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 사망·확진자 밝히지 않아···최소 8명 사망설

상사에 코로나19 확진사실 알리자 “조용히 있어라”

제소 근로자들, 질병·사망 배상 대신 지침준수 요구

“직원들에 명시적이거나 암묵적으로 계속 출근 장려
손 잘 씻거나 작업대 청소하는 것 막는 환경 조성”

프랑스 법원, 지난달 수주간 프랑스 창고 폐쇄 판결

사측 충분한 보호노력 안했다 근로자 주장 받아들여

아마존, 새 건강 보장·더 나은 혜택 제공 후 재개장

이달초 부사장, 사측의 창고노동자 무시 착취에 사임

제프 베이조스의 아마존이 자사 창고근로자들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내용은 손해배상도 아니다. 최소한의 공중건강지침만이라도 지켜달라고 법에 호소하는 가처분 신청이었다. 사진=위키피디아, 아마존
제프 베이조스의 아마존이 자사 창고근로자들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내용은 손해배상도 아니다. 최소한의 공중건강지침만이라도 지켜달라고 법에 호소하는 가처분 신청이었다. 사진=위키피디아, 아마존

[서울와이어 이재구 기자] “아마존 물류 창고 작업에 따른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높지만 사측이 정부의 공중보건지침(public health guidance)도 지키지 않으니 사법부가 이를 강제로 바로 잡아달라.”

뉴욕 아마존 물류창고 근로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기본적 공중보건지침 이행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제프 베이조스와 그가 이끄는 아마존으로선 망신살이 뻗쳤다. 한마디로 회사가 코로나19시대를 맞아 고생하는 직원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기본조차 안지켜 결국 법에 의존한다는 얘기기 때문이다.  

더버지 등 외신은 3일(현지시각) 아마존 뉴욕 물류배송센터에서 일하는 3명의 창고 직원들이 아마존을 회사와 자신의 가족을 코로나19 감염위험에 처하게 만들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원고들 가운데 한명은 자신은 확진, 자신의 동료인 사촌은 2차감염으로 사망했지만 질병이나 사망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않고 있으며, 대신 아마존이 공중보건지침을 준수하도록 강제하는 정식 가처분 신청을 요구했다. 

당사자인 바바라 챈들러는 지난 3월 JFK8로 알려진 뉴욕 주 아일랜드 창고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말했다. 그녀의 룸메이트이기도 한 그녀의 사촌은 코로나19 증상을 겪은 후 사망했다고 전했다.

원고들은 소장에서 아마존이 “직원들이 명시적이거나 암묵적으로 계속 출근하도록 장려하고, 손을 적절히 씻거나 작업대를 청소하는 것을 막는” 작업환경을 조선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소장은 또한 “아마존 측이 급증하는 처리 수요를 따라잡기 위해 작업 할당량과 징계조치를 함으로써 근로자들이 사회적 거리를 두기와 다른 안전 조치를 취하는 것을 피하도록 유도했다”고 주장했다.
 
원고들은 또 소장에서 “아마존이 코로나19 진단을 받은 사람들과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는 직원을 가려내기 위한 접촉 추적 조사에 느슨한 접근법을 취했고, 안전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노동자들을 징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챈들러는 버지와의 통화에서 지난 4월 상사에게 자신의 양성 테스트 결과를 알리자 “HR은 내가 조용히 있어야 한다고만 말했다”며 “그들이 내게 한 말은 그것뿐이다”라고 털어놓았다.

아마존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많은 혜택을 본 기업이자 그에 상응한 일자리와 급여인상 등의 계획을 밝히고 있지만 위생조치 등과 관련한 잡음으로 직원들과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아마존
아마존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많은 혜택을 본 기업이자 그에 상응한 일자리와 급여인상 등의 계획을 밝히고 있지만 위생조치 등과 관련한 잡음으로 직원들과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아마존

보도에 따르면 이 소송은 질병이나 사망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않는 대신 아마존이 공중보건지도를 준수하도록 강제하는 정식 가처분 신청을 요구하고 있다.

아마존 대변인은 성명에서 “코로나19가 일부 아마존 팀원들과 그들의 가족과 친구들을 포함한 전 세계 사회에 끼친 비극적 충격이 슬픔을 가져다 주었다”며 직원 급여 인상, 혜택, 근로자 보호에 대해 또다시 강조했다. 그러나 소장에 나온 구체적 혐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아마존 창고 노동자들은 지난 수개월 동안 코로나19 감염 위험성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 있다.

아마존은 지난 3월 미국 전역에서 대피령과 기타 봉쇄조치가 발효된 이후 서비스 수요 급증세를 보인 몇 안되는 주요 기업 중 하나다. 아마존은 수십만 명의 신규 인력을 고용하고 창고에 새로운 안전대책을 제정했고, 시간급 근로자들에게 유연성을 제공하기 위해 병가 등 근로자 혜택을 확대는 노력을 펼쳐왔다. 반면 아마존의 많은 월급여 직원들은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그러나 아마존은 코로나19 효과에 대처하기 위해 40억 달러를 쓰겠다고 약속했음에도 직원들을 충분히 보호하지 않고 창고에서 건강과 안전 조치 소홀에 따른 시위를 단속했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고 있다.

지난 4월 말 회사 측은 무기한 무급 휴직 정책을 끝내고, 코로나19가 자신이나 가족들에게 위협을 주고 있다고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는 한 직원들에게 교대 근무를 요청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동안 다른 일을 찾을 수 없는 저소득 주민인 창고 근로자들이 은 마감일인 4월 말이 되기 훨씬 이전부터 아마존 창고에서 일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제소한 창고 근로자들은 아마존이 직원들에게 직장 동료들이 언제 감염됐는지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있으며,  감염 신고 후 영업에 차질이 없도록 시설을 청소하는 작업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며 몇 달째 아마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마존 물류배송 창고가 운영되는 모습. 사진=아마존
아마존 물류배송 창고가 운영되는 모습. 사진=아마존

아마존은 아직 구체적 수치를 제시하지 않고 있으며, 몇 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는지도 아직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최소 8명의 아마존 근로자들이 코로나19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아마존은 같은 뉴욕 스태튼섬의 창고에서 일하다가 코로나19에 걸린 시위주동자를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해고했다.

이는 버니샌더스 상원의원의 공공연한 분노를 샀고 해고조치가 보복적이라는 활동가들과 정치인들의 광범위한 비난이 이어졌다. 이후 유출된 아마존 회의록에서는 언론을 이용해 시위주동자의 평판을 깎아내리려던 계획이 드러났다.

그 이후 창고 근무 직원들이 안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자 아마존은 수많은 직원들을 해고했다. 이에 대한 아마존의 공식적 명분은 이 직원들이 내부 정책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지난 달, 프랑스 법원은 수주간 아마존 프랑스 창고를 폐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거대노조를 요구하는 창고노동자들이 나서서 아마존이 충분한 창고 보호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을 받아들인 데 따른 것이었다. 이 창고는 아마존이 새로운 건강 보장을 약속하고 더 나은 혜택을 제공한 후에야 다시 문을 열었다.

이달 초 한 저명한 아마존 부사장은 통렬한 공개블로그를 통해 아마존이 창고 노동자들을 “대체가능한 픽앤팩(pick and pack·물건을 집어서 포장) 잠재력 단위”로 취급하고 “가차없는 성장과 부와 권력의 축적에 따른 인적 비용을 무시한다”고 비난하며 회사를 관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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