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김영철 회동서 ‘비핵화’ 직접 언급
김정은, 김영철 통해 ‘북미대화 용의’ 방침 밝혀
美 “비핵화 전제 시 가능” 시사… BBC, 실무자 수준 접촉 가능성 제기

미국과 북한이 대화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면서 중국은 환영 입장을 밝힌 반면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제재 강화 지지를 주장해 온 일본은 입을 꾹 다물었다.

[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방남 반대’ 논란 속 한국을 찾은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에 대해 백악관이 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25일(현지시간) AFP통신이 보도했다.

 

김영철 방남 이틀째인 26일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미국과 올림픽을 개최한 한국, 그리고 국제사회는 모두 북한과의 대화 결과가 ‘비핵화’여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며 “북한이 비핵화 될 때까지 계속해서 최대한의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북한이 비핵화를 선택할 경우 더 밝은 길이 열릴 것”이라며 “우리는 대화를 할 뜻이 있다고 한 북한의 메시지가 비핵화로 가는 첫걸음인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해 그간 강력한 대북제재로 북한의 숨통을 조인 것과 다소 다른 입장을 보였다.

 

주요 외신들도 ‘북한의 핵무기 포기’를 전제조건으로 내걸어왔던 트럼프 행정부가 입장 변경을 시사하는 성명을 내놨다고 평가했다.

 

BBC는 북한 역시 지금까지와 상반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며 “북한이 대화 가능성을 보인 것은 한국과 미국의 관계에 쐐기를 박겠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관계 전문가들도 지난해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이 잇따라 단행됐다는 점을 지적하며 “최근의 (대화) 움직임으로 한반도 긴장이 종식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신중론을 주장했다.

 

국제사회가 미국의 입장에 집중하는 것은 미 재무부가 23일 사상 최대의 대북제재를 표명한 직후 트럼프 행정부가 다시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지원한 혐의로 북한을 비롯해 중국·싱가포르·대만·홍콩·마셜군도·탄자니아·파나마·코모로의 선박 28척과 해운사, 27개 기업, 대만 국적자 1명에 대해 사상 최대의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를 주문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의 효과가 없으면 우리는 제2단계로 가야 할 것”이라며 미국이 대북 군사옵션에 더 다가갈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 中 지지 표명 vs 日 입 다물어

그동안 ‘완전한 비핵화’를 놓고 대치해 온 미국과 북한이 대화 국면으로 방향을 틀자 중국은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반면 미국의 대북제재 강화를 지지해 온 일본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날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 참석차 방한한 류옌둥(劉延東) 중국 국무원 부총리를 만난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 대화 분위기를 북미 대화로 발전시키기 위해 중국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며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구축을 위한 남북간 대화, 그리고 그것을 위한 북미간 대화에 대해서 중국 측이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협력해주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사상 최대 대북제재에 강력 반발하며 날선 반응을 보였던 중국은 문 대통령 요청에 “중한 양국은 가까운 이웃이자 우호적 이웃”이라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제재 제2단계 군사옵션 지지 입장을 밝힌 일본은 입을 다물었다.

 

당시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일본 방위상은 “우리는 일본이 어떤 압력을 강화하는 것이 효과적인지 검토 중”이라며 신중하게 대응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오노데라 방위상은 트럼프 대통령의 ‘제2단계 군사옵션’과 관련 “우선 외교적 노력을 한다는 의미”라면서도 “결국 모든 옵션이 테이블에 있다는 것을 북한이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북미 관계 진전 있을까?

한편 일각에서는 북한 대표단과 미국 정부 관계자의 실무 회담이 이날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BBC는 “평창올림픽 취재 중인 외신기자들이 북미 양측 정부 관계자들이 향후 2일 내 접촉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며 “한국 언론 역시 미국·북한 대표단이 한국에 머무는 동안 양측의 대화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추측성 보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요 외신은 김영철이 이끄는 북한 대표단에 포함된 최강일 외무성 부국장이 과거 미국 대표단 앨리슨 후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한반도 보좌관과 만난 적이 있다며 이 둘이 접촉할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최 부국장과 후커 보좌관은 지난 2014년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2명을 석방하는 협상을 벌인 바 있다.

 

BBC는 “트럼프 행정부와 북한 정부는 지금까지 한 번도 공식 접촉을 하지 않았지만 폐회식 분위기를 봤을 때 실무자 수준의 접촉 가능성이 엿보인다”고 전했다.

 

miyuki@seoulwi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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