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염보라 기자] 2019년 상반기 손해보험회사 경영실적(잠정) 자료가 2일 나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흐리다 못해 먹구름만 가득히 낀 성적표다.

업계 전체 순이익이 1년새 6000억원 이상 빠져나가며 1조원대에 그친 가운데, 주업인 보험영업 손실액이 1조1132억원에서 2조2585억원으로 두 배 이상 뛰었다.

그나마 1조원대 순이익을 낼 수 있었던 건 투자영업 이익(4조2927억원)이 제법 쏠쏠했던 덕분이다.

그렇다면 보험영업 손실이 커진 건 보험사의 영업력이 퇴보(退步)한 탓일까?

해당 자료를 보면 원수보험료(보험계약자로부터 받아들인 보험료)는 1년 전과 견줘 오히려 2조원 가까이 늘었다. 즉 영업을 잘 해서 들어오는 보험료는 늘어났지만, 이보다 더 많은 돈이 빠져나갔다는 의미다.

업계는 손해율(받은 보험료 대비 지출한 보험금 비율) 상승을 그 원인으로 꼽고 있다.

실제로 손해율 상승 요인이 발생한 자동차보험과 실손의료보험은 손실 규모가 확대되며 올해만 3조원 적자가 점쳐지고 있다.

상반기만 봐도 자동차보험 적자 규모는 작년 31억원에서 올해 4184억원으로 100배 이상 급증했고, 실손보험을 포함한 장기보험 손실 규모는 무려 2조1263억원에 달했다. 

일단 금융당국은 각사의 자정 노력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업비를 절감해 손실을 메우라는 것이다. 

물론 각사의 경영 내실화 노력은 필요하다. 하지만 "너희가 알아서 잘 하라"며 책임에서 한 발 물러서 있는 금융당국의 모습은 썩 좋아 보이진 않는다. 손해율이 정부 정책 변화 등 외부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사업비 절감으로 메울 수 있는 손실 폭도 한계가 있다.

업계의 자정 노력을 유도하기 위한 감독과 검사는 그대로 실시하되, 손해율이 높아진 원인이 무엇인지 하나하나 뜯어보고 손해율을 낮추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당국으로서의 좀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면 어떨까 싶다. 밑 빠진 독에는 물이 차지 않는다.

bora@seoulwire.com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