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화해  당시의 윤석열 대선 후보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사진 연합뉴스 제공)
작년 12월 화해  당시의 윤석열 대선 후보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사진 연합뉴스 제공)

국회사진기자단이 촬영한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휴대폰 화면에 담긴 윤석열 대통령의 문자 메시지 사진이 일파만파의 파장을 몰고왔다. 이 사진속  휴대폰에는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는  문자가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발신자는 '대통령 윤석열'이다.

여기서 뭐를 더하고 뺄 수 있겠는가. 윤 대통령의 이준석 당 대표에 대한 속마음이 직설적으로, 아주 농밀하게 담겼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의 속을 꽤나 썩였지만, 그래도 막판에는 서로 손을 잡고 동지가 되어 대선을 승리로 이끈 공신이다. 이 대표가 끌어들인 이대남의 표가 없었다면 윤 대통령의 오늘이 가능했을까.

하지만  윤 대통령에게 이준석은 '내부 총질이나 하는 당 대표'일 뿐이라라는 게 백일하에 드러났다. 이는 이 대표 징계나 국민의힘 당권에 대한 윤심(尹心)으로 읽힐 여지가 충분하다. 이 대표는 이를 두고 페이스북에서 "앞에서는 양의 머리를 걸어놓고 뒤에서는 정상배들에게서 개고기 받아와서 판다"고 원색적으로 반응했다.  겉과 속이 다르다는 뜻의 사자성어인 양두구육(羊頭狗肉)을 풀어쓴 말이다. 이 대표 입장에서는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다.

권 대표와 대통령실은 '진심어린 실수'를 주워담느라 안간힘을 쓰지만 이미 총알은 날아가 박혔다. 권 대표는 "(윤  대통령이)  당 대표 직무대행까지 맡으며 원 구성에 매진해온 저를 위로하면서 고마운 마음도 전하려 일부에서 회자하는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대통령이) 이준석 대표에 대해 부정적인 뜻으로 언급하는 바를 한번도 들은 적이 없다"거나 "우연한 기회에 노출된 문자 메시지를 지나치게 확대해석하거나 정치적 의미를 과도하게 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구구한 해명이다. 이를 그대로 믿을 사람이 과연 있을까.

사적 메시지 대화가  언론에 노출된 것은 권성동 대표의 '부주의' 탓이다. 공개된 장소에서 휴대폰 메시지를 주고받을 때는 늘 조심해야한다. 유사한 사고가 과거 한 두번이었던가. 그렇다고해도  윤  대통령의  책임이 가벼운 것은 아니다.  아무리 깃털처럼 가벼운  사회관계망(SNS) 시대라고 하지만 대통령의 사적 메시지가  이처럼  허술하게 실시간으로 언론에 노출된 것은 심각한 문제다. 윤 대통령의 경솔한 처신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보다  훨씬 중요한 국가 중대사가 휴대폰에 노출됐다면 어찌했을 것인가.  

이런류의 '문자 기록'은 영원히 묻히기도 어렵다. 아무리 윤 대통령과 권 대표의 친분이 남다르다곤 하지만 정치판에서 오늘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 되는 건 비일비재하다. 그리고 청와대 9급 행정요원 '사적채용' 논란에서 봤듯 권 대표는 그다지 신뢰할만한 스피커도 아니다. 당권에 뜻이 있는 권 대표를 둘러싼 정치환경 변화에 따라 대통령의 문자는 언제든 정치적으로 이용될수도 있다고  봐야한다. 또 이번 파문이 권 대표의 단순 실수인지, 고도로  계산된 정치행위인지 누가 알 수 있겠나. 

이번 해프닝은 성상납 의혹으로 당 중앙윤리위원회로부터 6개월 당원권정지를 당해 정치생명이 위태로운 이준석  대표에게 날개를 달아준 것이 아닐까. 대선 공신임에도 '윤핵관'과 대통령으로부터 따돌림과 박해를 받고 있다는 이미지를 극대화해 국민 동정을 유발하면서 '과오'를 세탁하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정치판에서 박해를 당한다는 건 핸디캡이 아니라 자산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장관도 문재인 정권의 박해를 받는 바람에 이렇게 크지 않았는가. 대통령의 휴대폰 메시지 한 줄이 향후 어떤 후폭풍을 몰고올지는 지금으로선 예단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분명한 것은 이번 파문이 윤  대통령의 '메시지 참사'라는 점이다.

김종현 본사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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