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 ‘리니지W’ 무단 도용 의혹…악재에도 출시 강행

(사진=레드랩게임즈)
(사진=레드랩게임즈)

[서울와이어 서동민 기자] 카카오게임즈의 올해 주력 신작 중 하나인 ‘롬(ROM)’이 정식 출시 전부터 무단 도용 의혹에 휘말렸다. ‘롬’의 개발 및 운영을 맡은 레드랩게임즈는 출시를 강행한다는 입장이지만, 소송의 여파로 초반 이용자 확보가 예상보다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롬’은 ‘에오스 레드’의 핵심 인력들이 설립한 레드랩게임즈가 개발한 모바일/PC 정통 MMORPG(대규모역할수행게임)다. 카카오게임즈는 레드랩게임즈 설립 1년 후인 2022년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으며, 2023년에는 글로벌 동시 서비스를 위한 공동 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레드랩게임즈는 개발 및 운영을 포함한 전반적인 게임 서비스를 담당하며, 카카오게임즈는 글로벌 시장 노하우를 바탕으로 글로벌 마케팅 및 플랫폼을 지원한다. 

카카오게임즈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1조241억원, 영업이익은 745억원이다.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무려 58%나 줄었다. 그간 실적을 견인해왔던 ‘오딘: 발할라 라이징’과 ‘우마무스메 프리티더비’가 매출 하향안정화 추세를 보이는 가운데, 이후 출시된 신작들의 매출 기여도가 기대보다 낮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롬’은 카카오게임즈의 실적을 반등시킬 새로운 성장 동력 기대주 중 하나로 꼽혀 왔다.

한상우 카카오게임즈 최고전략책임자(CSO) 겸 대표 내정자는 지난 4분기 컨퍼런스콜에서 “롬의 타깃층은 코어 MMORPG를 좋아하는 성인 유저층”이라며 “장기적인 캐시카우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롬’은  27일 한국과 대만 등 글로벌에 동시 출시된다. 

그러나 엔씨소프트가 ‘롬’ 출시 닷새 전에 제동을 걸었다. 엔씨소프트는 ‘롬’이 ‘리니지W’의 시스템을 무단 도용했다며 저작권 침해 및 부정경쟁행위 소송을 제기했다. 두 게임의 유사성은 MMORPG 장르가 갖는 공통적, 일반적 특성을 벗어나 창작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게 엔씨소프트의 입장이다. 그동안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IP를 침해하는 게임들을 상대로 여러 건의 소송을 제기했지만, 아직 정식 출시도 되지 않은 게임에 소송을 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레드랩게임즈는 이미 개발 단계에서 유사성과 관련해 법무 검토를 마쳤고, 문제가 된 부분은 일반적인 MMORPG 공식에서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엔씨소프트를 상대로 맞대응을 예고했다. 레드랩게임즈는 “엔씨소프트의 소송 제기와 과장된 홍보 자료 배포 행위가 롬의 정식 서비스를 방해하고, 이용자들의 심리적 위축을 유도하기 위한 의도로 진행된 행위로 판단한다”며 “엄중한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사의 법적 공방은 이제 시작이지만, 업계에서는 엔씨소프트가 우세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는다. 2023년 엔씨소프트가 웹젠의 ‘R2M’을 상대로 건 저작권 침해 소송에서 승리하며 판례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당시 재판부는 이와 같은 행위를 규제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게임업계에서 굳이 힘들여 새로운 게임 규칙의 조합 등을 고안할 이유가 없어지게 될 우려가 있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장기간 진행되는 재판 특성상 게임의 흥행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엔씨소프트는 2021년 6월 웹젠에게 소송을 제기했는데, 1심 결과가 2년 뒤인 2023년 8월에 나왔다. 더구나 웹젠이 이에 불복해 항소한 탓에 양사의 법적 분쟁은 아직까지도 현재진행형이다. 출시 후 2년이 지난 시점은 MMORPG들이 대부분 매출 하향안정화에 접어드는 시기다.

다만 MMORPG 장르의 인기가 예전보다 많이 사그라들었고, 넷마블의 ‘아스달 연대기: 세 개의 세력’ 등 경쟁작들이 출시를 앞두고 있어 ‘롬’은 흥행 가능성은 여전히 미지수다. 정의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롬은 한국, 대만, 일본을 비롯한 10개국에 동시 출시될 예정이지만 MMORPG가 경쟁 과포화 장르임을 감안했을 때 2024년 연간 일매출은 보수적인 추정치인 3억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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