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정부가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을 발표 후 본격 시행에 돌입을 예고한 가운데, 부동산 전문가들은 일단 이들 적용 지역의 재건축 아파트값은 상승세가 주춤해질 것으로 예상했다../사진=연합뉴스

 

[서울와이어 김상준 기자] 6일 정부가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을 발표 후 본격 시행에 돌입을 예고한 가운데, 부동산 전문가들은 일단 이들 적용 지역의 재건축 아파트값은 상승세가 주춤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날 오전 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 강남4구와 이른바 마용성(마포·용산·성동)을 중심으로 서울 27개 동을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최종 적용 대상 지역으로 발표했다.

이곳 민간택지에서 일반 아파트는 조만간 관보에 게재되는 날 이후, 재개발·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내년 4월 29일 이후 입주자 모집공고를 신청한 단지는 분양가가 제한되고 5~10년의 전매제한 및 2~3년의 실거주 의무를 부여받는다.

분양가 상한제 규제가 재건축·재개발·리모델링 등 정비사업에 한정되고, 일부 상한제 대상 제외지역이나 신축 아파트로 수요자들이 몰리는 등 풍선효과에 대한 우려도 여전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강남권은 거의 구 전체가 상한제 대상 지역이 됐지만 마·용·성은 일부, 영등포구는 1개 동만 지정되면서 동별 핀셋 규제의 의미는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며 "상한제 대상 지역 재건축 단지 가운데 내년 4월 유예기간까지 일반분양이 어려운 단지들을 중심으로 가격 하락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 정비사업의 사업성이 떨어지게 되면서 사업 추진의 동력을 잃게 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미 오래전부터 예고된 상황이지만 재건축 사업이 상당부분 추진됐거나 당장 일반분양이 임박한 곳이 아닌 초기 단지들은 사업이 상당기간 지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부동산전문위원도 "초기 재건축 단지는 안전진단 강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분양가 상한제까지 3중 규제를 받게 되면서 사업이 어려워지고, 투자수요도 위축될 것"이라며 "다만 초저금리로 시중의 유동자금이 많은 만큼 재건축 가격이 급락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내년 4월29일까지 일반분양이 가능한 재건축 단지들은 상한제를 피한 만큼 매수세가 몰릴 가능성도 있다.

반면 상한제 비대상지역이나 신축아파트로 자금이 쏠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산업실장은 "이번 지정에서 제외된 목동이나 흑석뉴타운·재개발 사업지 등으로 투자수요가 몰릴 수 있다"면서 "정부가 과열지역을 추가 지정한다 해도 신축 등 기존 아파트로 쏠리는 관심까지 막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핀셋 지정으로 공급 위축 우려를 막겠다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형평성 논란 또는 풍선효과 우려로 인해 계속해서 대상지역 지정이 늘어나면 핀셋지정이 의미가 없게 된다"며 "공급 부족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는 분양가 상한제를 전면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효주 참여연대 주거담당 간사는 "전체 468개 동 가운데 27개동 지정이면 5∼6%밖에 안 된다"며 "규제받지 않는 지역에 대해서는 집값 상승 등 풍선효과 우려가 있는 만큼 전체를 상한제 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청약시장은 계속해서 과열 양상이 나타날 전망이다. 상한제 대상 아파트를 비롯해 내년 4월 상한제를 피해 내놓는 아파트들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규제로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기 때문이다.

직방에 따르면 이번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지역에서 내년까지 분양계획 잡힌 단지는 11개 단지 2만6천917가구로, 이 가운데 일부는 상한제를 피하고, 일부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을 전망이다.

함영진 빅데이터랩장은 "청약가점에 높은 무주택자들은 무조건 청약을 노릴 것"이라며 "시세보다 싼 분양가를 찾는 수요로 인해 청약과열이 나타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위원은 다만 "상한제 아파트는 분양계약후 최장 10년간(입주후 7년) 전매가 제한되고, 의무거주기간도 있어 묻지마 청약보다 무주택·실거주 수요 중심으로 청약시장 재편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번 분양가 상한제 시행으로 인해 전세시장이 불안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강남 등 일부 지역은 전셋값이 한 달 새 5000만∼1억원 이상 급등하고 있다.

상한제 시행에 따른 청약 대기수요 증가, 자사고 폐지·정시 확대 등 입시제도 변화가 전셋값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권대중 교수는 "이번 핀셋 지정과 맞물려 내년에 전월세 신고제와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이 도입되면 단기적으로 전셋값이 뛰면서 시장이 더 불안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상한제 시행 이후에도 집값이 잡히지 않을 경우 추가 대책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한다.

국토부도 "시장 불안이 재현될 경우를 생각해 추가대책을 준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당장 꺼낼 쓸 카드는 마땅치 않다. 일단 정부는 실거래가 합동 조사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김현미 장관도 이날 주거정책심의위원회 모두 발언에서 "현재 진행 중인 자금조달계획서 점검도 최고 수준으로 강도를 높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일각에서는 1주택자의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을 축소하는 방안과 함께 다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를 더욱 강화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으나 구체적으로 검토된 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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