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버 영화에서 캡쳐]


[서울와이어] “죄송하지만 저기 버스정거장까지만 씌어주시겠어요?” 비 내리는 어느 날, 그녀는 갑자기 서인우(이병헌 분)의 우산 안으로 들어왔다. 1983년. 첫눈에 반한다는 말을 믿지 않던 인우는 인태희(이은주 분)를 보고 첫눈에 반했고 인우와 태희는 예쁜 사랑을 키워나갔다. 하지만 인우가 군대 가던 날 배웅해 주기로 약속했던 태희는 오지 않았다.


세월은 흘러 2000년. 인우는 다른 여자와 가정을 갖게 되고 고등학교 선생님으로 부임하게 되었다. 그런데 인우가 담임을 맡은 남학생 중 임현빈(여현수 분)에게서 태희가 느껴진다.



사건의 전말은 이러하다. 태희가 인우를 만나러 가는 도중 교통사고로 죽었다. 그리고 현빈으로 환생한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현빈도 인우를 알아보게 되었고, 이 둘은 태희가 생전에 가고 싶어 하던 뉴질랜드로 떠난다. 그리고 번지점프를 한다. 끈을 매지 않고 둘이 손을 꼭 잡은 채 ...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의 내용이다. 사랑은 하나뿐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그녀가 남자로 환생해도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사실 내용은 현실성이 없기 때문에 식상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영화를 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순수함과 애틋함이 있다. 특히 태희가 교양 체육 시간에 배웠다며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인우에게 왈츠를 가르쳐 주는 장면은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오히려 볼 때마다 새롭게 느껴진다.


해가 뉘엿뉘엿 지는 바닷가에서 그들은 그림자처럼 형체만 보인다. 그리고 그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즐겁게 왈츠를 춘다. 그러나 왠지 아련하게 느껴지고 눈물마저 흐른다.


https://www.youtube.com/watch?v=qKNRjWCZdcg


이때 태희가 흥얼거리던 음악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 (Dmitrii Shostakovich, 1906-1975)의 《재즈 오케스트라를 위한 모음곡 2번》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재즈 오케스트라를 위한 모음곡 2번》의 피아노 악보가 2000년에 발견됨에 따라 다른 곡임이 밝혀졌다.


즉, 태희와 인우가 왈츠를 추는 장면에서 나온 곡은 8곡으로 된 《버라이어티 오케스트라를 위한 모음곡》(Suite for Variety Orchestra) 중 <왈츠 2>(Waltz 2) 이다.


<왈츠2> 은 광고 음악에도 많이 사용되며, 장윤현 감독의 영화 ‘텔 미 썸딩(Tell me something)’,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아이즈 와이드 셧(Eyes Wide Shut)’등에도 나온다.


인스턴트와 같은 요즘 세상에 하나뿐인 사랑도 있다고 믿는 것은 철없는 생각일까?


2017년 재개봉된 영화‘번지점프를 하다’는 쉽게 사랑하고 헤어지는 현대인에게 사랑에 대한 책임감을 상기시켜주는 영화이다.


‘인생의 절벽 아래도 뛰어내린 데도 그 아래는 끝이 아닐 거라고 당신이 말했었습니다. 다시 만나 사랑하겠습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당신을 사랑합니다.’ (인우의 엔딩 독백 중에서)



<글: 김유나 컬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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