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중 새로운 수입제한 발동에 중국 반발… 보복조치 가능성 확대
日기술주 일제히 하락 반면 삼성·SK 등 국내 기술주 강세
폼페이오 체제 확립 시 제재대상 확대 가능성 커… 글로벌 주가 폭락 우려도

트럼프 행정부가 세탁기·태양광 패널 세이프가드, 철강·알루미늄 고관세 부과에 이어 중국의 지식재산권 무역조치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미·중 무역전쟁 가능성이 재조명을 받으며 일본 기술주가 일제히 하락세다.

[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제품에 최대 600억 달러(약 64조원)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지며 미·중 무역전쟁 가능성이 또다시 불거지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13일(현지시간)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해임 사실을 발표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한 조치를 검토 중이며 첨단기술과 정보통신을 타깃으로 하는 새로운 수입제한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미국의 지난해 대중 무역적자는 3750억 달러(약 400조원)로 전년 대비 8% 증가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검토 중인 600억 달러는 대중 무역적자액의 16%에 해당한다.

 

철강·알루미늄에 이어 중국에 대한 수입제한 발동이 이달 중 시작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중국의 반발과 보복조치 가능성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긴장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주식시장이 트럼프 행정부발 뉴스에 우롱당하고 있다”며 한층 강화된 미국우선주의에 대한 중국의 반발이 예상되면서 투자심리가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국이 미국 국채매각 등 실력 행사에 나설 가능성도 주가에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도쿄 주식시장에서 2만1764.99에 장을 시작한 닛케이평균주가(닛케이225지수)는 종일 등락을 거듭하다 전 거래일 대비 190.81포인트(0.87%) 하락한 2만1777.29에 거래를 마쳤다. 갑작스런 틸러슨 국무장관 경질과 중국에 대한 새로운 수입제한 가능성이 시장에 리스크로 작용해 안전자산인 엔화가 강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도쿄 주식시장에서는 특히 도요타 등 자동차 주와 무역마찰 우려에도 보합세였던 화낙과 도쿄일렉트론이 각각 0.95%, 1.87% 하락하는 등 기술주(하이테크 관련주) 하락이 눈에 띄었다.

 

반면 한국거래소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핵심 기술주는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우며 고공행진 중이다. 미국 반도체·기술주 급등에 힘입어 상승세인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 258만8000원으로 전 거래일 대비 5000원(0.19%) 상승했다. SK하이닉스 역시 700원(0.78%) 상승한 9만0700원을 기록했다.

 

일본 주식시장에서는 “이번에는 중국으로 한정됐지만 일본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로(0)는 아니다”는 경계감에 매도물량이 나오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 완화와 실적 호조에 오히려 주가가 저평가되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일본 투자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수입제한 대상이 중국산으로 한정됐지만 종잡을 수 없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감안할 때 제재 대상이 확대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 경우 세계 교역량 감소와 경기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증권은 “세탁기·태양광 패널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 수입 제한),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고관세 부과에 이어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한 무역조치를 검토 중인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우선주의에 입각한 보호무역주의를 중단할 가능성은 당분간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의 통상정책에 중국이 반반해 보복조치에 나설 가능성도 높다. 시장에서는 중국이 미국 국채 일부를 매각할 수 있다며 “이 경우 미국의 장기금리가 급격히 상승해 지난달과 같은 글로벌 주가 폭락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틸러슨 국무장관 후임으로 보수 강경파로 알려진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지명하면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한층 강화될 수 있다는 점도 주목 대상이다.

 

하지만 다이와증권은 “미국의 무역마찰은 미국 경제에도 단점으로 작용한다”며 “무역 상대국과의 협상에서 양보를 이끌어내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고관세 정책을 유지할 경우 미국 내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미국 경기가 침체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낙관할 수 없는 현실에 숨죽이는 투자자들이 향후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에 어떤 반응을 보일까. 시장은 미중 무역전쟁 향방에 주목하고 있다.

 

miyuki@seoulwi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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