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입금 사고에도 ‘내부통제’ 문제없다는 업비트

(사진=pixabay)/서울와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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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와이어 황대영 기자] 최근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서 가상자산을 오입금한 사고가 발생했다. 다수의 업비트 계좌로 앱토스(APT) 코인을 가장한 가짜 앱토스 코인이 입금된 것이다.

쉽게 설명하면 투자자가 원화 100만원을 입금했는데, 실제 계좌에는 미화 100만달러가 들어온 셈이다. 금융권에서 이와 같은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심각한 내부통제 문제로 금융당국의 검사와 조사가 이뤄진다.

하지만 업비트는 일시적 프로그램 오류였다며 전체 내부통제 시스템의 문제로 보는 것은 과대 해석이라고 경계했다. 업비트는 판매된 약 2000만원 규모의 가짜 앱토스를 회수 중이며, 약 3분의 2를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비트는 내부통제 시스템이 문제였다면 다른 코인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터졌을 것이라고 항변했다.

문제는 사고가 터진 업비트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계 1위라는 점이다. 업비트는 26일 코인마켓캡 기준 일간거래량이 원화 환산 1조4137억원에 달한다. 이번 사고 규모가 수천만원에 불과하다고 가볍게 볼일이 아니다. 자칫 더 큰 사고로 번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메인넷 기반으로 파생하는 가상자산이 늘어나는데도 면밀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아, 추후 신뢰성에 대한 의심까지 불렀다.

수많은 코인이 상장되고 폐지되는 현재 가상자산 시장에서 믿을 수 있는 프로젝트는 손에 꼽을 정도다. 실제 업비트는 2017년 10월 오픈 후, 5년간 157개 가상자산을 상장폐지(거래지원종료)했다. 최근 1년만 보더라도 10개 가상자산이 상장폐지 됐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이런 규모로 상장폐지가 됐다면 금융투자 시장에 대혼란을 부를 수밖에 없다.

또한 업비트는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에 한파를 가져온 ‘테라-루나 사태’에도 도의적 책임 지분을 가지고 있다.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와 권도형 테라폼랩스 창업자는 테라-루나 프로젝트 붕괴로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에 450억달러(약 59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피해를 낳았고, 업비트는 이 프로젝트를 국내에 소개, 상장한 거래소 중 하나다.

각종 금융 사고와 사후 대책의 대전제는 ‘투자자보호’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제도권 편입을 위해 수년간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왔고, 이제 진입이 점점 가시권으로 들어오고 있다. 자전거래, 횡령 사고, 미공개정보 이용 등 얼룩진 과거의 이슈도 점점 희석되어 가는 중이다. 사업명에 블록체인만 붙어도 오피스 계약을 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던 시절도 옛말이다.

이런 와중에 오입금 사고가 터진 업비트의 대처는 아쉽다. 피해 규모가 작고, 단순한 프로그램 오류에서 비롯된 해프닝이라고 넘어가선 안 된다. 가상자산 업계가 추구하는 제도권에서는 그런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다. 실제 지난 2018년 5월 삼성증권 배당사고도 단순한 기입 오류에서 시작돼, 임직원의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가 겹쳐 일을 키웠다.

당시 금융당국은 삼성증권 배당사고에 대해서 ‘내부통제 시스템 미비’로 결론을 내리고, 6개월간 신규 위탁 계좌 개설 금지, 3개월간 대표이사 직무정지, 전 대표 직무대행에 대한 해임 권고를 처분했다. 또 삼성증권은 직접적으로 관련된 23명 직원을 해고, 정직, 감봉 등 중징계했다.

황대영 산업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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