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철 경제 칼럼니스트('불확실성 극복을 위한 금융투자' 저자).
신세철 경제 칼럼니스트('불확실성 극복을 위한 금융투자' 저자).

청소년들의 자립정신을 길러주기 위해 시작된 잼버리 훈련은 살아가면서 닥칠지 모르는 위기상황에 미리 ‘준비하는 자세’를 가지도록 훈련시킨다. 어른이든 어린이든 평소에 준비하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예상치 못한 비바람이 몰아쳐도 서로 협심해 재난을 이겨낼 의지를 기르게 하자는 뜻이다.

초기 잼버리 훈련에는 낮선 길 찾기, 임시거처 마련 같은 자연재해를 이겨내는 생존훈련이 이어졌다고 한다. 미리부터 준비하는 자세를 가져야 뜻밖에 올지도 모를 재난을 이겨내기에 잼버리 정신은 한마디로 “준비하라! 준비하라!(Be prepared!)”다.

폭염과 홍수와 태풍이 언제 몰아칠지 예측할 수 없는 계절에 나무그늘 하나 없는 ‘인공 황무지’에서 그런 행사를 열다니 도대체 어떤 욕심이 그들의 판단을 혼란스럽게 했을까. 새만금 행사에 예비비까지 더해 무려 1402억원이 들었다는 보도를 보고 너무 많은 예산을 어디에 쓸지 몰라 우왕좌왕하다 정작 할 일을 못했다는 짐작이 갔다.

잿밥이 너무 많아 한눈을 팔다 보니 염불을 제대로 되뇌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잼버리 기본정신을 대회에 참가한 청소년들에게 고양시키기보다 무엇인가 실적을 내세우기 위한 홍보효과에 주력하다가 그리 됐을지도 모른다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

청소년들의 머릿속을 유쾌하게 장식해야 할 잼버리 추억이 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는 않을까. 업적을 과시하려는 인사는 많고 막상 책임지는 인사들이 없기 때문일 게다.

청소년들에게 자립정신을 함양하기 위한 준비 자세를 갖추게 하려면 어른들부터 먼저 준비하는 자세를 보여야 했다. 오죽하면 청소년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표시하면서 “꿈이 악몽으로 변했다(로이터통신)”는 비판 아닌 비난을 퍼붓겠는가? 또 “끔직하다 난장판이다(가디언)”라고도 했다.

이번 ‘새만금 잼버리 사태’ 실패의 원인을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정밀 분석해 앞날의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배우지 않는 교훈(unlearnt lessons)”은 문제를 반복해 일으킨다고 했다.

훈련이 고달프더라도 귀뚜라미 우는 소리를 들으며 푹 자고 다음 날 아침 청결한 화장실에 다녀오면 기분이 상쾌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밤에는 벌레에 물리느라 잠을 못 이루고 아침에는 코를 막고 화장실에 가야 한다면 피로가 어찌 풀릴까.

우리나라는 다른 것은 몰라도 공중화장실만은 세계 으뜸으로 청결하다. 소위 물질문명이 앞섰다는 유럽의 상당수 나라들이 화장실 사용료를 받는다. 요한 슈트라우스 왈츠곡이 퍼지는 빈에서도 사용료를 내야 한다. 주최 측 관계자들이 올림픽개최 같은 그랜드슬럼을 자랑하려 들 때 잼버리 청소년들은 불결한 화장실을 공짜로 사용한 셈이랄까.

벌써 2010년 초 영국의 네이처지는 “갯벌 1ha의 생태가치는 9990달러에 이르는데 농경지 1ha는 96달러에 불과해 갯벌의 가치가 농경지의 100배가 넘는다”고 했다. 기후위기 극복이 인류 최대 과제로 등장한 현재 상황에서 정말 큰 의미를 가진다. 한마디로 새만금 갯벌 파괴는 자연에 대한 시야도 미래에 대한 애정도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은 순간에 지나가지만 내일은 계속해 후손들에게 밀려온다. 미래를 생각한다면 지금이라도 파괴된 새만금 갯벌을 복원하는 방안을 찾아가야 하지 않을까. 아무리 오래 걸려도 100년이면 본전 찾을 수 있다. 무엇이든 멀리 보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인류의 발전이 기다린다.

후덥지근한 날씨에 영국에서 온 잼버리 단원이 자기 할아버지의 6.25 참전 기념비에 엄숙하게 헌화하는 모습은 한 가닥 산들바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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