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미국과 중국이 10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고위급 무역협상에 나선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주 좋은 협상이었다”며 이튿날 재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미 상무부가 중국 신장(新疆) 위구르족에 대한 인권탄압을 이유로 중국 기관과 기업 28곳을 제재리스트에 올리면서 난항 기류가 흘렀던 미중 무역협상이 부분적 합의로 마무리될 수 있다는 기대가 속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트위터에서 “중국과 협상하는 중요한 날”이라며 “그들은 합의하길 원한다. 하지만 나는?”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일(11일) 백악관에서 (중국) 부총리를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무역협상 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우리는 중국과 매우 매우 좋은 협상을 했다”며 “우리는 매우 잘하고 있다. 우리는 내일 바로 여기에서 그들을 볼 것”이라고 중국과의 협상과 관련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CNBC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류허(劉鶴) 부총리가 이끄는 중국 협상 대표단은 이날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등 미 대표단과 만나 무역 분쟁 해결을 위한 고위급 무역협상에 나섰다.

류 부총리는 오전 9시께 USTR에 도착해 라이트하이저 대표와 므누신 장관의 안내를 받아 협상장으로 들어갔다. 이후 므누신 장관은 오후 4시 직전에 협상장을 떠났고 류 부총리는 므누신 장관이 떠난 지 약 1시간 뒤 회담장을 나섰다.

양국의 고위급 회담은 지난 7월 말 상하이 회담 이후 약 3개월 만이다. ‘빅 딜’을 원하는 미국과 ‘부분적 합의’를 노리는 중국의 입장이 충돌하는 가운데 사전 조율을 위해 지난 7~8일 워싱턴DC에서 열린 미중 차관급 실무협상도 큰 성과 없이 끝났다.

이에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국과 중국이 실무협상에서 진전을 보지 못했다며 당초 10~11일 이틀로 예정됐던 고위급 협상 일정이 하루로 단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양국의 13번째 협상이 미국의 고집으로 교착 상태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요구하는 것은 농산물과 통화 분야에 국한된 ‘부분적인 합의’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인상을 회피하는 것이다. 반면 미국은 자국 기업에 대한 기술이전 강요과 중국 기업에 대한 정부 보조금 지급 중단 등 구조적 문제 해결을 주장하고 있다.

협상을 앞두고 미국이 중국의 인권 문제를 이유로 제재에 나서자 중국 당국이 “내정 간섭”이라며 강하게 반발하며 국제사회에서는 협상 난항 전망이 확산됐다.

대중 강경파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전날 “우리는 중국에게 미국의 이익을 훼손하는 구조적 문제에 적극 대처하라고 촉구했다”며 부분 합의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하지만 장기화하는 갈등 국면에 양국이 협상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고 있는 분위기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고위급 협상 직전 “냉정하게 분석할 때 고위급 협상은 상당히 힘들 것이고 결과도 매우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협상 후 신화통신은 “(중국 측이) 매우 성실하게 임했으며 무역수지, 시장접근, 투자자 보호 등 상호 핵심 이슈에 대해 미국과 진지한 교류를 할 용의가 있다”고 보도했다.

호주를 방문 중인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도 ‘미중이 스몰딜에라도 합의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예단하기 어렵다”며 다소 유화적인 답변을 했다.

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류 부총리와 직접 만난다고 밝힌 것은 협상 타결의 긍정적 신호로 볼 수 있다며 미국이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일부 완화하는 등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한 게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WSJ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협상 개시 전 미국 기업이 화웨이와 거래하지 못하게 한 규정을 일부 완화했다. 미국의 국가안보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제한적 승인을 하는 방안에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했다는 것. 

화웨이 거래 승인이 언제 시작될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CNN은 “(화웨이 제재 일부 완화로) ‘빅 딜’은 어렵지만 ‘스몰 딜’이 성사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오는 15일 2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현행 25%에서 30%로 올린다는 방침이다. 중국은 대두(콩) 등 수입 확대를 제안하며 관세 인상을 피하려 하지만 관세 인상이 현실화할 경우 보복 조치에 나서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번 회담이 결렬될 경우 미중 무역전쟁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ㅈ일각에서는 ‘스몰 딜’이 성사될 경우 오는 11월 칠레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회담 성사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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