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 제25대 농협중앙회장 당선자 사진=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강호동 제25대 농협중앙회장 당선자 사진=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울와이어 박동인 기자] 자산규모 145조원, 32개의 계열사, 206만 조합원을 이끌 새 농협중앙회장에 강호동 율곡농협조합장이 당선됐다. 

농협에 말단으로 입사해 회장의 자리에까지 오를 동안 꾸준히 달려온 강 당선자는  '준비된 농협 회장'으로 평가받아 왔다. 비록 작은 단위 농협 조합장 출신이지만 그가 현장에서 보여준 강인한 리더십과 끈기, 혁신은 고령화와 인구 소멸 등으로 위기에 놓인 농촌에 가장 필요한 능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강 당선자가 압도적인 투표수로 당선되면서 이제 농협중앙회 안팎의 관심은 지배구조 개편에 쏠린다. 앞서 강 당선자가 농협중앙회와 경제지주 통합, 상호금융 독립법인화 등을 핵심공약으로 내건 만큼 내부 개혁을 통한 혁신의 신호탄을 쏘아 올릴지 주목된다.

◆지배구조 개편 급물살…"중앙회·경제지주 통합"

1963년생인 강 당선자는 대구미래대학 세무회계과를 졸업하고 1987년 합천율곡농협에 말단 직원으로 입사했다. 이후 10년 만에 율곡농협 상무로 승진했고 2006년엔 율곡농협 조합장에 당선됐다. 탄탄한 실무 능력과 뛰어난 수완을 인정받은 그는 이후 내리 5선 조합장을 지냈으며 농민신문 이사, 한국딸기생산자협의회 회장, 농협중앙회 대의원 등도 역임했다.

강 당선자는 인생 대부분을 농촌에서 보낸 '현장통'이다. 농민과 함께 애환을 극복하고 문제에 대해 끝없이 소통하는 그의 현장 중심 경험은 손색없이 탄탄하다. 농민운동가라는 별명에 맞게 변화와 혁신을 두려워하지 않고 섬세한 운영으로 조직을 이끈 그가 불러올 농협 혁신이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전문가들은 먼저 농협중앙회와 농협경제지주의 통합 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농협의 지배구조는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이 각각의 지주로 존재하는 '1중앙회 2지주 체제'다. 농협은 2012년 중앙회와 경제지주, 금융지주 구조로 개편됐는데 이를 10년 만에 재통합한다는 방침이다.

중앙회와 경제지주가 통합될 경우 중앙회 산하엔 NH농협은행과 NH투자증권 등을 보유한 금융지주만 남는다. 또한 농협금융지주의 농협캐피탈 매각과 농협생명과 손해보험을 공제사업으로 재편하고 상호금융을 농협의 수익센터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농축협 정기예치금의 금리 등을 조정하고 조합원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상호금융을 독립시켜 제1금융권 규모로 키우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강 당선자는 당선후 "지역 농협과 조합장, 농민을 위해 혁신하라는 말로 받아들이겠다"며 "지역 농협이 주인이 되는 농협중앙회를 만들겠다"고 소감을 밝힌 바 있다.

◆농협중앙회 핵심 4인방 인선은?

농협중앙회는 새로운 수장이 들어설 때마다 시기의 차이는 있어도 항상 대규모 인사 이동이 있었다. 업계는 강 당선자가 농협중앙회의 조직 개선을 공약으로 내건 만큼 중앙회 전무이사 등 핵심 요직에 대한 인선을 시작으로 인적 쇄신을 단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농협중앙회 이사와 농협경제지주 이사, 상호금융 소이사회 이사 등을 두루 지낸 강 당선자인 만큼 풍부한 경험으로 효율적인 인선이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인사의 초점은 중앙회 전무이사, 조합감사위원장, 상호금융 대표, 농업경제 대표 등은 농협의 핵심 4인방이라 불리는 핵심 요직으로 맞춰진다. 이는 농협금융지주 회장이나 선거를 통해 선출되는 축산경제 대표 등과는 달리 농협중앙회장이 직접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인 만큼 그 상징성이 남다르다.

앞서 역대 농협중앙회 회장들도 해당 직위들을 대부분 교체했다. 최원병 전 회장은 취임 6개월 후 일괄 사표를 제출 받았으며 김병원 전 회장도 취임 7개월 후 인사를 단행했다. 이성희 현 회장은 가장 빠른 인사를 진행해 2020년 2월 초 취임 약 한 달 만에 일괄 사표를 제출 받았다. 과거 사례를 미뤄봤을 때 강 당선자 체제에서도 핵심 4인방의 교체는 진행될 것으로 예측된다.

강 당선인은 "농협을 혁신하고 변화시켜 지역농협과 조합장, 농업인을 위하는 농협중앙회로 혁신하라는 뜻으로 알고 있다. 100대 공약을 지키고 조합장과 소통해 지역농협이 주인이 되는 농협중앙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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