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신논현역지점에 붙어 있는 파업 안내문. 1월 4일

 

[서울와이어 염보라 기자] "다시 찾은 1등 은행의 자부심을 우리 스스로 실추시키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허인 KB국민은행장의 호소에도 노조의 경고성 총파업은 8일 현실화 됐다.

전날 오후 11시께 노사간 실무진이 모여 임금피크제 도입 시기와 페이밴드(호봉상한제) 등 쟁점을 놓고 최종협상에 돌입했지만, 대표자 교섭까지 잇지 못하고 서로의 입장 차만 확인한 채 마무리 했다.

파업 참가 조합원은 노조 추산 9000여명이다. 사측에서 고객 불편을 최소화 하기 위해 거점점포를 운영하는 등 비상경영에 돌입한 상태지만 '1등 은행'이라는 명성에는 충분히 흠집이 갔다.

노사간 이견이 엇갈리는 내용은 크게 페이밴드와 임금피크제 도입 시기, 'LO(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과정에서 별도로 마련한 정규직 직급)' 직원 처우 개선 부분이다.

성과급 관련 부분도 쟁점 내용이었으나 KB국민은행이 페이밴드 논의와 임금피크제 도입 시기 통일을 조건으로 한발 양보하면서 후순위로 밀려났다. 

 

8일 총파업에 동참한 조합원들이 서울 잠실 학생체육관에 모여 있다. 노조 측은 9000여명으로 추산했다.

 

페이밴드와 LO 직원 처우 문제(비정규직 기간을 경력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 등)과 관련해 노조는 "차별적 관행들"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은행 측은 페이밴드는 소홀한 업무태도로 동료 직원의 근로 의욕까지 꺾고 있는 일부 극소수의 분들을 염두에 둔 ‘최소한의 조치’이며, LO 직원 처우 개선과 관련해서는 "전향적인 논의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임금피크제의 경우 현재 국민은행은 부점장과 팀장급 이하 직원의 임금피크제 도입 연령을 이원화해 적용하고 있는데, 사측은 부점장급만 1년 연장해 양쪽 모두 만 56세로 통일하는 방안을, 노조 측은 각각 1년씩 연장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현재는 부점장의 경우 만 55세에 도달하는 다음달 초, 팀장급 이하는 만 56세에 이르는 1월 1일부터 적용 중이다. 노조 측은 "산별 협의를 통해 임금피크제 진입 시기를 1년 늦추자고 합의한 바 있다"며 "합의를 그대로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은행은 현재 고객 불편을 최소화 하기 위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전국 영업점 운영현황을 실시간 모니터링 중이다. 

영업점 규모와 고객의 접근 편의성을 고려해 총 411개점(서울 145개점, 수도권 126개점, 지방 140개점, 지역별 거점점포 명세 참조) 거점 점포를 열었으며, 본부 직원 등을 영업현장에 파견했다. 인터넷뱅킹 및 모바일뱅킹, ATM기기는 정상 운영 중인 상황이다.

 

박홍배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노조 측이 기자들과 만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그럼에도 고객들의 불만의 목소리는 잦아들지 않고 있다.

KB국민은행을 주거래 은행으로 이용 중이라는 회사원 김모씨(34)는 "서민을 볼모로 한 파업"이라고 지적했고, 주부 변모씨(59)는 "굳이 파업을 해야 하는건지 의문"이라며 "결국 피해를 보는 건 고객"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노조는 2차 투쟁까지 가지 않도록 사측과의 대화를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박홍배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이날 조합원들이 모인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무조건 투쟁하고 파업하겠다는 게 우리의 계획은 아니다"라며 "우리는 24시간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 중앙노동위원회에 사후조정을 신청하는 등 여러가지 시도를 다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bora@seoulwi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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