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계 카드사들이 지난해 깜짝 호실적을 냈다./게티이미지뱅크

 

[서울와이어 염보라 기자] 은행계 카드사들이 지난해 업황 악화 속에서도 깜짝 호(好)실적을 냈다. 

새 회계기준(IFRS9) 도입으로 대손충당금이 증가하면서 카드업권 전체가 힘든 시기를 보낸 만큼, 다소 우울한 성적표를 받아들 것으로 전망됐으나 수익 다변화와 리스크 관리 등 노력으로 예상 밖 선전을 했다.

14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국내 7개 전업계 카드사 가운데 은행계 카드사 4곳의 당기순이익 총합은 1조818억원으로 집계됐다. 각 사별로 신한카드가 5194억원, KB국민카드가 3292억원, 우리카드가 1265억원, 하나카드가 1067억원의 수익을 냈다.

4곳 중 전년대비 증가율이 가장 높은 곳은 우리카드였다. 전년 대비 25% 신장하며 2013년 우리카드 분사 이래 최고 순익을 달성했다. 회사 측은 지난해 4월 출시한 '카드의 정석' 시리즈가 9개월만에 200만 발급을 돌파하는 등 판매 호조를 보이면서 전체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상반기에 캠코 부실채권 매각에 따른 일회성 이익(100억원)이 유입되면서 순익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KB국민카드도 지난해 전년 대비 두자릿수 성장(10.91%)을 시현했다. 자산도 전년 말 대비 2조9000억원 늘어난 20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적극적인 사업 다각화 노력으로 시장점유율(M/S)을 확대한 덕분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자동차할부금융, 카드론을 확대하고 KB국민은행이 주주로 있는 카카오뱅크의 체크카드 업무대행을 새로 맡는 등 성과를 냈다.

하나카드는 전년도에 일회성으로 발생한 약 580억원 규모의 대출채권 매각이익이 소멸됐음에도 당기순이익을 전년 대비 0.3% 끌어올렸다. ‘원큐(1Q)카드’ 인기로 신용판매가 증가한 데다 해외에서의 호실적, 기타 무이자 부문을 축소하는 등 비용 절감 노력이 모두 맞물린 결과다. 아울러 회사 측은 "정수진 하나카드 사장이 취임 이후 중점 추진한 '콜센터 근무 환경 개선' 프로젝트로 고객 민원을 과거 대비 30~40% 감소시킨 것도 결과적으로 우량 고객 확보와 이익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한카드는 은행계 카드사 중 유일하게 순이익 면에서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전년도 실적에 4670억원 규모의 일회성 이익이 포함된 데 따른 기저효과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물론 일회성 부분을 제외한 경상이익으로도 전년 보다 140억원 정도 소폭 감소세를 나타냈으나, 업황 대비 선방한 실적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반면 기업계 카드사들은 차디찬 외풍을 정통으로 맞았다.

국내 2위 사업자이자 유일한 상장사인 삼성카드는 대손충당금 여파로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10.7% 감소했다. 현대카드는 아직 연간 실적을 공시하지 않았으나, 3분기까지 순익이 전년 동기 대비 30%나 급감한 상태다. 롯데카드만 유일하게 전년과 비슷하거나 소폭 증가가 전망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고객 정보를 활용한 교차 판매, 타 금융계열사와의 공동 마케팅 등 그룹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는 은행계 카드사와 달리, 대기업 계열사인 기업계 카드사들은 '금산분리'에 묶여 홀로 싸움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업황이 어려워지면서 이러한 차이가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올해다. 정부의 카드 수수료 인하 정책 영향이 올해부터 본격 반영, 업황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서영수 키움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지난해 은행계 카드사들의 순이익이 전년 대비 늘어난 이유는 3분기 계절적 요인에 따른 충당금이 전년 보다 많이 발생했고, 4분기 들어 정상화되면서 다시 환입이 발생한 영향이 크다"며 "반면 올해는 업계가 걱정했던 수수료 규제 영향들이 실적에 본격 반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올해 많이 어려운 상황이다. 작년만큼 수익을 낼 수 있을지 미지수"라며 "무이자 혜택을 줄이고 글로벌과 디지털에 집중하는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전략들을 펼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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