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서울와이어 염보라 기자] 지난해 기준 대기업집단 지주회사의 매출액 대비 내부거래 비중이 55%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집단의 소유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지주회사 제도가 오히려 총수일가의 지배력 확대, 사익편취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방증이다.

공정위는 3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지주회사 수익구조 및 출자현황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대상 기업은 △SK △LG △GS △한진칼 △CJ △부영 △LS △제일홀딩스(하림) △코오롱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동원엔터프라이즈 △한라홀딩스 △세아홀딩스 △아모레퍼시픽그룹 △셀트리온홀딩스 △한진중공업홀딩스 △하이트진로홀딩스 △한솔홀딩스로 총 18개사다.

지주회사 제도는 1986년 12월 경제력 집중 우려에 따라 설립 자체가 금지됐으나 1999년 외환위기 당시 기업구조조정 촉진과 대기업집단의 소유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제한적으로 허용된 바 있다.

공정위 조사 결과 지주회사의 주요 수입원이라고 할 수 있는 배당수익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40.8% 수준으로 집계됐다. 특히 부영(0), 셀트리온홀딩스(0), 한라홀딩스(4), 한국타이어(15), 코오롱(19)의 배당수익 비중은 20%도 되지 않았다.

반면 18개사의 배당 외 수익 비중은 43.4%에 달해, 배당수익 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배당 외 수익 항목에는 브랜드 수수료, 부동산 임대료, 경영컨설팅 수수료 등이 포함된다. 18개사 중 배당 외 수익 비중이 50% 이상인 곳은 8개사였다. LG(55), 한진칼(58.5) CJ(62.7), 부영(64) 등이다. 특히 셀트리온홀딩스(100),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84.7), 한솔홀딩스(78.8), 코오롱(74.7) 등은 배당 외 수익이 70% 이상을 차지했다.

특히 전환집단 지주회사 18개 모두 부동산임대료, 브랜드 수수료, 컨설팅수수료 중 최소 1개 항목을 수취하고 있으며, 이중 한국타이어, 동원, 세아, 아모레퍼시픽 등 4개사는 3개 항목 모두를 수취하고 있었다.
 

공정위는 "전환집단 지주회사는 보유 중인 자회사들의 지분율 평균이 낮을수록 배당 외 수익의 비중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며 "자회사 지분율을 평균적으로 낮게 유지하는 지주회사일수록 자‧손자회사로부터 배당 외 방식으로 수익을 많이 수취하고 있는 것인데, 지주회사의 수익 확보를 위해 자회사로부터의 배당에 의존하기 보다는 배당 외 수익을 확대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덧붙였다.

조사대상 지주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다. 전환집단 지주회사의 내부거래비중이 평균 55%에 달하는 가운데, 90%를 넘어서는 곳도 9개사나 됐다. 

하이트진로홀딩스는 내부거래가 100%였다. 제일홀딩스는 99.81%,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는 96.94%, LG는 95.88%, CJ는 95.14% 비중을 나타냈다. 코오롱(94.85%), 아모레퍼시픽그룹(93.88%), 한진칼(93.53%), 한솔홀딩스(92.46%)도 90%를 웃도는 내부거래 비중을 보였다.

문제는 거래 방식이다. 공정위 조사 결과 전환집단 지주회사의 배당외수익 관련 거래는 모두 수의계약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이에 대한 기업 내‧외부의 감시‧견제 장치는 미흡한 것으로 분석됐다.

배당 외 수익 거래는 대규모내부거래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50억원 미만)가 많아 대부분 지주회사는 물론 거래상대방 회사(자‧손자‧증손회사)에서도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 또 배당 외 수익 거래에 대해 지주회사는 물론 거래상대방 회사에서도 충분히 공시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공정위는 현재 운영 중인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위(기업집단분과)에서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 중이다. 향후 토론회‧간담회 등 외부 의견수렴을 거쳐 공정위의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공정위는 "현재 지주회사는 제도설계의 기본 전제가 된 장점이 충분히 발휘되지 못하는 상태에서 총수일가의 지배력 확대, 사익편취 등 수단으로 이용되는 등 부작용 우려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지주회사가 회사조직의 한가지 유형으로서 기업이 계속해 선택할 수 있는 여건을 유지하되, 총수일가의 과도한 지배력 확대 및 사익편취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는 방향으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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