이치노세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차츰 마음을 연 이치노세는 아지노 선생님에게 피아노를 배우게 되고 콩쿨대회에 나가게 된다.

 

피아노 콩쿨대회를 앞두고 이치노세와 아마미야는 서로 경쟁을 하게 된다. 가난하고 거침없는 이치노세와 부유하고 소심한 아마미야의 성격적인 갈등이 전재된다. 그리고 아마미야에겐 깜이 안되지만 자신이 교육으로 얻을 수 없는 것을 가진 이치노세에 대한 질투와 알 수 없는 열등감 등이 묘하게 드러난다.
 
이 애니메이션이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은 둘이 친구이지만 피아노 콩쿨대회를 앞두고 경쟁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대처하는 태도이다. 이치노세는 진정한 음악은 음악가에 대한 모방이 아니라 나만의 색깔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이치노세를 질투하던 아마미야는 오히려 친구의 실력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우정이 참 예쁘게 표현된다.

콩쿨대회의 결과는 부유하고 교육에 길들어진 아마미야가 우승한다. ‘피아노의 숲’이 보여주는 내용은 자유롭고 개성적인 아이의 음악과와 영재교육을 체계적으로 받은 아이의 음악 중 어떤 교육관이 옳으냐가 아니다. 오히려 각각을 인정하고 서로를 응원하자는 따뜻한 의미가 내포되어있다.

이 애니메이션에서 콩쿨곡이자 주로 다루어진 곡은 모차르트 <피아노소나타 K.310>이다. 3악장으로 된 피아노 소나타 K.310 중 아마이야는 1악장을, 이치노세는 3악장을 다루고 있다. 

피아노 소나타 K.310는 모차르트가 피아노 소나타 22곡을 작곡 한 곡 중 최초로 쓴 단조의 곡이다. 그의 피아노 소나타는 4곡이 분실되어 현존의 곡은 18곡이다. K.310은 1778년 모차르트가 파리에 체류하는 동안 쓴 작품으로 단조로 쓴 최초의 소나타이다. 그 당시 모차르트의 심정은 개인적인 슬픔있던 때이다. 그러한 이유는 몸이 아픈 어머니의 죽음을 예감하고 있었고 모차르트가 처음 사랑했던 알로이지아와의 실연의 감정도 함께 들어있었던 시기이다.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K.310 중 1악장을 연주하는 아마미야]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K.310 중 3악장을 연주하는 이치노세]

 

<글: 김유나 컬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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