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인 기자
박동인 기자

[서울와이어 박동인 기자] "금융당국의 판단은 시대착오적이다"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국내 거래가 금지되자 나온 여의도 증권가의 반응이다. 그간 해외에 상장된 ETF 거래는 규제가 없었던 만큼 비판 수위도 여느때와 달리 과격한 느낌이었다.

상장 승인 당일에 맞춰 공들여(?) 사전에 준비한 상품 진열에 집중했던 증권사들로서는 허탈했을수 있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변동성이 매우 큰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함에도  '돈이 되면 무작정 달려드는' 모양새를 연출한 모습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비트코인은 기본적으로 투자자 보호가 불가능한 가상자산이다. 스테이블 코인, 루나 코인 등 악명높은 사례들이 있는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상·하한의 제한이 없고 24시간 장이 열려있는 탓에 그 위험성과 불확실성은 투자에 막 들어선 사람이라면 반드시 숙지해야 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국내 증권사들은 어떤가. KB증권과 미래에셋증권, 키움증권은 등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11곳의 비트코인 ETF 상장을 승인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상품 리스트를 홈페이지에 개시해 투자 권유에 나섰다. 평소 비트코인에 관심있는 투자자들이 아니라면 생소할 수 있는 상장사 11곳에 대한 정보가 아직 확실치 않은 상태였고, 해당 상품은 자본시장법에 위배될 소지가 분명히 있었음에도 이들은 시장 개척에 대한 의욕만 넘쳤다.

비트코인 ETF 승인은 한참 전부터 예정된 이벤트였고, 이에 따라 충분히 대처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음에도 승인 당일 부랴부랴 거래를 막은 것은 이해할수 없다는 증권사들의 지적도  이해는 간다. 수익을 내야하는 증권사 입장에선 무턱대고 막기만 한다는 불만이 터져나올만도 하다. 금융당국의 '늑장 대응'으로 상품 주도권을 놓칠 수 있다는 위기감도 느껴진다.

하지만  비트코인의 변동성이 큰 만큼 국내 경제에 미치는 파장을 절대 무시할 수 없다. 미국이 허용하니 우리도 무조건 허용돼야 한다는 단순한 논리는 금물이다.  알다시피 한국인의 비트코인 랠리는 압도적이다. 작년 12월 초 가상자산 시장에서 원화의 시장점유율이 41%까지 치솟으면서 기존 40%를 차지하던 달러를 제쳤다. 전세계적으로 투자수요가 줄고있는 비트코인 시장에서 한국은 오히려 강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도 무조건 틀어쥔채 손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금융위원회는 14일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이 오는 7월 시행되는 등 가상자산에 대한 규율이 마련되고 있고, 미국 등 해외사례도 있는 만큼 추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상장 이전에 위험성과 불확실성을 철저하게 살펴보겠다는 신중한 모습이 엿보인다.

고금리·고물가 시대에 가상화폐가 주목받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현상이 아닌 거시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비트코인은 하이리스크·하이리턴이다. 증권사든 투자자든 주목해야 할 것은 '하이리턴'이 아닌 '하이리스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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