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4일 오후 국회에서 일본의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명단) 배제 조치에 따른 대응방안을 논의하는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낙연 국무총리, 이 대표, 이인영 원내대표. / 사진=연합뉴스

 

[서울와이어 염보라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4일 내년도 본예산 편성에 일본 경제보복 대응 예산을 '최소 1조원 플러스 알파' 규모로 반영키로 했다.
 

당정청은 이날 국회에서 고위당정청협의회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조정식 당 정책위의장은 회의 후 브리핑에서 "우리 산업 핵심 요소인 소재, 부품, 장비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최우선 순위를 두고 예산, 법령, 세제, 금융 등 가용 정책 수단을 총 동원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은 이번 추경에 반영된 일본수출규제 대응 예산을 정부가 적재적소에 신속히 지출해줄 것을 촉구한다"며 "내년 본예산에도 최소 1조원 플러스 알파가 집중 투자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2021년 일몰 예정인 소재부품특별법을 소재부품장비로 확대하고, 상시법으로 전환해 제도적 정비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당정청은 핵심 전략 품목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 확대,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등을 지원키로 했다. 공공 연구소의 전문 인력을 민간 기업에 파견하고, 해외 전문 인력의 유치를 지원하는 등 연구 인력 확보를 뒷받침하기로 했다.

이같은 대책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범정부적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위원회도 구성한다. 위원장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직접 맡는다.
 

당정청은 이와 별도로 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제안에 따라 정세균 전 국회의장을 좌장으로 최재성 당 일본특위 위원장,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노형욱 국무조정실장,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 참여하는 일일 점검 대책반을 가동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한편 이날 당정청은 모두발언에서 "과감하고 선제적인 대응으로 피해를 최소화는 한편, 국내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대일 의존도를 낮추는 기회로 삼자"면서 '전화위복'이라는 단어를 여러 차례 입에 올렸다.

이해찬 대표는 모두발언을 통해 "한국에 대한 경제 전쟁을 선포한 명백한 도발 행위"라고 규정하며 "한 번은 넘어야 할 산, 건너야 할 강이고 과감하고 선제적인 대응으로 피해를 최소화해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럴 때일수록 당정청의 노력이 선행돼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며 "무엇보다 정부가 관련 기업을 철저하게 보호한다는 의지가 분명해야 한다. 의지가 분명할 때 기업도 위기를 넘을 수 있다"고 피력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일본 아베 정부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결정은 한일 경제 전쟁을 국지전을 넘어 전면전으로 확장한다는 선전 포고"라며 "모든 정치 세력은 국민과 혼연일체가 돼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기술 독립에 주력해야 한다"며 "신흥무관학교가 독립운동의 핵심 인재를 키운 것처럼 수많은 다양한 기술 무관학교가 들불처럼 중흥하도록 경제적, 재정적, 정책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국회는 경제 임시정부를 자임한다는 비상한 각오로 임해야 한다"며 "정부가 우선 요청한 소재·부품 특별법의 상시법 전환부터 신속히 처리될 수 있도록 상임위 활동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낙연 국무총리 역시 "정부는 일본의 경제 공격에 대해 상세한 산업 대책을 착실히 이행해 전화위복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소재·부품 산업을 키워 과도한 대일본 의존을 탈피하고 산업의 저변을 넓히는 것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적 분업 체계를 다지는 것 △제조업을 새롭게 일으키는 것 △청장년의 일자리를 늘리는 것 등 정부가 추진할 4가지 당면 과제를 소개했다.

이 총리는 "이번 사태가 없어도 가야 할 방향이었다"며 "정부는 이미 발표했거나 발표할 대책을 일관되게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대책을 기업과 정치권에 그때그때 설명하겠다"면서 "기업의 협조를 부탁하며, 정치권도 경제의 바람직한 미래를 위해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도 "단기적으로 피해가 없지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실장은 "정부는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고, 열린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열심히 준비해왔다"며 "그동안 우리 사회가 결정하지 못한 여러 중요한 현안을 해결하는 계기로도 삼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2일 오전 아베 신조 총리 주재로 각의(국무회의)를 열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명단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을 규제하는 1차 경제보복에 따른 2차 조치다.

bora@seoulwire.com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