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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와이어 염보라 기자] 10일 여야가 20대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열고 비(非)쟁점 민생법안 16건을 처리했다.

보험업계의 염원이었던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본회의 처리 대상 법안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해서다. 당초 전날 법사위 본회의에서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회의 자체가 열리지 않았다. 예산안을 둘러싸고 파행이 일어 애꿎은 데이터 3법만 제자리걸음 했다.

남은 임시국회에서도 통과되지 못하면 데이터 3법은 자동으로 폐기 처분된다. 

◇ 보험업계 염원 데이터 3법… "의료정보 공유로 '고객 맞춤 보험료' 완성해야"

데이터 3법 통과는 보험업계의 염원이다. 보험료(고객이 보험사에 내는 돈)를 보다 합리적으로 산정하기 위해서다.

먼저 보험 가입 단계에서 고객의 병력에 걸맞는 보험료율을 산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건강고위험군 고객이 자신의 병력을 속이고 보험에 가입하는 경우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현재도 보험 가입 시 자신의 병력을 보험사에 의무 고지하도록 하고 있으나, 이를 이행하지 않는 고객들이 일부 있다는 업계 설명이다. 

A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가 고객의 의료기록을 열람할 수 있다면 아무래도 건강고위험군에 속하는 가입 고객에게 보험료 할증을 붙이는 등 조치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통해 막대한 규모의 '보험금(보험사가 고객에게 지급하는 돈) 누수'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보험료 산정 기준 세분화도 가능해진다.

현재는 보험료 산정 시 성별·나이·직업 등을 기준으로 퉁쳐서 보험료를 산정하고 있는데, 이 기준을 보다 세분화하면 보험계약자별 보다 합리적인 보험료를 적용할 수 있게 된다.

B손해보험사 관계자는 "보험료 산정 요소들을 세분화해야 한다는 업계 의견이 있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의료기록)데이터의 자유로운 공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의료기록 데이터를 확보해도 보험료 산정 기준을 세분화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란 의견도 있다. 기준을 어디까지 세분화할지, 보험료율을 어떻게 산정할건지 등 합의를 이루는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다. 

이에 대해 C생명보험사 관계자는 "개인별 보험료 산정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건보공단(건강보험공단) 진료기록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퉁쳐서 손해율, 보험료를 책정하는데 이 경우 손해를 보는 소비자도 생길 수 있다"며 "비용이나 품이 많이 들어서 힘들겠지만 궁극적으로 가야 하는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 "中 핑안보험을 잡아라"… 빅데이터로 신성장 동력 확보

이밖에 빅데이터화(化) 된 의료기록을 활용한 혁신상품 출시도 기대된다.

미국 경제잡지 포춘은 '2019 글로벌 500대 기업'에서 한국 삼성생명을 426위로, 중국 핑안보험을 28위로 선정했다. 2009년만해도 삼성생명은 316위로, 핑안보험(383위)보다 앞섰다.

무엇이 핑안보험의 '쾌속 성장'을 이끈 것일까. 업계는 빅데이터의 활용을 손꼽았다.

핑안보험은 수많은 의료기록을 빅데이터화 해 △인공지능(AI) 의사가 진료하고 약을 처방하는 '1인 무인 진료소' △차량 수리비 견적을 3분 내로 뽑아내는 '초고속 현장 조사 시스템' 등을 운영 중이다. 이를 기반으로 2017년 시가총액 기준 세계 1위 보험사에 오르는 '괴물 보험사'로 성장했다.

이런 이유에서 손해·생명보험협회를 비롯한 8개 금융기관은 지난 9일 공동성명서를 내고 "이번 회기에 데이터 3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다면 AI, 플랫폼 산업에서의 국제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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