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민 기자
서동민 기자

[서울와이어 서동민 기자] 최근 SKT가 자사 장기 고객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벤트가 빈축을 샀다. SKT는 5년 이상 이용한 고객을 ‘장기 우수 고객’으로 예우하고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한다고 밝혔는데, 12월 말 공개된 첫 프로모션이 너무 볼품없었기 때문이다.

‘소중한 장기 우수 고객님만을 위해 준비했다’는 이 프로모션은 10년 이상 고객 중 10만명을 추첨해 한정판 이모티콘을 증정하는 행사다. 이모티콘 디자인이 충격적으로 매력적이지 않다는 점은 차치하고서라도 10년이상 단골 고객에게 고작 이모티콘을, 그것도 추첨을 통해 주는 통 큰 배포에 깜짝 놀랐다. 심지어 사용 기간이 정해져 있어 기간이 지나면 쓰지도 못한다.

아니나다를까 이용자들의 반응도 비판 일색이다. ‘동네 슈퍼 이벤트보다 못하다’, ‘10년 이상 썼으면 그냥 좀 줘라’, ‘생색내기 끝판왕’이라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부정적 반응이 쏟아지는 것을 보아하니 안하느니만 못한 이벤트가 될 전망이다.

이동통신사들의 장기 고객 홀대는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타사 고객을 빼올 때는 파격적인 혜택을 내걸면서, 자사를 오래 이용한 고객에게는 상대적으로 초라한 혜택을 준다. 이런 행태를 두고 ‘이동통신사들은 잡은 고기에는 먹이를 주지 않는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그나마 요금할인과 가족결합상품이 생긴 후부터는 사정이 나아졌지만, 예전에는 2년마다 이동통신사를 바꾸지 않으면 바보 취급을 받을 정도였다.

올해 알뜰폰 가입회선 수는 사상 처음으로 1500만개를 넘었다. 알뜰폰의 점유율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알뜰폰 요금제가 이동통신사들에 비해 절반 정도 싸기 때문이다. 이통통신사들만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있다고는 하지만, 곱절이나 되는 비용을 지불할 정도의 매력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남아 있는 고객들도 ‘갈아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가족결합상품 때문에 억지로 쓴다’는 반응이다. 이동통신사가 생각하는 자사 충성 고객 규모는 실제와는 많이 동떨어져 있을지도 모른다.

이동통신사들이 기존 고객을 계속 푸대접한다면, 언제든지 대규모 고객 이탈은 일어날 수 있다. 한순간의 운영 실수로 경쟁사에 고객을 뺏기는 사례는 게임업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이동통신업계에도 대안이 생기는 순간 비슷한 일이 생길 수 있다. 실제로 통신3사의 독과점을 깰 카드로 꼽히는 ‘제4이동통신사’에 대한 관심이 날로 커지고 있음을 느낀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 이제라도 이동통신사들은 잡은 고기에 열심히 먹이를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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