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과열로 낙찰가 치솟아…28㎓ 사업성 문제 발목

한윤제 스테이지엑스 입찰대리인이 지난댈 31일 주파수 경매를 위해 서울 송파구 아이티벤처타워로 들어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윤제 스테이지엑스 입찰대리인이 지난댈 31일 주파수 경매를 위해 서울 송파구 아이티벤처타워로 들어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서울와이어 서동민 기자] 제4이동통신사 선정을 위한 5세대 이동통신(5G) 28㎓ 대역 주파수 경매에서 스테이지엑스가 최종 낙찰됐다. 경매전이 과열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낙찰가는 시초가의 6배 가까이 뛰어올랐고, 일각에서는 스테이지엑스가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는 31일 진행된 28㎓ 대역 주파수 경매 밀봉입찰에서 스테이지엑스가 주파수를 최종 할당받았다고 밝혔다. 

스테이지엑스는 알뜰폰(MVNO) 사업자 스테이지파이브가 주도하고 신한투자증권, 연세의료원, 카이스트 등이 참여한 컨소시엄이다. 컨소시엄 규모는 약 8000억원으로 알려졌다.스테이지파이브는 2017년 카카오인베스트의 인수를 통해 계열사로 합류했으나 이번 주파수 경매에 앞서 지분 정리를 통해 독립했다.

경매 시초가는 742억원이었으나, 스테이지엑스와 마이모바일(미래모바일 컨소시엄)이 물러서지 않는 입찰 경쟁을 벌이면서 입찰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1단계 다중라운드 오름입찰에서 승부가 나지 않자 가장 높은 금액을 적어내는 쪽이 낙찰받는 밀봉 입찰로 돌입했고 스테이지엑스가 4301억원을 제시하면서 최종 승자가 됐다. 마이모바일측은 3000억원대를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4301억원은 기존 이동통신3사들이 해당 주파수를 낙찰받았던 가격의 두배를 넘는 금액이다. 

이 때문에 스테이지엑스가 지나치게 출혈 경쟁을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는 낙찰가가 1000억원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당 주파수를 독점할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지만, 사업성이 낮기 때문이다. 28㎓ 대역에서는 전파 도달거리가 짧아 기지국을 100m 단위로 세워야 한다. 원 주인이었던 이통3사는 정부의 요구로 기지국 1만5000대를 의무적으로 깔아야 했으나, 사업성 문제로 3년간 2000대밖에 구축하지 못했고 결국 주파수를 반납한 바 있다. 

정부는 제4이동통신사의 기지국 구축 의무를 6000대로 낮추고 최대 4000억원 규모의 정책 금융과 세액 공제를 약속했다. 그러나 대당 2000만~3000만원에 달하는 기지국 구축 비용을 추산하면 이것만으로도 2500억원 가량이 소요된다. 게다가 6000대만으로는 이통3사와 경쟁할만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통3사보다 규모가 작은 스테이지엑스로서는 원활한 자금 조달이라는 숙제를 안게 됐다. 

일본의 경우 라쿠텐 모바일이 제4이통통신사로 출범했지만 13분기 연속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투자 비용은 천문학적인데 그에 비해 가입자는 좀처럼 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라쿠텐 모바일의 누적 적자는  8190억엔(7조 3675억원)에 달한다. 

스테이지엑스는 “주파수 대금 4301억원은 당초 예상보다 높은 수준이었지만 제4이동통신사업자 자격 획득에 큰 의미가 있다”며 “스테이지엑스가 도모할 온라인 기반의 이동통신 서비스 유통구조 혁신, 그리고 클라우드를 활용한 인프라 비용 절감 측면까지 감안한다면 사업성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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