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년주년을 맞은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 전반의 쇄신을 요구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월19일 로이터통신과 인터뷰 모습, 대통령실 제공)
취임 1년주년을 맞은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 전반의 쇄신을 요구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월19일 로이터통신과 인터뷰 모습,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정부가 출범 1년을 맞았다. 유권자 48%의 지지를 얻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간발의 차로 제치고 벼락 대권을 잡은 윤석열 대통령이었다. 극적 승리의 감격은 컸다. 의욕은 충만하고 뜻은 높았다. 출범 당시 지지율은 51%였다. 

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자유를 소리 높여 외치고 반지성주의를 질타했다. "자유, 인권, 공정, 연대의 가치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 국제사회에서 책임을 다하고 존경받는 나라를 국민과 함께 반드시 만들어 나가겠다"고 천명했다. 

국민은 정치 초보 윤 대통령에게 기존 정치 문법과 다른 참신한 국정운영과 소통을 기대했다. 신물 나는 진영 정치가 아닌 국민 다수를 아우르는 통큰 협치와 포용을 바랐다. 코로나19와의 전쟁 속에서 피폐한 민생경제가 나아지기를 희망했다. 임기의 20%가 지난 지금 윤 정부는 이러한 국민 기대를 몇%나 충족하고 있는가. 

지금 국민들은 윤석열 정부에 실망하고 있다. 임기 4년이 남았는데 벌써 많은 국민은 이 정부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은 30%대를 기는 반면 부(不)지지율은 60%대에 달한다. 윤 대통령 승리를 견인했던 20~30대 지지자와 중도보수층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지역 기반의 골수 보수층과 60~80대 노인층을 빼면 윤 대통령에게 아군은 별로 없어 보인다. 윤 대통령은 대선 승리의 동지였던 김종인, 이준석, 안철수와 등을 돌렸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 모든 책임이 윤 대통령에게 있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여당을 용산 대통령실의 출장소, 당 지도부를 대통령의 대리인 정도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대통령이 당까지 ‘수렴청정’한다면 모든 책임이 윤 대통령에게 있다는 얘기가 틀린 말은 아니다. 

정권 입장에서는 대통령이 불철주야 열심히 뛰어 국격을 높이고 있는데...미국과 일본 등 우방은 윤 대통령이 잘한다고 하는데...탈원전을 하고 역대 어느 정권도 손대지 못했던  대통령실 이전과 노동.교육.연금개혁을 밀어붙이고, 각종 규제완화로 기업들의 족쇄를 풀고, 부동산 대란을 진정시키고, 북한에 할 말을 하는데 왜 지지율이 오르지 않느냐고 한탄할 수 있다. 

그런데 왜 국민이 그걸 몰라주는 걸까. 불안하고 불편하기 때문이다. 이 정부가 벌여놓은 일이 많지만 깔끔하게 정리되는 것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대부분의 큰 정책들은 법이 받쳐줘야하는데 입법은 민주당이 잡고 있고 이를 돌파할 리더십은 보이지 않는다.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4년간 뭐가 달라질 수 있겠느냐고 회의하는 사람들이 많다. 인사에서, 정책에서, 정치와 소통에서 이 정권이 그토록 전(前) 정권을 비판했던 불통과 독선, 내로남불, 아마추어적인 시행착오가 복제된 1년이었다. 

아무리 이재명 대표가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고 밉다고 해도 국회를 장악한 제1야당 대표를 대통령이 단 한차례도 만나지 않았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소통을 하겠다고 청와대를 뛰쳐나온 대통령이 소통의 상징이었던 도어스테핑이나 기자회견을 중단한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경제와 안보는 잘 돌아가는가. 문재인 정부가 예산의 틀을 짠 윤 대통령 취임 첫해 경제의 종합성적표인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6%였다. 올해는 상황이 급전직하해 국제통화기금(IMF)은 1.5% 성장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성장이라고 하기 어렵다. 제조 한국의 등뼈라는 반도체 기업들은 엄청난 적자의 늪에 빠졌다.  

한미일과의 이른바 '가치연대' 강화는 안보와 경제 양 측면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으나 그만큼 북중러와는 멀어지고 특히 중국, 러시아와 틈이 벌어졌다. 미국과 일본에 올인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생존과 실리를 위한 유일한 선택인지는 의문이다. ‘가치’라는 한바구니에 계란을 몽땅 담는 것은 위험하다. 토끼도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굴을 3개씩 파놓는다지 않는가. 

어느 정권도 만능일 수 없고, 대통령 역시 신(神)이 아니다. 정책에서 헛발질도 할 수 있고 말 실수도 할 수 있다. 하지만 ‘프로’는 같은 실책을 되풀이하지 않는다. 국민들은 올바른 정책 설정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진정성 있는 노력을 원한다. 국리민복을 위해선 때로 몸도 낮추고 자존심도 접을 수 있어야 한다. 말 한마디에 천금의 무게를 실어야 한다. 

내년은 윤석열 정권의 중간평가인 총선이 있다. 지금 이대로라면 여당은 희망이 없다. 총선 패배는 윤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으로 직결될 수 있다. 국정 혼란은 불을 보듯 뻔하다. 국면을 바꾸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 정책 전반을 다시 점검하고, 국민 눈높이를 제대로 읽지 못하는 대통령실과 내각도 쇄신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대통령부터 스스로 혁신해야 한다.

김종현 본사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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