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나무위키]

 

[서울와이어] 슈만(Robert Schumann, 1810-1856)은 1833-1835년 사이에 《사육제》Carnaval Op.9 모음곡을 작곡했다. 연가곡처럼 연작 원리를 피아노곡에 적용한 이 작품은 짧은 성격소품(Character Piece)이다.

 

《사육제》는 슈만의 초기 피아노 작품이지만 슈만이 추구하는 세 가지 사상이 잘 담겨 있다.

 

■ 첫째는 음악과 문학의 연관성이다. 

서적상을 하셨던 슈만의 아버지와 슈만은 장 파울(Jahann Paul Friedich Richer, 1763-1825)을 존경했다. 슈만이 처음 입문한 소설가로 슈만은 1828년 무렵까지 장 파울의 모든 작품을 읽을 정도로 심취했다. 장파울에서 나타나는 상반되는 성격, 간결성, 수수께끼, 피라미드 등에 대한 언급은 훗날 슈만의 음악적인 부분에도 크게 작용하였다. 슈만은 예술의 기본적인 본질은 시적(Poesie)이며 문학과 접목된 음악은 단순, 감정의 명확함, 자연스러움이 드러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 둘째는 표제음악의 성향이다. 

슈만은 1834년 『음악신보』 음악잡지를 창간하고 편집장을 하면서 다비드 동맹회원들을 피아노곡 《사육제》에 출현시켰다.

《사육제》의 표제들은 다비드 동맹의 회원들로 슈만의 상상 인물 혹은 가상 인물일 수 있고, 실제 인물일 수도 있다. 구성원들은 슈만의 이중적인 자아를 드러내는 인물도 있다. 

코메디아 델아르테에서 따온 ‘피에로’, ‘아를르캥’ 등이 있고, 슈만의 상반되는 자아인 지적이고 몽상가다운 ‘오이제비우스’, 활달하며 열정적인 ‘플로레스탄’이 있다. 실제 인물은 ‘키아리나’, ‘쇼팽’, ‘파가니니’ 등이 있고, 카니발에 적합한 ‘고귀한 춤’ 혹은 상황을 나타내는 ‘재회’, ‘산책’ 등이 있다. 그리고 사육제와 관계 없는 ‘스핑크스’, ‘나비’, ‘춤추는 글자들 ASCH-SCHA’ 등의 표제들로 되어있다. 

슈만이 표제를 붙인 것은 청중에게 음악 외적인 시적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기 위함이었고 이 시기에 전형적인 것이었다. 

 

■ 셋째는 모음곡의 부제인 ‘4개의 음표 상의 작은 정경들(Scènes mignonnes sur quatre notes)’

 

《사육제》에서 은근하게 내면을 구성하는 A,Eb,C,Bb에 대한 음들에 대한 조합이다.

슈만은 클라라 슈만을 사랑하기 이전 1834년 비크의 문하생으로 들어온 피아니스트 에르네스티네 폰 프리켄(Ernestine von Fricken, 1816-1844)과 약혼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녀가 사생아라는 것을 알게 되어 파혼해 버렸다. 

한때 사랑한 에르네스티네의 집은 Asch라는 보헤미아의 지명이다. Asch는 음표로 하면 s는 독일어로 E♭음, H는 B음이 된다(A-E♭-C-B♭). 또한, 슈만 자신의 음의 철자인 SCHumAnn의 조합으로 S-C-H-A을 나타내기도 한다. 

 

《사육제》 악보를 통해 표제 속에 숨은 슈만의 심리상태를 느껴보자.

 

 

<글 : 김유나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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