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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와이어] 장사를 시작하기 전 실패를 예감하고 뛰어드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하지만 장사를 시작하는 이들 중 누군가는 망하고, 그 누군가가 바로 내가 될 수 있다. 통계청 국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자영업 폐업률은 전년 대비 10.2%포인트 높은 87.9%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음식, 숙박업과 도ㆍ소매업 등 자영업 4대 업종은 지난해 48만3985개가 새로 생기고, 42만5203개가 문을 닫았다. 10개가 문을 열면 8.8개는 망한 셈이다. 이에 업종변경으로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이들이 늘고 있지만 그마저도 절대 녹록하지 않다. 

 

장사를 하다 업종변경을 생각하게 되는 경우는 다양하다. 손님이 뜸해 장사가 안 될 경우, 내가 택한 업종이 유행이 지났을 경우, 경쟁업체가 너무 많이 생긴 경우, 딱 먹고 살 만큼만 벌고 매출이 오르지 않는 경우 등이다. 이럴 때 폐업을 하고 다른 곳에서 장사를 하려고 해도 손에 남은 돈이 얼만 안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는 지인의 경우 1억 5천 만원을 투자해 권리금도 못 챙기고 보증금만 간신히 챙겨 나온 사례가 있다. 

 

손해 본 것이 너무도 아까워 폐업을 하지 않는 이들은 지인이나 검색 등을 통해 업종변경을 시도한다. 소정의 금액만 있으면 완전히 다른 가게로 변신을 시켜준다는 업종변경 광고를 수없이 접한 뒤 일 것이다. 이 글을 보고 있는 그 누군가 라도 지금 당장 ‘업종변경 창업’을 인터넷 검색창에 쳐보시길. 수많은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업종변경을 파고들어 점주를 흔들어 대고 있다. 업체가 많다는 것은 허수도 상당부분 존재한다는 이야기다. 업종변경을 미끼로 점주들을 더욱 곤란한 상황에 내몰리게 하는 업체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이를 거르고 선택하는 것은 오로지 점주의 몫이다. 다만, 필자는 점주들이 업종변경을 할 때 반드시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이 어떤 부분이 있는지에 대해 몇 가지 짚어 줄 수는 있다. 

 

일단 기존 매장에서 사용하던 인테리어와 주방 설비, 집기 등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가급적 비슷한 종류의 업종으로 재창업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렇게 되면 아직 멀쩡한 집기들을 아낄 수도 있고 괜한 돈을 쓰지도 않게 된다. 또한 유행성 아이템을 절대 지양해야 한다. 유행성 아이템은 말 그대로 단기적으로 고수익을 보장할 수 있다. 하지만 유행 시기가 지나면 이미 그 일대는 똑 같은 아이템으로 창업을 수 십 개의 매장이 진을 치고 있을 것이다. 유행 아이템을 업종변경으로 고른다는 것은 절대 고려 대상이 되어선 안 된다. 업종변경을 고려하고 있는 이들은 지속적인 수익창출이 가능한 아이템을 고르는 안목을 반드시 키워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인천지역을 중심으로 가맹사업을 펼치고 있는 ‘手(수) 코미치’가 눈에 띈다. 착한 업종변경을 해주고 있다. ‘원팩’ 공산품 위주였던 이자카야 안주가 아닌 반수제로 매장에서 직접 요리를 해 제공하는 ‘수 코미치’는 기존에 있던 집기와 시설 등을 되도록 그대로 사용하도록 하면서 냉장고와 냉동고는 무상으로 대여해 주고 있다. 점주 하나에 직원 한 명 두고 일하는 것이 가능해 최저임금 인상 여파도 받지 않는다. 단, 아무나 점주가 될 수는 없다. ‘수 코미치’는 반 수제 제품을 요리 할 수 있고 그럴 의지가 있는 사람만 선별적으로 가맹사업을 내준다. 특히 3주간 실시 되는 점주 교육은 혹독하다고 소문이 나 있기 때문에 쉬엄 쉬엄 장사를 할 목적인 사람은 애초에 노크도 하지 말아야 한다. 

 

필자는 업종변경에 있어서 프랜차이즈 본사에서도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프랜차이즈 업계에선 업종변경을 타겟으로 다양한 DB발송부터 경쟁사 SV를 스카우트 하는 등의 방식으로 다양하게 업종변경 영업을 해왔다. 하지만 단순히 가맹점을 늘리기 위한 업종변경 권유라면 점주를 두 번 죽이는 꼴이다. 실패의 쓴 맛을 본 이에게 그에 맞는 업종변경 창업을 권유하고 개설해 주는 것이 맞지, 자사 브랜드 가맹점 늘리기에 급급한 프랜차이즈 본사들의 행태는 지탄받아야 마땅하다. 상생을 입으로만 부르짖지 말고, 업종변경을 하는 이들의 마음을 진정 헤아려 줄 주 아는 프랜차이즈 본사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 : 권순만 한국창업능률개발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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