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완저우 런정페이 창업자 딸 체포된 2018년 말 시작

서버용 인텔·AMD CPU에 통신기지국용 FPGA 사들여

작년부터 삼성·SK하이닉스·마이크론·키옥시아 D램 확보

美, 화웨이 인프라·엔터프라이즈·클라우드·AI 타깃 삼아

화웨이, “작년 칩·부품·소재 구매비 73%↑29조원 사용”

화웨이가 트럼프의 화웨이 규제에 대응, 이미 지난 2018년 멍완저우 화웨이 CFO가 체포된 직후부터 미국의 핵심반도체를 비축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멍완저우 CFO미국의 대 이란제재 위반혐의로 기소됐다. 사진=위키피디아
화웨이가 트럼프의 화웨이 규제에 대응, 이미 지난 2018년 멍완저우 화웨이 CFO가 체포된 직후부터 미국의 핵심반도체를 비축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멍완저우 CFO미국의 대 이란제재 위반혐의로 기소됐다. 사진=위키피디아

[서울와이어 이재구 기자] 화웨이가 자사 핵심 분야인 통신기지국과 클라우드 서버용 핵심 미국 반도체 2년치를 보유했다. 물론 칩 보유량은 주요 사업을 보호하기 위한 재고량이지만 장기적 해결을 실현하기에는 부족한 양이다. 

니케이아시안리뷰는 28일 업계 소식통들을 인용, 화웨이가 거센 미국발 압박이 시작된 지난 2018년 이후 서둘러 핵심반도체 비축에 나섰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화웨이의 핵심 칩 비축은 인텔의 서버용 CPU와 자일링스의 프로그래머블 반도체(FPGAField Programmable Gate Array] )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들은 “이 반도체들은 화웨이의 기지국 사업과 신흥 클라우드 사업에 가장 필수적인 부품이며, 재고는 1년 반에서 2년 간 지속될 정도로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소식통들은 또 “미국 정부가 5월 15일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 강화로 사실상 화웨이 설계 칩 (TSMC를 통한)생산을 효과적으로 차단했고 화웨이는 이들 부품에 대한 장기적 대안을 찾지 못했다”고 전했다. 게다가 분석가들은 비축된 칩에 의존하는 것이 결국 회사의 경쟁력을 해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들은 “화웨이는 창업주 런정페이 회장의 딸인 멍완저우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캐나다 국경에서 체포된 직후인 지난 2018년 말부터 칩을 사들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화웨이는 지난 18일 자사가 지난해 칩과 부품, 소재 비축에 들인 비용은 전년보다 73% 증가한 1674억 위안(약 29조원, 234억5000만 달러)였다고 공식 확인했다. 미국 정부가 TSMC의 화웨이 설계 칩 생산을 막기 위해 수출 통제 규정을 강화한 지 3일 만이다.

화웨이는 칩 구매 목표치를 밝히지 않고 있지만, 특히 FPGA 설계에 전문성을 갖춘 자일링스칩 재고를 쌓고 싶어 안달났다는 게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사용자는 FPGA를 이용, 자신의 알고리즘과 프로그램 컴퓨팅 작업을 통해 특정 요구에 맞게 프로그래밍할 수 있다. 소식통들은 “이 세계최고 경쟁력을 갖춘 칩들이 기지국 응용장비들을 위한 광범위한 연결성과 아키텍처를 제공하기에 화웨이의 기지국과 통신 장비실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화웨이의 비축 관행에 정통한 화웨이 공급업체의 한 임원급 관계자는 “자일링스 FPGA는 현재 교체하기에는 너무 어렵다”며 “화웨이 자체 칩 설계업체인 하이실리콘조차 자일링스 제품과 충분히 경쟁할 수 있는 칩을 설계할 수 없다”고 털어 놨다.

자일링스칩은 미국의 F-35 전투기, 위성, 미항공우주국(NASA·나사) 연구 등 우주와 국방기술에서도 널리 사용되고 있어 국가 안보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트럼프 행정부가 화웨이 칩 핵심 공급사인 TSMC에 압력을 넣어 미국공장을 세우게 한 주요한 이유중 하나는 바로 자일링스칩을 미국에서 생산되게 하기 위해서다.

화웨이는 또한 인텔 경쟁사인 AMD로부터 고급 서버용 CPU를 사들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두 회사는 전 세계 서버용 CPU 시장의 약 98%를 점유하고 있다. 일반 노트북 CPU보다 복잡하고 컴퓨팅 능력이 뛰어난 서버용 프로세서는 성장 중인 화웨이의 클라우드 사업에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세계 최대 통신장비 업체이기도 한 화웨이는 지난해 5월15일부터 특별한 승인 없이 미국 업체로부터 칩을 직접 사들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화웨이가 자국내 칩 유통업체나 무역상, 그리고 자체 공급망에 칩 구매를 요청하는 등 가용 채널을 총 동원해 미국 칩 재고를 계속 쌓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들은 “화웨이는 기술 지원없이 칩만 확보할 수 있는 조건임에도 이 칩들을 정상 가격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기꺼이 사들였다”고 말했다.

소식통들은 “화웨이가 지난해부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키옥시아(구 도시바) 등으로부터 D램과 낸드플래시 재고를 쌓아 왔다”고 전했다. 화웨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회사로부터 안정적 메모리 공급을 보장받고 싶다는 의향까지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 소식통은 “(화웨이가)전시에 대비해 재고를 확보하는 것”이라며 “실수요가 월 100대에 불과할 경우 150대를 주문해 보관한다는 구상”이라며 “특히 메모리 칩은 프로세서처럼 자주 업그레이드되지 않기 때문에 재고를 확보하기가 더 쉽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자일링스, 인텔, AMD는 모두 미국 법과 규정 준수를 강조했다. 자일링스는 “화웨이가 최근 미 상무부의 블랙리스트(엔터티 리스트)에 추가된 사실을 알고 있으며 잠재적인 사업 영향을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텔은 “엔터티리스트 부과 요건을 포함한 미국 정부의 수출 규제법규를 계속 준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AMD도 “최근 해외직접생산제품법규(FDPR) 개정안에 대한 초기 검토 결과 이 규정이 AMD의 화웨이에 대한 제품 능력을 수정한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삼성,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은 언급을 회피했고, 키옥시아는 자사가 활동하는 모든 국가의 법규에 따라 사업을 진행한다고만 밝혔다. 화웨이도 언급을 피했다.

화웨이의 자회사 하이실리콘이 설계해 제작한 쿤펑920.사진=하이실리콘
화웨이의 자회사 하이실리콘이 설계해 제작한 쿤펑920.사진=하이실리콘

화웨이가 제 때 제품을 내놓으려면 이들 칩 재고를 충분히 확보하는 게 아주 중요하다. 화웨이의 칩 설계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은 지난해 초 인텔과 AMD의 대안으로 쿤펑(Kunpeng) 시리즈로 불리는 자체 서버 프로세서 칩을 공개했다. 또 FPGA 칩이 소진될 경우 자일링스를 대체할 맞춤형 칩도 설계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제재는 화웨이가 이 칩을 생산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화웨이의 이러한 자체 설계 칩은 아직 미국 반도체 설계업체들의 제품 수준과는 비교할 수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분석가들은 화웨이의 비축 노력에도 불구하고 화웨이의 시장 입지와 제품 경쟁력은 새로운 수출 통제 제한 하에서 여전히 현저히 약화될 수 있다고 말한다.

폴 트리오 리스크컨설팅 업체 유라시아 그룹 지질 기술 연구 책임자는 미국이 (화웨이 규제)타깃으로 삼는 특정 칩은 특정 응용 분야에만 한정되어 있고, 기존 공급 업체만이 높은 처리량으로 생산을 늘릴 수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화웨이만이 부품을 비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그러한 유형의 칩은 계속해서 업그레이드되고 재설계되고 있으며 차세대 칩이 이미 출시돼 있다고 덧붙였다.

트리올로는 “미국의 조치는 화웨이의 인프라 사업뿐 아니라 엔터프라이즈와 클라우드 서비스, 인공지능(AI) 사업 라인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이 분야들은 경쟁이 아주 치열하고 디자인을 빠르게 반복하고 다양한 출처의 최신 기술과 최량 기술을 통합할 수 있는 능력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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