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1분기 매출 14.8% 중국서···규제시 타격 불가피
퀄컴, 중 샤오미·비보·오포 등에 스마트폰 칩세 공급
환구시보, “믿을 수 없는 기업 리스트 올릴 것” 압박
[서울와이어 이재구 기자] 화웨이가 당하면 미국 기업은 괜찮을까? 또 중국정부와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할까?
결론적으로 중국 정부가 지난 15일부터 시행된 트럼프의 화웨이 제재조치에 맞불을 놓자고 맘만 먹으면 당장 애플과 퀄컴이 심각해진다. 애플은 올해 1분기 매출의 14.8%를 중국시장에서 거둬들였고, 퀄컴은 세계 4위, 5위 스마트폰 업체인 중국 샤오미, 비보, 오포 등에 스마트폰용 칩셋과 모뎀칩을 공급하는 등 활발한 중국 사업을 하고 있다.
여기서 나오는 반작용도 만만치 않다. 일부 중국 제조업체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변덕을 피하기 위해 자체 칩 생산을 서두르고 있다. 화웨이는 TSMC에 맡기던 스마트폰용 칩셋 생산을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업체)인 SMIC에 점진적으로 이관시키고 있다. SMIC는 모든 중국 지재권을 사용해 칩셋을 생산하는데 이는 미국이 이 파운드리의 수출을 통제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SMIC는 이미 14나노미터 공정 노드를 사용해 화웨이의 새로운 기린710A 중급스마트폰용 칩셋을 제조하고 있다. 마치 한일 외교 갈등 속에 우리나라 반도체 업계가 일본의 소재·부품·장비 공급 중단에 대응해 독자 개발에 나선 것과 같은 상황인 셈이다.
미국 주요 매체들은 중국 상무부가 17일(현지시각) 성명을 통해 “미국이 이른바 ‘나쁜 행동’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며 “중국 기업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중국 상무부는 이어 “미국은 국력을 사용하고 이른바 국가안보 우려를 핑계삼아 수출 통제를 악용해 다른 나라의 일부 특정 기업을 계속 탄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정부가 지난 15일(현지시각) 트럼프 행정부가 화웨이를 겨냥해 해외직접생산품규칙(Foreign Direct Product Rule·FDPR)을 개정·시행한다고 공식 발표한 가운데 중국정부의 의중을 드러낸다는 관영 환구시보 편집장은 당일인 15일 미국 IT업체에 대한 보복을 암시하는 글까지 올리며 미국의 조치에 대한 만만찮은 후폭풍이 있을 것임을 암시했다. 환구시보는 “애플 시스코 퀄컴 같은 기업을 ‘믿을 수 없는 기업 리스트’에 올릴 것”이라고 썼다.
개정된 FDPR에 따르면 지금까지 해외에서 생산돼 미국에 반입되는 제품의 경우, 총 생산비 가운데 미국산 장비·부품·SW 비중(가격 기준)이 25%를 넘으면 미행정부가 이를 규제할 수 있었지만 개정된 규칙은 이 비중을 10%만 넘어도 규제할 수 있도록 강화했다. 결국 해외 생산된 제품 가운데 미국산 장비·부품·SW를 이전보다 적게 사용해도 미국내 반입시 미행정부의 규제입김이 강화되도록 한 것이다. 이에따라 TSMC가 화웨이에서 설계한 반도체를 생산하는 데 든 미국산 장비·부품·SW의 비중이 10%를 넘기게 되면서 미 행정부는 화웨이 반도체 반입을 중단시킬 수 있게 됐다. 화웨이는 하반기 메이트40 스마트폰에 TSMC의 최첨단 5나노미터 공정에서 생산된 칩셋을 TSMC로부터 납품받아 탑재할 예정이며, 이는 개정된 FDPR에 따른 미국내 반입 규제 대상이 된다.
이에따라 TSMC는 지난해 애플에 이은 자사의 2번째로 큰 고객 화웨이(51억달러)를 놓칠 수도 있게 된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가 이런 조치를 취할 때 미국업체들도 곤경에 빠지게 된다. 예를 들어, 미국정부가 화웨이에 대해 미국 공급망 접근을 금지시킴으로써 일부 미국 IT회사들을 황폐화시켰다. 화웨이는 지난 2018년에 미국에서 180억 달러 어치의 부품을 구입했다. 그리고 이제 화웨이가 TSMC의 고급 칩을 공급받을 수 있느냐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맡겨졌다.
새로운 수출 규칙은 TSMC가 미국에 놀라운 효과를 가져오게 만들었다. TSMC는 15일 미국 애리조나에 120억달러를 투입, 5나노 반도체 공장을 짓고 2024년부터 가동한다고 발표했다.
그렇다고 해서 TSMC가 화웨이를 위해 칩을 생산하는 것을 근본적으로 막게 되리라고는 믿기는 어렵다. TSMC는 화웨이 사업이 없으면 미국에 공장을 짓지 못할 수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TSMC 수익 중 화웨이 매출이 51억 달러를 차지할 만큼 컸기에 단순한 엄살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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