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호 교보생명 창립자(왼쪽),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서울와이어 염보라 기자]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대(代)를 이어 문화훈장을 수훈하는 영예를 안았다.

교보생명은 신창재 회장이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고 17일 밝혔다.

문화훈장은 문화∙예술 발전에 공을 세워 국민문화 향상과 국가발전에 기여한 공적이 뚜렷한 이에게 정부가 수여하는 훈장이다. 앞서 선친인 신용호 창립자는 1996년 금관문화훈장을 수훈한 바 있다.

대개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받는 문화훈장을 기업 경영인이 받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특히 부자(父子)가 대를 이어 수훈하는 진기록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신 회장은 25년간 대산문화재단을 이끌며 한국문학의 발전과 세계화를 위해 힘쓰고 교보문고, 광화문글판 등을 통해 문학의 대중화와 독서문화 저변 확대에 기여한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부친인 신용호 창립자가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신념으로 '교보문고'를 설립하고 대산문화재단을 통해 다양한 문학 지원사업을 펼쳤다면, 신 회장은 선대의 유지를 이어가며 더욱 체계적인 후원으로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했다. 

신 회장은 교보생명 입사에 앞서 서울대 의대 교수로 재직중이던 1993년부터 대산문화재단 이사장을 맡았다. ‘경영을 잘하기 위해서는 돈을 잘 버는 것보다 잘 쓰는 법을 먼저 알아야 한다’는 선친의 뜻을 따른 것이었다.

그가 26년째 이끌고 있는 대산문화재단은 한국 최대 문학상인 ‘대산문학상’을 운영하고 있을 뿐 아니라 대산창작기금, 대산대학문학상 등을 통해 역량 있는 신인 작가들을 발굴해 문학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특히 재단의 한국문학 번역·출판 지원사업은 한국문학을 전세계에 널리 알리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박경리, 황석영, 이승우 등 한국을 대표하는 문인들의 작품을 세계 각국의 언어로 번역하고 해외에서 출판해 한국문학의 지평을 넓혔다. 그 동안 번역된 작품은 520편, 해외에 출판된 작품은 310편에 이른다. 소설가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영국에서 출판될 수 있도록 지원해 세계 3대 문학상인 ‘맨부커상’을 한국인 최초로 수상하는 데 힘을 보태기도 했다. 

30자 남짓의 짧은 글귀로 28년째 시민들에게 큰 울림과 위안을 주고 있는 광화문글판은 시문학의 대중화에 한 몫 하고 있다. 신 회장의 제안으로 시인, 소설가, 언론인, 카피라이터 등이 참여하는 ‘광화문글판문안선정위원회’가 2000년부터 운영되며 주옥 같은 글귀를 시민들과 나누고 있다.

 
김영호 한국메세나협회 회장은 “공익재단, 교보문고, 광화문글판 등을 통한 교보생명의 체계적인 문화예술 지원은 한 차원 높은 사회문화적 가치를 창출하는 모범적인 메세나 활동으로 평가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신 회장은 지난해 1월 한국문학의 세계화와 시문학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한국시인협회로부터 명예시인으로 추대됐으며, 11월에는 한국과 프랑스의 문학과 사상 교류에 공헌한 점을 높이 평가 받아 프랑스 정부로부터 ‘레종도뇌르’ 훈장을 수훈하기도 했다.

문화훈장 수훈식은 오는 24일 오후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고 정지용 시인과 고 황병기 가야금 명인이 금관문화훈장에 추서됐고,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을 비롯해 염무웅 영남대 명예교수, 조흥동 대한민국예술원 부원장 등이 은관문화훈장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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