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경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
조원경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

나이에 따라 수입이 다르다. 이런 가정 아래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돈을 많이 모아야 하지 않을까. 경제학 시간에 배운 생애주기가설(life-cycle hyphothesis)을 들여다보자.

이는 평생소득가설이라고도 불린다. 현재 우리의 소비는 지금 벌어들이는 소득뿐만 아니라 평생소득에 달려있다. 1950년 이탈리아 경제학자 프랑코 모딜리아니(Modigliani)와 제자인 일본 태생 알버트 안도(Ando), 블룸버그(Brumberg)의 논문에서 처음으로 등장했다. 1980년에야 완성됐다.

◆생애주기 가설의 수정과 고령화

소비성향은 사람마다 차이가 난다. 젊었을 때 자산관리를 제대로 못하면 나이 들어 후회한다. 이 이론은 청년기에는 앞으로 소득이 커질 것을 예상하기 때문에 소득보다 더 높은 소비수준을 유지한다.

차입한 돈으로 소득 이상의 소비지출을 하고, 중장년기에 가서야 소득이 높아진다고 봤다. 이때는 번 돈을 모두 소비하지 않고 은퇴 후를 대비해 일부를 저축한다. 노년기에는 은퇴 후 중장년기에 모아둔 돈으로 종전과 비슷한 소비수준을 유지한다고 봤다.

이제 이 곡선도 사회에 첫발을 디디면서 청년기부터 돈을 모아가는 형태로 바뀌어야 할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고령화 시대를 위해서는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를 대비해야 한다. 은퇴 이후에도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시대가 되고 있다. 1980년대와 2020년대는 분명히 다르고 앞으로도 달라져야 한다.

우리는 힘겹게 100세 시대를 살아가야 할까. 그래서는 안 된다. 기대수명이 90세를 향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30년 세계 인구의 약 17%가, 2050년 25%가 60세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생애주기가설의 나이와 은퇴 개념은 시대에 맞게 달라져야 한다.

그림=생애주기 가설
그림=생애주기 가설

◆소득도 중요하지만 건강한 삶 누려야

2020년 MIT Technology Review에서 10대 기술로 초고도화 맞춤의약(Hyper-personalized medicine)과 항노화 신약(Anti-aging drugs)을 선정했다. 전문가들이 꼽는 미래 유망 바이오헬스분야는 유전자 분석에 따른 맞춤형 의료서비스 분야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플랫폼에서 정밀의학까지 다각도로 바이오 헬스의 미래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개인별 유전체, 환경요인, 생활습관에 따라 맞춤형 치료를 제공하는 정밀의료가 의학계의 대세로 다시 떠올랐다.

이런 정밀의학의 진전은 노화와 노인의학에 대한 연구에도 진전을 보여 줄 것이다. 노화에서 중요한 것은 우선 시간과 유전자다. 소위 ‘팔자'라고도 할 수 있다. 나머지 하나는 우리의 삶의 방식이다. 이를 후생유전학적 지형(epigenetic landscape)이라고 한다. 이것이 노화의 가장 큰 요인이다. 후생유전학적 지형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100세 시대에 중요하다.

생애주기 관점에서 우리는 노화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우선 노화지연은 생애주기 중간 부분의 과잉을 낮춰서 삶을 길게 뽑는 방법을 들 수 있겠다.

관절도 너무 많이 쓰면 고장이 난다. 젊었을 때 몸을 혹사하면 무리가 간다. 지나친 음주, 흡연, 비만은 몸을 망가지게 하는 원인이다. 노년이 됐을 때의 만성 질환은 결국 젊을 때부터 쌓여간 고장의 축적으로 봐야 한다.

이와 더불어 노화를 느리게 만드는 노력을 하면 질병과 노쇠를 예방할 수 있지 않을까. 노인의학은 젊었을 때의 과잉이 이미 없어지고 에너지 수치가 음이 돼 회복탄력성이 현저히 줄어든 노쇠의 시기를 대상으로 한다. 근 손실이 쉽게 오는 노년기에 몸을 잘 돌보고 질병치료를 효과적으로 해야 100세 시대를 제대로 살게 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그 핵심은 세 가지로 나뉜다.

우선, 알츠하이머 예방이다. 알츠하이머는 기억력의 점진적인 퇴행을 가져오는 뇌 이상에서 오는 병이다. 알츠하이머는 일상생활에 곤란을 겪을 정도의 심각한 지적기능의 상실을 초래한다. 사고, 기억, 추론이 안 되는 치매(dementia)는 가정과 사회를 파괴하는 주범이다.

독일의 의사였던 알로이스 알츠하이머(Alois Alzheimer)는 1906년에 처음으로 이 질병을 언급했으나 그 원인은 아직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당시 이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오늘날 65세 이상의 10%가 85세 이상의 거의 절반이 치매증에 노출돼 있다. 젊은층에도 알츠하이머가 올 수 있으나 전체 알츠하이머의 10% 미만이다. 영화 ’내 머릿속의 지우개‘의 여주인공(손예진)을 생각하면 되겠다.

치매는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며 그 원인에 따라 구분하는데, 약 60%가 알츠하이머성 치매다. 우리나라 역시 65세 이상 치매 환자 4명 중 3명은 알츠하이머형 치매이다. 전 세계 알츠하이머 환자는 약 5000만명으로 추산되며, WHO는 앞으로 2050년 1억1400만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런 와중에 레카네맙(lecanemab), 도나네맙(donanemab)으로 불리는 치매 약의 3상 임상시험 결과가 잘 나와 다행이다. 레카네맙은 레켐비라는 약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고 7월 출시됐다.

레켐비는 알츠하이머 증상인 경도인지장애(MCI) 치료를 위한 항아밀로이드 베타(Aβ) 항체다. 도나네맙은 아직 FDA 승인을 받지 않았지만 그 가능성이 상당하다. 과거에는 ‘아밀로이드 가설’에 의해 개발된 치매 신약들이 계속 실패했다.

알츠하이머 환자 뇌에서는 아밀로이드 플라크와 타우단백질이 관찰됐다. 이런 물질에 의해 알츠하이머가 생기고 심화됐다고 보는 경우가 많았다. 레켐비와 도나네맙이 좋은 결과를 보여줘 치매 자체를 제어할 수 있다면 질환의 궤적에 큰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질병을 조절하는 최초의 약이다. 레켐비는 일본 에자이와 미국 바이오젠이 공동개발 한 알츠하이머병 신약이다.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경도인지장애와 초기 치매 치료가 목적이다. 알츠하이머병 환자 180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레켐비는 인지기능 저하 속도를 27% 완화했다.

레켐비에 대한 FDA의 평가는 엄청나다. 레켐비가 알츠하이머의 증상만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알츠하이머의 근본적인 질병 기전을 타깃으로 영향을 미치는 최신 치료법이라는 평가다. 

두 번째는 노화 시계(aging clock) 개념의 적용이다. TV를 보면 예능프로에서 실제 나이가 아닌 생물학적 나이를 측정하는 방법을 보았을 것이다. 사람과 동물이 갑작스레 수술, 감염,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노화 시계가 빨리 흐른다.

“마음고생이 심했나봐. 팍 늙었네.” 스트레스가 해소되면 다시 노화 시계가 되돌려진다. 이처럼 노화 시계 도구를 활용해 노화를 개선하는 연구가 한창이다. 미국에서는 노화 시계를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측정해주는 기업도 여럿 생겼다.

우리 몸속에 있는 노화시계가 다들 하나씩 들어있다. 어떤 사람들은 하루에 하루씩 나이가 들기도 한다. 다른 사람은 그거보다 조금 더 빨리 나이 든다. 어떤 사람이 조금 더 느리게 나이가 들어가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차이가 장기적으로는 우리가 어떻게 나이 들어가는지를 결정한다. 생물학에서는 이를 가속노화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현저히 빠른 노화속도를 경험한다.

우리가 성장이 완료되는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까지는 우리 삶의 기능이 점점 떨어진다. 이런 삶의 기능을 전체적으로 합쳐 WHO에서는 내재역량(Intrinsic Capacity)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이는 사람이 가진 기능의 총합을 의미한다. 내재역량은 결국 노화 시계와 연관된다.

벤자민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고 했는데 그런 일이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내재역량은 어떤 사람이 독립적으로 사회에서 생활해 나갈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요인이다. 언제 사망했는지와 언제 요양병원에 들어갈지, 언제 치매에 걸릴지, 이런 많은 것들을 예측할 수 있는 인자다.

우리의 삶의 방식을 잘 결정하면 이런 내재역량을 오히려 나이가 들면서도 향상시키고 오랜 시간 동안 지킬 수 있다.

내재역량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내재역량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내재역량은 2015년 WHO가 제시한 개념으로, 얼마나 건강하게 노화가 이뤄지는지 계산하는 척도다. 내재역량을 지탱하는 중요한 4가지 기둥(4M)이 있다. 내 삶에 중요한 것들(What Matters), 이동성(Mobility), 마음건강(Mentation), 건강과 질병(Medical issues)이다. 이 4가지의 조화로운 균형으로 더 건강한 삶을 살아야 한다.

현대인은 가속노화의 삶을 살고 있다. 중요한 건 내 마음이 편안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 몸은 태고적에서 몸을 많이 사용하도록 설계돼 있다. 몸에 익숙함보다는 불편함을 주는 운동을 습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이나 우리가 계획하는 것이 사람이 설계된 원리와 다르면 우리의 건강 상태는 나빠진다. 잠을 줄여서 조금 더 일을 많이 하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나오고 판단력을 떨어트려서 가속노화로 가게 된다.

현대사회에서 남과 끊임없는 비교를 하게 만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초단기간의 도파민이 나오게 만드는 정크푸드, 알코올, 마약은 미친 짓거리다. 이러한 자극에 노출되면서 우리의 판단력이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가속노화는 복리와 같다. 젊어서 가속노화의 삶을 살면 굉장히 이른 시간부터 질병과 노쇠를 경험한다.

셋째, 노화 방지 기술의 진전이다. 노화와 관련해 대사질환의 속도를 늦추는 것에 몰두해 왔다. 노화 예방약으로 유명해진 메트포르민(metformin, 당뇨병 치료제)이나 라파마이신(rapamycin, 면역억제제)이 그 예다.

알파 글루코시다제 억제제(α-Glucosidase Inhibitor, 탄수화물 흡수 조절), SGLT2 억제제(탄수화물을 콩팥으로 배출)처럼 노화 속도를 늦추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지금은 역노화에도 초점을 둬 시간을 되돌리는 기술을 향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세놀리틱(senolytic)처럼 노화 세포를 터뜨려서 없애는 것이다. 리프로그래밍 즉, 야마나카 인자를 쓰거나 줄기세포를 활용하거나 다양한 방법으로 노화 시계를 되돌리는 것도 역노화에 해당한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바브라함 연구소(Babraham Institute)는 50대 성인의 피부세포의 리프로그래밍(reprogramming)을 통해 20대 초반의 피부세포로 젊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일시적인 리프로그래밍으로 젊음을 잠시 누리더라도 이게 영구 지속성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관련 기술이 완전한 역노화로 발전하기를 기원한다.

◆노화에 대한 빅테크기업의 생각들

노인성 질환 발생률이 증가하고 있다. 노화 관련 질병의 발생을 예방하거나 지연시킬 수 있는 접근법을 찾기 위한 ‘항노화 치료제(Anti-aging Therapeutics)’ 시장이 주목받는다. 전 세계 항노화 치료제 시장은 올해 6억8000만달러에서 연평균 17.5% 성장해 2031년에는 24억7000만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약을 젊었을 때 남용하면 나이 들어 내생이 생겨 소위 약발이 잘 듣지 않는다. 성인 중심의 전문의는 약을 추가해 환자를 치료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노인의학은 환자의 약을 빼면서 환자를 치료할 수 있다. 나이가 들면 장기나 기관의 기능이 저하되기에 약을 계속 추가할 경우, 예측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문득 노화에 대한 미국 빅테크기업들의 투자는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미국에서는 노화 방지 테크놀로지인 리프로그래밍에에 대한 관심이 높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 페이팔 창업자 피터 틸 같은 빅테크기업에서 관련 스타트업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리프로그래밍은 세포의 게놈(인제 유전자 지도)에 있는 후생유전학적 지표(epigenetic mark)를 초기 상태로 되돌리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미국 기업 알토스 랩스(Altos Labs)는 세포를 다시 젊게 만드는 기술과 그 기술의 효과를 측정하는 기술 모두에서 앞서 나가는 선도 기업을 지향한다.

베이조스는 상당히 오랫동안 불로장생 연구에 관심을 가졌다. 알토스 랩스에 투자하기 전에는 ‘유니티 바이오테크놀로지(Unity Biotechnology)’라는 노화 방지 기업에 투자했다. 아마존 주주들에게 보내는 마지막 서한에서 베이조스는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의 책에서 발견한 죽음과 부패를 반추하는 인용구를 언급했다.

“죽음을 몰아내는 것이야말로 당신이 해야 하는 일이다… 만약 살아있는 생명체가 죽음을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결국 주변 환경과 결합해 더는 자율적인 생명체로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다. 그것이 생명체가 죽을 때 벌어지는 일이다.”

메타의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의 웹사이트를 보자. 그와 아내 프리실라 챈은 생명 시스템을 이해하고 인간의 삶을 연장하는 혁신적인 발전을 이룬 과학자들에게 매년 300만달러를 수여하는 ‘돌파상’의 공동 창립자다. 저커버그는 페이스북 행사에서 사람들의 관심사를 간파했다.

사람들은 무엇이 우리를 영원히 살 수 있게 할 것인가요? 어떻게 모든 질병을 치료할 수 있을까요? 이런 질문으로 요약됐다. 마이크로소프트 공동 창업자인 빌 게이츠와 그의 전 아내가 함께하는 빌앤드맬린다게이츠 재단이 치매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한 기부를 선언한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게이츠의 말을 들어보자.

“과학의 발전으로 심장 질환이나 암, 감염 질환으로 조기 사망하는 사람이 줄면서 이제 80세 이상 사는 것이 이상하지 않을 정도가 됐다. 하지만 오래 살게 되면서 만성 질환이 더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고, 알츠하이머 질환은 사회의 큰 위협이다.”

모두 이런 생각을 가졌을까. 테슬라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의 생각은 좀 다르다. “우리는 사람들이 정말 오랫동안 살게 하려고 노력해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머스크가 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스스로 마음을 바꾸지 않기 때문에 오래 살면 사회가 질식사할 거예요. 사람들이 죽지 않으면, 우리는 오래된 생각에 갇혀서 사회가 발전하지 않을 것입니다.“

누구의 말을 따를 것인지는 상관없다. 기술적인 해결 외에 노화를 늦출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복잡한 현대인의 삶에서는 실천이 어렵다. 생물학적인 나이를 젊게 만들 수 있는 비법은 흔히 수면, 절식, 운동, 스트레스 감소로 꼽힌다. 기본적인 생활습관을 개선하면 라파마이신 정도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쥐를 이용한 실험에서 라파마이신은 약 20%의 수명 연장 효과가 있다. 이만큼의 효과를 약 없이도 볼 수 있다면 당장 실천해야 한다. 누군가의 삶과 소득에서 노화 속도는 0.5배속이 될 수도 있고 2배속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 것은 아닐까. 노화 속도를 느리게 만들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약물이 아니라 생활습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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