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신동호 기자] 대한민국 정당이 또다시 이합집산을 하고 있다.


2016년 2월2일 창당하여 겨우 2년이 된 정당은 두 개로 쪼개 지면서 하나는 독자적으로 정당을 만들었고, 또 하나는 2017년 1월 24일 창당해 1년이 조금 넘은 당과 합쳐 새로운 정당으로 공식 창당을 앞두고 있다.


즉 두 개의 정당이 없어지고 또 두 개의 정당이 새롭게 만들어졌다.


도대체 무엇이, 왜, 이렇게 정당의 흑역사를 되풀이 하게 하는지 브랜드 관점에서 살펴보면 근본적인 이유를 알 수 있다.


정당도 하나의 브랜드다. 브랜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강령과 정체성(Identity)이다. 강령과 정체성이 명확하지 않은 정당의 브랜드는 내부 조직과 당원의 결속력을 높일 수 없다. 그리고 당원의 이탈을 막지 못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당원을 영입할 수도 없다. 탈당 당원이 많아지고 새로운 당원의 영입이 줄어든다면 당의 지지기반인 당원(소비자)이 없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더 이상 존재를 하지 못하고 결국은 파산을 하거나 다른 당에 흡수되게 된다.


이처럼 대한민국 정당의 생명이 유독 짧은 것에 대한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내부조직과 당원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강령(이념)을 중심으로 정당이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강령보다는 당내의 특정 인물을 중심으로 한 여러 계파가 정당이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포장되어 모래알처럼 모래성을 쌓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새롭게 만들어지는 정당도 마찬가지 이다. 다른 정당과 확실하게 구분되는 정당만의 강령과 정체성이 명확하게 구축되지 않으면 그 정당은 오래 존속할 수 없다. 새로운 정당이 오랜 역사와 전통을 만들고 정당사의 새로운 역사를 써가기 위해서는 강령을 바탕으로 세가지 측면에서 정당 브랜드를 구축해야 한다.


첫 번째는 당을 쉽게 설명하고 이해시킬 수 있는 카테고리 브랜드 포지셔닝이 필요하다.


개혁신당을 추구한다는 민주평화당의 개혁신당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는 가지만 명확하게 정의하고 설명을 할 수가 없다.


건전한 개혁보수를 내걸은 바른미래당도 마찬가지다. 건전한 개혁보수란 의미를 알 것도 같은데 정확하게 무슨 뜻인지 설명을 할 수가 없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정당의 창당 회견에서 당의 비전은 무엇이며 국민에게 어떤 정당이 되어 어떤 정책을 펴겠다는 것 보다 국회 내에서 국회의원 머리수로 캐스팅보터가 되겠다는 것처럼 국민의 정서와는 동떨어진 내용이 발표되고 기사로 부각되고 있다.


반면 미국의 양대 정당은 이념을 기반으로 하여 공화당(Republican Party)은 보수우파의 보수정당으로, 미국 민주당(Democratic Party)은 중도좌파 정당으로 명확한 카테고리 브랜드로 포지셔닝이 되어있다.


두 번째는 정당의 이념을 표현하면서 차별화된 당명으로 정체성을 구축해야 한다.


정당의 명칭은 정당의 강령을 핵심적으로 표현 해야 한다. 미국 공화당(Republican Party)은 제퍼슨의 공화주의를 회상하고 분파적인 이해나 주의 권리를 초월하여 국가의 통일을 강조하고 주권이 다수의 국민에게 있다는 뜻인 공화(Republican, 共和)를, 미국 민주당(Democratic Party)은 자유주의 이념에 기초한다는 것에 맞게 민주(Democratic, 民主)를 당명으로 사용하였다.


새로운 민주평화당(약칭 민평당)은 민주와 평화라는 명확한 의미를 표현 하였지만, 차별화 측면에서는 더불어민주당(약칭 민주당)의 민주와 겹치기 때문에 독자적인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반면 바른미래당은 차별화는 확실하게 되지만 바른미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떤 것이 바른미래라고 하는지 알 수 없는 추상적인 당명이다.


세 번째는 정당의 이념과 정당명칭의 의미를 표현한 시각 정체성을 구축해야 한다.


정당의 강령을 언어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정당의 명칭이라면 정당의 강령과 명칭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정당의 마크이다. 이때 중용한 것은 마크를 구성하는 3요소인 형태, 컬러, 로고타입이 강령이나 명칭의 의미와 얼마만큼 연관성(Relevance)를 가지고 표현 되어 지느냐가 관건이다.


민주평화당은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를 활용하여 정당의 명칭과 연관성을 가지고 표현 하였다. 하지만 촛불의 또 다른 의미는 보수정당을 대표하는 자유한국당의 횃불과 유사해 차별성이 떨어진다. 컬러는 민주당의 녹색과 자유한국당의 빨강과 겹치고 있다.


바른미래당은 특별한 형태의 마크가 없는 글자로만 만들어진 워드 마크로 확실하게 차별화를 시켰다. 그러나 미래를 표현했다는 직선과 마침표의 원형이 바른미래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알 수 없다. 그리고 정당역사상 최초로 사용했다는 민트의 색상은 더불어민주당의 하늘색과 유사함을 느낄 수 있다. 가장 연관성이 떨어지는 것은 로고타입이다. 바른미래의 정직하고 곧고 진취적인 느낌의 로고타입 보다는 작고 아기자기한 느낌에서 바른미래와 연관성이 많이 떨어진다.



정당 브랜드의 정체성은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당원과 국민이 머리로 이해하고 가슴으로 공유할 수 있는 당 강령이 우선이다.
강령의, 강령에 의한, 강령을 위한 정당 브랜드의 정체성을 구축해야 당원의, 당원에 의한, 당원을위한 백 년 정당이 될 수 있다.


신동호 브랜드전문기자 branding@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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