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 불황 장기화, 신사업 육성 투자금 마련 고심
그룹사 유동성 위기 해소 지원까지 떠안아 부담↑
사업재편 속도 조절 나서, 투자 계획 차질 불가피

실적 부진에 빠진 롯데케미칼의 재무적 부담이 가중되면서 신사업 투자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업 재편을 통한 체질 개선 작업도 지체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전경. 사진=롯데케미칼 제공
실적 부진에 빠진 롯데케미칼의 재무적 부담이 가중되면서 신사업 투자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업 재편을 통한 체질 개선 작업도 지체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전경. 사진=롯데케미칼 제공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글로벌 석유화학 시황이 중국발 공급과잉과 글로벌 경기침체 등의 영향으로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에 롯데케미칼은 신성장동력 육성에 속도를 냈으나, 최근 실적 악화가 지속되면서 속도 조절에 나선 모습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석유 시황 부진에 따라 체질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실적은 오히려 후퇴하며 적자 수렁에 빠졌다. 올해도 업황 부진이 지속되면서 단기간 내 반등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그간 롯데케미칼이 석유화학 중심 사업구조 전환을 위해 배터리 소재, 수소, 친환경 분야로 투자를 확대했던 이유는 업황 불황의 장기화가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과정에서 재무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장 대규모 투자자금 조달엔 어려움이 예상되는 등 신사업 확대 전략도 차질을 빚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앞서 부담이 누적되는 가운데도 롯데케미칼은 그룹사인 롯데건설 유동성 위기 해소를 위한 5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했다. 

금융감독원 정보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손실 3332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에 이어 연속 적자로 좋지 않은 흐름이 이어졌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 역시 3010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매출액은 10.4% 감소한 19조9491억원으로 집계됐다. 

주력인 석유화학사업에서 수익성 저하로 고전이 이어지고 있지만, 롯데건설까지 지원사격하면서 앞으로 투자를 위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문제는 석유화학사업 운영 효율화를 목표로 한 사업 구조 재편의 성과도 현재까진 미미하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 속 2010년 1조5000억원에 거금을 투자해 인수한 말레이시아 소재 자회사인 LC타이탄 매각설이 나왔다.

실적 부진과 재무적 부담 가중에 비핵심사업 정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케미칼은 사업 매각 등을 통해 재무부담을 낮추는 한편 신사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투자금 마련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공모채 발행을 계획했지만, 실적 악화에 무기한 연기됐다. 이에 롯데케미칼은 올해 투자와 관련 지난 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핵심투자와 필수적인 경상 투자를 제외한 투자 건에 대해서는 재무 건전성 유지를 위해 보수적 관점에서 재검토 하겠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라인 프로젝트' 사업(약 1조원)을 비롯해 3조원의 투자도 늦춰질 수 있다. 자금 조달이 한계에 부딪히면서 사업 확장을 통한 체질 개선 작업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 “업황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지며, 차입금에 의존도가 점차 상승하는 등 자금 조달에 있어 순탄치 않은 상황”이라며 “투자 시기 조절 등을 통해 재무부담 해소에 무게를 둔 보수적 경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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