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필요 조치 취할 것” 강력 반발… EU·일본도 우려 표명
각국 보복 조치 시 ‘보호무역주의 연쇄 사태’ 파장 불가피
미국 수입제한 장기화 시 알루미늄 공급과잉 우려도

미 상무부가 중국산 알루미늄 포일에 최대 106% 관세 부과를 결정하면서 미·중 무역 갈등 고조 가능성과 함께 알루미늄 국제 가격 혼란과 공급과잉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미국이 27일(현지시간) 중국산 알루미늄 포일(foil)에 최대 106%에 달하는 반덤핑 관세 부과를 결정했다.

 

보호무역주의, 미국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통상정책이 강경 대응 입장으로 굳혀지면서 시장에서는 미·중 무역 갈등 고조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다.

 

미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미국은 ▲알루미늄 포일을 생산하는 중국 업체에게 48.64~106.09%의 반덤핑 관세를 물리고 ▲중국 정부 보조금에 대한 상계관세를 최대 80.97%까지 물린다는 방침이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중국 기업들이 당국의 보조금 혜택을 받아 부당하게 낮은 가격으로 알루미늄 포일을 수출하고 있다”며 “다음달 15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미국에 피해를 주고 있다는 판단이 내려지면 4월 중 관세 부과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번 조치가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 전부터 검토됐다면서 “2개 안건은 무관하며, 어디까지나 별도의 조치”라고 강조했다. 미 상무부가 제시한 알루미늄 수입제한 조치는 7.7~23.6%의 관세를 물리는 방안과 지난해 대미 수출 기준 최대 86.7% 쿼터제다.

 

주요 외신은 “지난 16일 무역확장법 232조를 꺼내든 트럼프 행정부가 당초 예상과 달리 알루미늄을 타깃으로 삼았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는 중국이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혀 G2(미·중) 통상 갈등이 극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미국이 실제로 관세를 매길 경우 양국 관계 악화의 새로운 불씨가 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 中상무부, “근거 없다”… EU·日도 목소리 높여

미국의 중국산 알루미늄 포일 반덤핑 관세·상계관세 부과 결정에 중국 상무부는 “미국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무시하고 중국의 알루미늄 포일 생산업체에 피해를 입히고 있다”며 강력 반발했다.

 

28일 중국 상무부는 “미국이 아무 근거도 없이 고관세를 부정하게 부과하려 한다다”며 “부당하고 과도한 무역구제조치 도입은 결국 미국 내 일자리 창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미국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의 잘못된 방식에 대응하고 중국의 법적 권리와 이익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덧붙였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관세폭탄에 유럽연합(EU)과 일본도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EU 통상장관 이사회는 미국이 철강·알루미늄 제품 수입제한 조치를 발동할 경우 공동의 대응책을 강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독일 경제부는 “트럼프 행정부가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반덤핑 관세는 WTO 규정을 위반하고 있다”며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유럽위원회와 EU회원국들이 미국의 통상정책에 적절한 조치를 취할 필요성에 인식을 같이 한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행보를 지지하던 일본도 입을 열었다.

 

신도 고세이(進藤孝生) 일본철강연맹 회장(신일철주금 사장)은 “각국이 보복 조치를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 보호무역주의 연쇄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신중한 대응을 요구했다.

 

신도 회장은 “무역을 제한하는 경쟁은 아주 무서운 일”이라며 “최악의 경우 철강(알루미늄)에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 철강 아닌 알루미늄… 이미 예견된 일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폭탄 대상이 ‘철강제품’이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골드만삭스는 지난 20일 “무역확장법 232조는 알루미늄에 집중될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대한 분석’ 보고서에서 미국이 자국 업체의 가동률을 80%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었다. 현재 철강업체는 73% 가동률을 보이는 반면 알루미늄 업체 가동률은 37%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알루미늄 수입제한 검토가 이뤄지면서 글로벌 알루미늄 시장에서도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232조 보고서 발표 후 급등했던 런던금속거래소(LME) 3개월물 알루미늄 가격은 최근 t당 2200달러 수준으로 연초 대비 2% 하락했다.

 

하지만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의 알루미늄 수입제한 검토 방침에 미국 내 제품 조달이 활발해질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며 미국에서 국제 가격에 반영하는 할증금(프리미엄)은 오히려 상승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이달 초 글로벌 증시 폭락으로 하락세를 보인 알루미늄 가격이 미 연준의 금리인상 가능성에 강세를 보이는 달러와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면서 “미국의 무역제한 통상정책이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각 지역의 수급을 민감하게 반영하는 프리미엄의 경우 상황은 다르다.

 

이달 중순 미국 수출용 프리미엄은 t당 320달러로 1월 평균가격보다 30% 이상 상승했다. 2015년 5월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한 일본 대형 상사 관계자는 “관세 도입을 우려해 미국 수출물량이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16년 미국의 알루미늄 수입물량은 594만t으로 2015년 대비 19% 늘었다. 지난해 1~10월에도 아랍에미리트와 중국으로부터 수입이 늘면서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했다. 시장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두 자릿수 성장을 보이는 수입물량을 제한해 미국 내 알루미늄 산업을 보호하려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보호무역을 강화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정책이 구체화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수입 제한이 장기화될 경우 미국 수출이 줄어들어 세계적인 알루미늄 공급과잉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면서 당분간 미국의 정책 행보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miyuki@seoulwi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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