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호 기자.
정현호 기자.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한국에 독일과 같은 강소기업이 없는 것은 근본적으로 세제와 연결된다”며 “상속세와 과도한 할증 과세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기업 상속세 완화 필요성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우리나라의 상속세 최고세율(50%)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최근 기업들이 짊어진 부담 관련해 상속세법 폐지 목소리가 높아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삼성 오너일가는 개인이 보유한 주식도 매각하는 등 상속제 납부를 위한 재원 마련에 분주한 상황이다.

최근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삼성전자 보통주 총 2982만9183주를 시간 외 매매(블록딜)로 처분했다. 12조원이 넘는 거액의 상속세 납부를 위해서다.

세 모녀는 지난해 5월엔 주식 담보 대출까지 받았다. 재계를 중심으로는 이처럼 오너일가에 과도한 상속세 부담이 지워졌다며 상속세 개편 혹은 폐지를 요구 목소리를 꾸준히 내고 있다. 

한미약품그룹의 회장 모녀가 7700억원을 받고 OCI그룹과 통합을 결정한 것도 상속세 부담으로 인한 선택으로 해석된다. 

앞서 대한상공회의소를 비롯한 경제단체에서도 기업들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경쟁력을 키우고 성장할 수 있는 기업 세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상속세율 인하 및 과세 제도 개편에 힘을 실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재벌,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웬만한 상장 기업들이 가업을 승계한다든가 이런 경우에 주가가 올라가면 가업 승계가 불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실제 중소기업들도 상속세 부담을 토로하는 실정이다.

앞서 그는 지난 대선에서도 “상속세 부담 때문에 기업이 제대로 운영될 수 없다. 기업이 영속성을 갖고 잘 운영돼야 근로자의 고용안정도 보장된다”며 개편 필요성을 언급했다.

다시 한번 상속세 개편 의지를 밝힌 만큼 후속 절차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한다. 그럼에도 상속세 개편에 대해선 여전히 부정적인 시선이 강하다. 이른바 ‘부자 감세’라는 지적도 끊이질 않는다.

국내의 상속세제 개편 논의가 불이 붙은 상태지만, 반대 여론 등으로 흐지부지하게 끝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재계에선 이번만큼은 제대로 된 개혁을 통해 글로벌 수준에 맞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앞서 고 김정주 넥슨 창업자 가족은 약 6조원의 상속세를 낼 수 없어 정부에 넥슨 지주회사 NXC 지분을 물납하기도 했다. 이에 정부가 넥슨의 2대 주주가 되는 헤프닝이 벌어졌다. 

천문학적인 상속세로 가업 승계를 포기한 오너들도 속속 나오는 상황에 국내 기업들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논란의 종지부를 찍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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