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 두번째)이 3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일본수출규제대책 민·관·정 협의회 제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서울와이어 염보라 기자] 홍남기(사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일 "우리도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해 수출관리를 강화하는 절차를 밟아나가겠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연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수출규제에 대한 대응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날 오전 일본 아베 정부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 각의 결정을 통해 우리나라를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홍 부총리는 "지난 7월 4일 3개 품목 수출규제 시행에 이어 이번 백색국가 배제에까지 이르는 일련의 조치는 그간 양국이 어렵게 쌓아온 협력과 신뢰관계를 근본적으로 훼손시키는 행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에 정부는 일본 정부에 대해 강력한 항의와 깊은 유감의 뜻을 표하면서, 정당한 근거 없이 취해진 무역보복 조치들을 즉각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대법원 판결 문제에 대해서는 관련 당사자들과 양국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 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진지하게 협의에 나설 것을 재차 촉구하는 바"라고 강조했다.
 

◇ 159개 품목, 관리품목 지정… 소재·부품 공급 안정화 최선

 

정부의 대응책으로는 먼저 대일의존도가 높은 159개 전 품목을 관리품목으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대일의존도, 파급효과, 국내외 대체가능성 등을 기준으로 보다 세분화해 맞춤형으로 밀착 대응해 나가고자 한다"며 대응 전략 중 하나로 "보세구역 내 저장기간을 연장하고 수입신고지연에 대한 가산세를 면제하겠다"는 내용을 소개했다.

또 "소재·부품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도록 단기 공급 안정화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 일환으로는 "수출규제 관련 품목 반입 시 신속히 통관될 수 있도록 24시간 상시통관지원체제를 가동하고 서류제출 및 검사선별을 최소화해 물량 확보에 최선의 지원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언급했다.

이어 "새로운 해외 대체 공급처를 발굴할 수 있도록 조사비용 중 자부담을 50% 이상 경감하는 등 현지활동을 지원하고 대체 수입처 확보를 도와주는 거점 무역관을 각 지역별로 지정, 지정된 거점 무역관은 지역별 공급처에 대한 정보를 종합적으로 제공토록 하겠다"고 전했다.

아울러 "백색국가 제도와 관계없이 특별 일반포괄허가를 허용하는 일본 ‘CP기업제도’도 가능하다면 우리 기업들이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이에 대한 안내 및 활용도 적극 유도해 나가겠다"고 피력했다.

이밖에 소재·부품 부족 물량을 조속히 대체할 수 있도록 생산설비 신·증설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홍 부총리는 "수출규제 대응이 필요한 업체에 대해 제품개발 R&D 등 꼭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한시적으로 화학물질 등 인허가 기간을 대폭 단축하고, 특별연장근로의 인가 및 재량근로제의 활용을 적극 도모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 피해기업 예산·세제·금융 지원… 설비투자·M&A 등 다각도 검토
 

피해기업에 대한 예산·세제·금융 등 정부지원도 약속했다.

먼저 "소재·부품·장비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사업예산 2732억원을 국회 추경 심의 시 우선 확보하고, 본격적인 소요예산은 현재 편성 중인 2020년 예산안부터 획기적으로 반영해 나간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와 함께 "소재·부품·장비 분야의 기술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R&D 및 시설투자 세액공제 적용대상을 확대하겠다"며 "일본의 수출통제로 인해 대체국에서 해당물품이나 원자재를 수입할 경우 기존 관세를 40%p 내에서 경감해주는 할당관세를 적용하여 업체의 부담을 경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밖에 "일본 수출 규제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을 위해 국세 납기 연장, 징수 유예, 부가가치세 환급금 조기 지급, 세무조사 유예 등 다각적인 세정지원조치도 추진하겠다"고 피력했다.

아울러 "피해기업 대상 대출‧보증 만기연장을 추진하고, 최대 6조원의 운전자금을 추가 공급하겠다"며 "소재‧부품기업 대상 정책금융 지원프로그램을 신속히 집행하고, 설비투자‧R&D‧M&A 자금수요도 다각도로 지원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한 대책도 마련했다.

홍 부총리는 "주력산업 공급망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100여개 전략 핵심품목을 중심으로 R&D 등에 매년 1조원 이상 대규모로 추가 지원해 나가고, 자립화가 시급한 핵심 R&D에 대해서는 예타면제, 세액공제 등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해외 핵심기술 확보, 해당 전문기업 M&A 등을 적극 뒷받침하기 위해 별도의 펀드조성을 추진함은 물론 해외 M&A 인수금융 지원, 소재·부품·장비 M&A 세제지원 등도 적극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 WTO 제소 준비 박차… 국제공조 노력 속도

대외적인 계획과 관련해서는 "여러 통로를 통해 일본 정부에 이번 조치가 철회되도록 강력히 요구하고 양자협의 재개를 촉구할 것"이라며 "일본 조치의 부당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감대를 만들어내려는 국제공조 노력도 가일층 속도내겠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의 안전과 관련한 사항은 관광, 식품, 폐기물 등의 분야부터 안전조치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는 말로 일본으로의 관광, 수입 기준을 강화할 것임을 시사했다.

또 "WTO 제소 준비에도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그간 주력해왔던 주요국·국제기구·신평사 등에 대한 아웃리치에도 더 적극적으로 전개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대책'을 다음주 중 확정, 발표할 계획이다. R&D와 관련해서는 핵심 원천소재 자립역량 확보를 목표로 R&D 투자전략 및 프로세스 혁신 등을 담은 범정부 차원의 별도 종합대책을 이달까지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따른 정부 지원 등 내용은 '전략물자관리원에 관련 전용 홈페이지(http://japan.kosti.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bora@seoulwire.com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