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철 경제 칼럼니스트(‘불확실성 극복을 위한 금융투자’ 저자).
신세철 경제 칼럼니스트(‘불확실성 극복을 위한 금융투자’ 저자).

시장경제 체제에서 통화정책 신뢰 구축은 물가안정을 위해 중요한 필수 과제다. 통화가치 안정은 미래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해 경제순환을 순조롭게 하는 기본바탕이다.

만약 금융정책 목표가 시장을 설득하지 못하고 변하게 되면 금리와 유동성을 원칙 없이 조절한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거나 다름없다. 비상사태가 아닌데도 물가안정 목표를 임의로 바꾼다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부추겨 물가 불안을 초래하는 데다, 자칫 포퓰리즘을 진전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2021년 초 0.25%에 불과했던 기준금리를 2023년 7월 5.5%까지 꾸준히 상승시켰다. 저널리즘, 연구소 정치인들이 ‘지나친 긴축정책’에 대한 반론과 비난이 여러 갈래로 제기돼 왔다.

“물가상승률은 절대 불변 가치가 아니다. 현재 물가 3.5%를 물가안정 목표인 2%로 낮추기 위해 경제를 억누르는 행위를 경계해야 한다.”

또 “인플레이션 2% 복귀를 위한 미 연준의 금리 전략은 시장에 큰 고통을 주고 있다”며 “물가안정 목표 2%에 집착하다가 경기침체를 악화시켜 경기연착륙 가능성이 없어진다”고 다그쳤다. “물가안정 목표 2%는 과학이 아니고 미 연준의 정치적 판단일 뿐”이라며 연준을 비난했다.

‘2023년 8월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논의하는 잭슨홀’ 회합에서 2023년 현재 물가안정목표(inflation targeting) 변경은 불가능한 과제임을 시사했다. 기준금리를 내리기보다는 상황에 따라서 오히려 올릴지도 모른다는 뉘앙스까지 비쳤다.

시장에서는 고금리정책을 옹호하듯이 장기(10년 이상) 국고채금리가 단기(3년 이하)보다 오름세가 높았다. 일반적으로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높으면 성장과 고용에 대한 낙관적 전망과 함께 물가가 오름세가 조기에 진정되지 않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한때 비둘기파 경향을 보이던 파월 연준의장은 기준금리를 계속 인상해 1980년대 볼커(P. Volker)처럼 ‘인플레이션 파이터’ 명칭이 조금씩 붙어가는 모양새를 보인다.

경기침체 가속을 무릅쓰고 금리를 가파르게 상승시켜 고공행진 하던 물가를 진정시키고 인플레이션 투사(inflation fighter)가 된 볼커 시대를 되새겨보자.

1971년 소위 닉슨충격(Nixon Shock)이라 일컫는 금태환(金兌換)정지 조치로 달러 가치가 순식간에 10분의 1까지 떨어지며 물가가 급상승했다. 게다가 1073년과 1979년 1~2차 오일쇼크가 벌어져 경기침체 속 물가가 급등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기승을 부렸다.

볼커는 연준 의장 취임 2개월 만인 1979년 10월 긴급 FOMC를 통해 기준금리를 11.5%에서 단번에 4%나 올려 15.5%로 정했다. 이후에도 초고금리 정책을 계속 펼쳐 기준금리를 20%대까지 끌어올려 물가안정을 이룩하고 그 뒤 경기 회복의 기틀을 마련했다.

파월도 볼커처럼 주어진 책무를 한눈팔지 않고 성실하게 수행하였을 뿐이지 ‘인플레이션 파이터’의 별명이 합리적일지 어떨지 모르겠다. 어쨌든 우리나라도 부채 이자 부담 경기침체 같은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기는 하지만, 기준금리 조기 인하는 아무래도 쉬운 일이 아니라고 판단된다.(2023.01.03 본란, ‘물가안정목표 2%의 의미와 과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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