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미국에 미사일 발사 보복 공격, 무력 충돌 위기감 고조/ 사진=연합뉴스

 

[서울와이어 이현영 기자] 미국·이란 갈등 장기화가 예상되자 국내 정유·화학·항공·해운업계 등 산업계가 긴장감 속에서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8일(현지시간) 새벽 이라크 미군기지 두 곳에 미사일 공격을 감행하면서 미국과 이란 간 전운이 고조됐다. 

 

현재까지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한 것은 없지만 이란이 중동 내 미국 우방국의 석유 시설을 공격하거나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최악의 카드'에 대한 우려감이 업계 전반에 가중되는 상황이다.

 

8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당장 석유 수급이 직접적인 영향권에 든 상황은 아니지만 사태가 장기화해 국제유가가 급등할 경우 정유·화학업계는 물론, 유류비 비중이 큰 항공·해운업계 등 관련 업계에도 줄줄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이날 오후 개최한 '석유·가스 긴급 상황점검 회의'에서 정유업계와 한국가스공사는 현재까지 중동 지역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원유·액화천연가스(LNG) 운송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산업부와 한국석유공사 등은 '석유수급 상황실'을 통해 주요 현지 동향, 수급상황, 유가, 유조선 운항 현황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대한석유협회에 '중동 위기 대책반'을 추가 개설해 업계의 대응을 총괄하기로 했다. 수급상황이 악화할 경우 비축유를 즉시 방출할 수 있도록 대비 태세도 강화하기로 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이란이 석유 시설을 공격하거나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당장 석유 수급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그러나 중동 리스크가 계속 확대하면 불안감이 커진다"고 말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 산유국이 원유를 수출하는 길목으로,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호르무즈 해협이 군사 충돌로 막히면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오르리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올 정도다.

 

올해 실적 턴어라운드를 기대했던 항공업계 역시 항공사별로 유류할증료와 유류 헤지, 비축유 등으로 유가 급등 상황에 대비하고 있기는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실적 개선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유류비는 통상 항공사 영업비용의 25∼30%를 차지하고 있다. 연간 3300만 배럴의 유류를 소모하는 대한항공의 경우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를 경우 연간 3300만 달러(한화 약 385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현재 국내 항공사의 경우 운항하는 중동 노선 자체가 많지 않고 이란 영공을 지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번 사태로 당장 항로를 변경해야 하는 등 운항 자체에 차질이 빚어지는 상황은 아니다. 다만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으로 이어지게 되면 관광 수요 등에서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오랜 장기 침체에서 벗어나 올해 재도약을 기대하던 해운업계 역시 초긴장 상태다. 유가 상승에 민감한 해운업의 특성상 유가가 오르면 자동으로 영업이익률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 보험료 폭등 가능성 등도 부담이다.

 

해양수산부는 이날 오전 상황 점검 회의를 열고 호르무즈 해협 인근을 항해하는 선박에 대해 하루 6시간 간격으로 선박 위치를 확인하던 것을 하루 1시간 간격으로 대폭 앞당겼다.

 

또 하루 1번 선박과 위성 통화를 하며 상황을 공유하는 등 안전 관리에도 힘쓰고 있다.

 

건설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최근 해외 건설 수주가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가운데 미국과 이란간 전면전이 발생할 경우 우리 건설업계의 텃밭인 중동 전반으로 위기감이 확대되며 수주에도 직격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공습이 발발한 이라크 현지에서는 국내 건설사들이 현지 비상대책반을 운영하면서 추가 공습 등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라크에는 현재 현대건설, 한화건설, 대우건설 등 14개 건설사 현장에서 1천381명의 근로자가 근무 중이다. 다행히 이들 건설 현장은 공습 지점과 떨어져 있어 현장 피해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외교부 지침대로 임직원들의 출장부임, 휴가 복귀 등 이라크 입국을 중단했고, 현장도 외부 이동을 제한한 상태"라며 "현재 이란의 타깃인 미국 대사관이나 미군 부대와는 다소 떨어져 있어서 직접적 위험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미국과 대치 중인 이란에는 현재 국내 건설 현장이 없다.

 

조선·자동차 업계 등도 이번 사태가 확산할 경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조선업계는 사업 발주·수주부터 인도까지 2∼3년이 걸리는 등 호흡이 길기 때문에 당장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사태가 장기화해 중동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세계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선박 발주가 줄어드는 등 여파가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카타르가 추진하는 대규모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발주에 영향을 받을지 긴장하는 모습이다.

 

자동차업계 역시 중동 상황 변화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이란은 이미 판매 규제 등 제재를 받고 있어 현지에 주재원이 없고 판매도 없는 상황"이라며 "다만 사태 장기화 시 중동 판매에 영향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전자업계는 이란은 이미 경제 제재를 받고 있고 중동 시장이 북미나 유럽 등 선진시장보다 규모가 크게 작아 당장은 영업 측면에서 별다른 영향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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