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철 경제 칼럼니스트('불확실성 극복을 위한 금융투자' 저자).
신세철 경제 칼럼니스트('불확실성 극복을 위한 금융투자' 저자).

코인은 아무런 경제적 가치가 없어서 화폐도 아니고 자산도 아니고 그저 가상화폐, 가상자산일 뿐이다. “반짝인다고 다 금이 아닌 데도” 사겠다는 사람들이 몰려들면 가격이 오르고, 팔겠다는 사람들이 많으면 가격이 내리는 이치를 막을 도리는 없다.

이자나 배당이 없는 코인 거래는 거래비용을 고려할 때, 마이너스 섬 게임(minus sum game)으로 가격이 오르내리는 과정에서 누군가 이익을 내는 만큼 다른 누군가는 그 이상의 손실을 본다. 가치 변동이 아니라 단지 투기적 동기에 따라 가격이 급변동하는 가상화폐거래의 경제적 순기능은 아무것도 없다. 해당 상품의 적정가격을 판단할 근거가 어디에도 없는데, 어떻게 자산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미국 증권관리위원회(SEC)는 2024년 1월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상장 거래를 승인했다. 부가가치를 조금도 만들어 내지 못해 가치의 바탕이 없는 가상자산(?) 거래가 공식화된다는 이야기다.

오랜 진통 끝에 미국법원의 판결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비트코인 ETF 거래를 허락한 미 SEC 결정은 많은 전문가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거래를 제도화하면 가상자산을 더 많이 만들어 내고 더 많은 거래를 유도해 피해자가 더 늘어날 우려가 있다. 현재, 시가총액으로 약 9000억 달러 이상으로 추정되는 암호화폐 가격이 더 오르고 시가총액이 늘어나면 경제에 미치는 파장도 커질 것이 뻔하다.

화폐의 사용 가격인 금리, 기업의 가격인 주가, 자국 화폐의 대외가격인 환율은 일시적으로는 흔들려도 시장청산(market clearing) 과정을 반복하며 본질가치에 수렴한다. 각국이 발행을 준비하고 있는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는 발행 국가의 현재와 미래의 경제력을 담보하고 표상하는 지급결제 수단이다.

그러나 가상화폐는 공공부문이 아닌 개인이 발행하는 데다 담보가치가 없어서 ‘가치측정’과 ‘가격예측’이 불가능하다. 바람결 따라 변덕스러운 투자자들의 쏠림현상이 나타나 가격 급등락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자금 시장을 교란할 가능성이 내재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실러(R. Shiller) 교수는 “17세기 네덜란드에서 벌어졌던 튤립투기 광풍보다 21세기 가상화폐 투기사태가 더욱 심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튤립투기가 휩쓸고 간 뒤에는 들판에 꽃이라도 남지만, 가상화폐 투기는 꽃은커녕 가상화폐 발굴에 따른 과다한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피해만 남겨진다는 이야기다.

또 가치투자의 전설이 된 워런 버핏은 “비트코인은 거품 그 자체에 불과할 뿐이다. 비트코인은 아무런 경제적 가치도 창출할 수 없다”고 했다. 또 ‘닥터 둠’으로 불리는 루비니 교수는 비트코인은 조개껍데기보다도 못하다고 혹평하기도 했다. 조개껍데기가 여기저기 쌓이면 청소비만 지출해야 한다.

미래의 내재가치 변화를 반영하며 변동하는 주식이나 채권 가격도 지나치게 흔들리면 경제질서가 무너져 나라 경제는 위기로 빠져든다. 하물며 가치의 바탕이 없어서 적정가격 발견이 불가능한 가상화폐 가격이 요동치면 어떻게 될지 두렵다. 부가가치 창출에 기여하지 못하는 상품 가격이 급등락할수록 투기심리가 번져가는 저변에는 조바심을 내는 공짜심리와 패배의식이 뒤범벅되어 혼란스러워진다.

우리는 국사(?)를 논의한다는 국회에서 선량이 가상화폐 거래에 열중하는 광경도 목격했다. ‘부동산에 울고 코인에 속은 청년세대’의 아픔이 다시 커질까 두렵다. 미국의 ‘싱크탱크 베터마켓. 최고경영자 켈러허는 SEC의 ETF 상장승인을 ‘역사적 실수’라고 혹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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